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노력에도 구조적 문제 여전…“KBS 미래, 만만찮다”
꼭 1년 전 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는 ‘낙하산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례가 없던 장기 파업은 사측과 새 노조의 합의로 95일 만에 종료됐으며, 새 노조는 현업에 복귀해 ‘보도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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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이 6일 오후 열린 파업 1주년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곽상아 | ||
6일 열린 ‘KBS 파업 1주년 문화제’에서 김현석 KBS 새 노조위원장은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고 했는데 졌다. 패장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라면서도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조합원들과 같이 더 싸울 힘을 만들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년, 새 노조의 ‘보도투쟁’은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을까. 미디어스는 6일 파업 1주년을 맞아 현재 KBS의 모습을 짚어 보았다.
‘각개전투’에서 나오는 의미있는 보도‥“싸움은 진행 중”
새 노조의 복귀 직후, 파업 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아이템이 줄줄이 KBS에서 방송됐다. ‘희망버스’(<취재파일 4321> 6월 24일 방영), ‘MBC 파업’(<추적60분> 7월 25일 방영), ‘폭력적인 직장폐쇄 현장’(<추적60분> 9월 26일 방영) 관련 내용이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소화됐고,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이 만든 의 결과물인 ‘민간인 불법사찰’(<시사기획 창> 7월 3일 방영)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뉴스9>에서 새누리당 댓글 알바단 ‘십알단’을 단독 보도했다. <시사기획 창>에서 소화된 <2012>는 보도본부장, 사장 등 ‘윗선’의 개입으로 방영이 연기되긴 했으나,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라는 특별취재팀을 자체적으로 꾸려 후보 검증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숱한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가 특수업무비용을 개인 MMF 계좌에 넣었다는 보도(<뉴스9> 올해 1월22일 방영)도 KBS의 단독이었다.2012>
한 KBS 기자는 “파업은 95일로 끝났지만 지금도 싸움은 진행 중”이라며 “인사 검증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새누리당 십알단 단독보도 등 파업했던 정신을 잊지 않고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역할, 사회적 책임을 지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친여 성향 보도·시사프로 홀대 등 구조적 문제 여전
하지만 KBS 구성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KBS에는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 18대 대선 기간 KBS가 대선 보도를 어떻게 해 왔는지 분석, 평가한 ‘대선방송 공정성 평가 보고서’에서 연구진들은 KBS 대선 보도가 공정성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보도해 기계적 중립성은 지켰으나, 자체적으로 의제화된 프레임을 선보이지 않았으며 보도량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각 인사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이나 공약 평가도 예전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등이 각각 총리,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됐다가 쏟아지는 의혹 속에 낙마했으며, 최근에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도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조각도 완성하지 못한 경우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KBS는 자체적인 심층 보도보다는 타 언론에서 언급됐던 이야기를 중계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KBS의 한 중견기자는 “간부들은 KBS가 (인사 검증 내용을) 보도하면 ‘이 사람은 안 된다’고 정권에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인사 검증 기사를 쏟아내는데 KBS는 아예 거기서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도량이 아예 줄어버리는 것도, 미리 입수한 소식이 있는데도 (윗선에서 쳐 내서) 보도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기의식 없는 경영진…KBS의 미래 만만치 않아질 것”
봄 개편을 앞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역사 스페셜>, <환경 스페셜>, <과학 스페셜> 등이 폐지되고 대신 다큐멘터리 존이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큐멘터리를 집중 방영한다는 명목이지만, 한 KBS 중견 PD는 “고비용의 스페셜 프로그램 대신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큐를 끼워넣으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또한 KBS는 <그때 그 순간>(혹은 <격동의 세월>, 가제)이라는 현대사 프로그램을 외주에 맡겨 비밀리에 제작, 편성해 ‘현대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를 미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의 다른 중견 PD는 이런 양상을 두고 ‘KBS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했다. 이 PD는 “일선 기자와 PD들이 (민감한 아이템을) 취재하고 (데스크와) 싸우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권력과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사람들이 KBS의 기본 골격을 다 장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012> 방영 보류 파문의 배후로 지목된 길환영 사장, <추적60분> 4대강 편 2주 결방사태 등을 불러온 이화섭 보도본부장,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용산참사’를 ‘용산사태’로 쓰라고 지시했던 김시곤 보도국장 등 ‘윗선’이 달라져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2012>
이 PD는 “KBS는 보도부문에서 의제설정능력을 잃어버렸고, 예능을 비롯한 기타 부문에서의 공영성이나 창의성도 EBS나 케이블에 빼앗겨 버렸다. 이대로 간다면 KBS 향후 몇 년의 미래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은 절절한데 정작 경영진은 큰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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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전 새 노조 파업 당시를 다룬 영상물이 문화제에서 방영되고 있다. ⓒ곽상아 | ||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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