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일요일

“박근혜, 경제성장하려면 50대 이상 설득해야”


이글은 프미디어오늘 2013-03-16일자 기사 '“박근혜, 경제성장하려면 50대 이상 설득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전성인 홍익대 교수 “朴이 50대 이상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곧 감소 추세로 반전될 전망이다. 돈을 버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 ‘20년 대불황’ 일본의 뒤를 잇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국이 조만간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조건을 상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50대 이상의 약진’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내다보는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씨를 대통령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오후 홍익대학교에서 만난 전성인 교수(경제학과)는 “곳간을 빼먹는 50대 이상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쥔 우울한 시대가 왔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한국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을 설득해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대 간 갈등은 정권 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 논란이 일례다. 전성인 교수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갈등은 지금 젊은 세대에게 돈을 더 걷을 것이냐, 다음 세대로 미룰 것이냐는 문제만 남았다”면서 “국민연금 탈퇴 움직임은 세대 갈등 구조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사회에 맞는 복지 요구가 쏟아지는데 세대 간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대면한 경제적 조건은 녹록치 않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밝혔듯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고, 해외시장 경쟁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 등으로 동북아 정세도 불안할뿐더러 미국, EU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위기, 한국경제의 저성장 국면,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3중의 위기’다.
여기에 가계부채 폭탄은 터졌고, 부동산 신화도 깨지고 있다. 고용률은 정체 국면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수출 대기업 위주 정책은 실패했다. 경제성장률은 분명한 하락 추세다. DJ 때 성장률 5%는 노무현 정부에서 4%로 떨어졌고, 이명박 정부에서 3%로 내려앉았다. ‘만성적 저성장 상태’로 볼 수 있다.
전성인 교수는 “2020년대로 가면 잠재성장률이 땅바닥 밑으로 추락한다는 것이 성장을 추계하는 학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라며 “2018년까지 임기인 박근혜 정부에서 성장 둔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성장의 세 가지 요소는 노동력 확대, 자본 투입 확대, 생산성 향상인데 연 1% 수준인 기술 몫으로 추락하는 경제를 잡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과 통합이다.” 전성인 교수는 노령사회로 인한 세대 양극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대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 한국경제가 성장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50대 이상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로 볼 때, 경제정책의 방향이 자칫 세대 간 갈등이 격화되는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50대 이상 인구의 절대수가 많아지면 이 세대가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게 된다. 정부와 정치인이 ‘표밭’을 고려한다면 같은 복지라도 무상급식과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성장과는 거리가 먼 ‘복지만을 위한 복지’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교수는 인터뷰 내내 “우울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고 야권이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우울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보다 내일이 낫다는 경제성장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인데 ‘음(-)의 저축자’ 50대 이상이 한국 정치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면서 “정치인들은 이들을 위한 공약을 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성장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우울한 시대”가 왔다. 사진=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ICT(정보통신기술) 융합과 서비스산업 선진화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창조경제’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정부가 선택한 사업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박정희 식”이라며 “그런 시대는 지났다. 어려운 방법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에 대해 아무도 숙제를 못 풀고 있는데 남은 길은 자신의 지지층인 50대 이상에게 양보하라고 설득하는 방법뿐”이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적 길을 걸어온 한국에서 창조경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은 의외로 손쉬울 수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를 확대하면서 ‘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에 더 편입하는 방법이 있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더 심화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령사회에 대한 설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령사회의 다른 말은 ‘쌓여 있는 돈이 많다’는 것”이라며 “한국에는 물건만 좋으면 투자할 스폰서가 많다”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경제성장을 위해 ‘멍석’을 깔아야 할 정부가 ‘종목’을 지정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박근혜 정부의 ICT 관련 정책기조에 대해 “한국에서 ICT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이들은 독자적인 R&D(연구개발)가 가능한 상황인데 정부가 대놓고 ICT를 진흥한다는 것에서 또 다시 대기업 독식문화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벌을 규제해서 죽이는 것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취업이 어려운 30대 여성을 흡수할 수 있고, 창조경제에 맞는 콘텐츠 산업을 살리기 위한 가장 좋은 토양은 중소기업이다. 창의력이 넘치는 분야 생태계는 마비돼 있고 왜곡돼 있다. 숨통을 틔워서 돌아가게 만들어줘야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대기업은 야전교범 하나 놓고 줄 서라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으로는 이제 성장할 수 없다. 분위기만 싸늘해진다.”
전성인 교수는 한국경제의 대외적인 불확실성으로 북한은 물론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들었다. 그는 “미국은 버냉키의 풍선정책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돈을 푼 것은 이해하지만 그 뒤로 충분한 긴축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유화적인 통화정책만 펼쳤다. 사람들은 슬슬 ‘폭탄이 언제 터지나’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폭탄이 터지면 우리나라는 난리가 난다. ‘터질 폭탄은 언젠가 터진다’는 것은 철칙이다. 결국 시기의 문제인데, 향후 5년 내 미국발 폭탄이 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내일 폭탄이 터진다고 하면 사람들은 오늘 은행으로 뛰어간다. 폭탄은 사실 오늘 터지는 것이다. 폭탄의 격발장치가 주식시장 폭락, EU발 위기 등 무엇이 될지 모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 벤 버냉키)에 따르면, 미국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성장 추세를 따라잡는 시기는 2020~2021년이다. 지난해 9월 연준은 매월 450억 달러의 장기국채 매입과 함께 매월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부증권을 매입하는 제 3차 수량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제로금리 정책 기한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미국은 장기 채권을 사들여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단기 채권을 팔아 단기금리를 내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도 펼쳤다. 미국은 올해 초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GDP 1% 수준인 2천억 달러를 증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봉책’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 중 한 곳인 일본의 경제적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것도 한국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전성인 교수는 “아베 정부는 경제적인 몰락을 정치적 몸짓으로 극복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앞으로 한국 물건의 구매하는 큰손이 아니라 사무라이로 재무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성인 교수는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으로 △채무자 채권자 간 공평한 손실분담 △담보채권(채무)와 신용채권(채무) 간 형평성 유지 △국가개입 최소화 등을 들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18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럴 경우, 채무자는 만세, 채권자는 만만세를 외치고 결국 국민만 울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팔을 비틀거나 세금을 투입하는 것 말고 케이스별로 심의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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