2013년 3월 5일 화요일

국정원, ‘종북’ 강연 논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04일자 기사 '국정원, ‘종북’ 강연 논란'을 퍼왔습니다.
야당·시민단체 “국정원, ‘정치 관여 금지’ 조항 위반”

국가정보원 행사에 섭외된 강연자들이 “박원순·이정희·낸시 랭·공지영은 종북주의자”, “5·18 당시 광주에 북한 간첩이 있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기간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또 다른 정치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 초청행사에서 현직 정치인 등에 ‘종북’ 낙인

▲ 지난해 6월 11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실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종북주사파 국회입성 방지 대책은?' 토론회에서 변희재 빅뉴스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뉴스1

경향신문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 찬양 게시물과 웹사이트 등을 국가정보원에 신고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초청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변희재 빅뉴스 대표, 북한 정보부 고위직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탈북자 ㄴ씨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변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아티스트 낸시 랭, 소설가 공지영 씨 등이 ‘대표적 종북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방송노조를 “노조답게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어서 문제”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또한 ㄴ씨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북한 방송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5·18 당시 광주에 간첩이 내려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국정원은 모든 행사 참가자에게 (꾿빠이 전교조), (어느 지식인의 죽음) 등의 책을 증정했다. (꾿빠이 전교조)는 전교조가 종북·반미·반국가·반역사적인 정치 조직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지식인의 죽음)은 1960년대 ‘통일혁명당 사건’의 핵심 멤버였던 김질락의 전향수기이다.

야당·시민사회 “국정원 차원 또 다른 정치개입 재확인”

문제의 행사에 대해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4일 오전 논평을 통해 “냉전적 사고에 빠지다 못해 망상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이런 망상을 정치개입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인지 국정원 측의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같은 주장이 일부 국정원 관계자들의 인식이 아니라 국정원 전반에 만연한 인식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현 대변인은 “멀쩡한 시민들에게 종북의 딱지를 붙여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정치개입, 불법선거운동을 합법화하려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며 “국정원은 색깔론 공세와 신 매카시즘적 망상으로 국민들을 겁박하지 말고 불법대선개입에 대한 국민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을 촉구했다.

▲ 민주통합당측으로부터 인터넷 댓글 게시를 통한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 모 씨가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빠져 나오고 있다.ⓒ뉴스1

인권연대 또한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국가정보원이 대선 국면에서 직원, 망원 등을 이용한 특정 정치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인터넷 활동을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정치활동 개입이 또 다시 확인되었다”며 “현역 정치인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한 것은 국가정보원법 제9조가 규정하는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인권연대는 “국가정보원이 그 개념도 모호한 ‘종북’을 기준으로 네티즌 등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넷상의 ‘종북 게시물’을 신고 받고, 신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포상을 한다며 국가정보원으로 초청해 ‘종북’ 관련 교육을 진행한 것도 문제”라며 “더 심각한 것은 그 종북 교육이라는 것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을 모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북’ 딱지, 합리적 비판 봉쇄하고 기본권 침해의 핑계 된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국정원이 주최한 ‘종북’ 관련 강연 이외에, 최근 들어 국가 기관이 정부 및 정책 비판 세력을 ‘종북주의자’로 규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4일에는 군이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종북행위로 규정한 내용을 담은 ‘종북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이 시험 성적을 진급·휴가에 반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유신·반독재까지 종북 규정한 국방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또한 지난달 14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공개한 ‘치안전망 2013’ 자료에는 한미FTA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4대강 사업반대 등 국책사업저지투쟁의 주체를 ‘종북세력 등 국내 안보위해세력’으로 규정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수시로 행하다 보니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데도 ‘종북주의자를 감시하는 일이니 괜찮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우려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 기관과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는 것은 합리적 비판을 봉쇄할 수 있고 국가 기관의 월권과 기본권 침해에 대한 핑계가 된다”며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 기관이 시민사회를 압도하는 일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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