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화요일

미래창조과학부,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04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 박근혜 정부의 ‘4대강’?'을 퍼왔습니다.
국회의 헌법적 기능 비판하는 대통령, 전임자 전철 밟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거듭 요청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취임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개편안 문제에 대해 야당이 자신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저장단 없는 밋밋한 연설이 특기인 박대통령이지만, 이 연설에서 만큼은 나름대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려고 애썼다. 물론 그래봤자 생동감 있는 연설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과 여당이 야당의 입장을 많이 받아주었는데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은 정부조직개편안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여러개의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에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것만을 남겼고 그나마 여기에서도 여당의 몇몇 제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의 안은 계속 변했고 변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 안이었다. 청와대는 심지어 여야 합의를 뒤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국 파행이 염려되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안을 약간 구부려 야당과 타협을 했으면 되는 일이다. 또 새정부 내각의 출범이 지연되는 것은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현 정부가 인선을 늦게 한 탓이다. 박 대통령은 준비부족과 완고함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는 4대강 사업이 대통령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완고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 정부의 핵심적인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반대파들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야당이 새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발목잡기’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헌법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담화문은 박근혜 정부의 통치스타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의회를 존중하고 협의를 통해 사안을 진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야당을 압박하는 식이다. 어떤 이들은 “김종훈 후보 카드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에겐 '추진력을 얻기 위해 버리는 카드가 아니겠냐',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관심을 빨아들이고 다른 장관후보들이 무사히 지나가게 하려는 카드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개다.
이런 식으로라면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도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해야 할 집권여당이 또 한번 대통령의 거수기가 될 판이다. 그저 청와대에서 결정이 나오면 그 결정을 토씨 그대로 받아들이고 야당과 논쟁하는 여당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좋은 정책이라 해도 현실세계에서 실행 가능하도록 디자인되기 어렵다. 미창부를 만든다는 발상이 대운하나 4대강 사업만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닐지라도 원안 그대로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문제가 많은 상태로 세상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새 정책으로 인한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온전히 대통령 본인이다. 의욕과 신념이 차고 넘친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것으로 다른 의견까지 부정해서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통해 걸어갔던 그 어두운 터널로 함께 들어설 뿐이다. 미창부는 박근혜 정부의 4대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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