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일요일

'천안함재조사' 민주당, 3년만에 "폭침" 커밍아웃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23일자 기사 ''천안함재조사' 민주당, 3년만에 "폭침" 커밍아웃'을 퍼왔습니다.
[천안함 침몰 3주기 기획]쏟아진 의문 있어도 의혹 해소 노력 없어… “집단지성이 나서 진상규명 필요”

천안함 침몰 사건은 오는 26일로 사고발생 3주기를 맞이한다.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정부의 입장은 진상조사단의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발표 이후 그 어떤 의문이 제기돼도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지난 3년간 해마다 기념식을 개최하고 ‘북한’을 규탄해오고 있다. 북한 역시 천안함 사건은 남한 정부에 의한 날조극이라고 주장해왔다. 남북한 당국 모두 천안함 사건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년이 지나고 새정부가 들어선 지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는 진실규명을 위해 국정조사 또는 재조사를 촉구하던 민주통합당의 입장이다. 지난해 총선·대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없이 슬그머니 ‘폭침’으로 입장을 바꿨다.
박근혜 정권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도 민주당이 바라보는 천안함 사고경위는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대선의 패배와 함께 제1야당의 입에서도 더 이상 합리적 의심조차 숨어버린 정치환경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쏟아진 의혹이 여전히 해소돼 못했으며, 법정에서의 진실규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언론, 학자 그룹이 진실을 밝히는 데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0월 오전 평택 해군 2함대에 거치된 천안함을 방문해 헌화한뒤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국정조사·재조사→침묵→폭침”=“이명박 정부가 안보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보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5일 TV토론에 나와 ‘천안함 폭침을 침몰이라 한다’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비난에 이같이 답변했다. 민주당에서 천안함을 ‘폭침’으로 규정하고 공식 브리핑에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26일 진성준 당시 문재인 캠프 대변인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으로”라며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을 질타하면서였다. 이후 민주당은 박용진 대변인(11월 22일) 진성준 대변인(11월 27일, 12월 9일), 김관영 의원(12월 4일), 박광온 캠프 대변인 및 김혁 부대변인(12월 13일), 정세균 상임고문(12월 14일) 등이 대선을 앞두고 브리핑 및 원내대책회의, 논평을 통해 천안함 사건을 ‘폭침’으로 표현했다. 문 전 후보 역시 11월 28일 대전역앞 유세, 12월 13일 방송연설,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폭침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에서 문제를 삼자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4일 “2010년 5월 20일 정부조사결과 발표 다음날 박지원 원내대표가 ‘정부 발표대로 북한 소행이라면 북한도 국제사회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도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정상국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정부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부 발표를 믿겠다, 다만 이런 의혹에 대해 차근히 해명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이 말할 당시까지도 정부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해명은 하지 않고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을 향해 수차례 비난을 가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일종의 ‘커밍아웃’이라 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가장 적극적인 진실규명에 나섰던 집단 가운데 하나는 민주당이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특위활동 연장과 국정조사 요구를 한나라당이 무시했다”(홍영표 의원 2010년 9월 3일), “특위 재가동을 강력히 촉구한다”(박영선 최고위원 9월 13일), “정부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이춘석 당시 대변인, 2011년 3월 26일 천안함 2주기 논평) 등의 표현이 공식적으로 나온 목소리였다.
이랬던 민주당이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선거일정이 크게 작용됐다. 1주기까지만 해도 소리높여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천안함 3주기 때부터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심지어 이해찬 상임고문이 민주당 총선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정부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언급하자 이용섭 의원이 황급히 말을 막았던 일도 연출됐다. 천안함 정부조사에 확신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던 조용환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에서 낙마한 문제도 민주당의 입장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조사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다?=이처럼 입장이 변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정부발표를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천안함 사건이 터진 이후 천안함 진상조사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의원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의혹 제기에 정부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미흡함은 남아있지만, 정부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발표를 뒤엎을 만한 증거나 명백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데, 그것 없이 계속 이끌고 가긴 어렵다”고 밝혔다. 과거 요구했던 천안함 재조사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현재로서 재조사 요구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천안함 사건을 아예 ‘폭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각종 논평과 브리핑,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 박기춘 원내대표 발언 등에서는 이미 북한이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정부발표가 기정사실로 굳혀져 있다.

▷“납득할 설명없이 입장돌변, 무책임”=문제는 왜 이렇게 입장이 변했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는 데에 있다. 특히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조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의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서 군 조사 때와 다른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직전까지 쏟아진 의문점 만으로도 정부 조사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고위치 문제, 존재하지 않은 물기둥, 1번 어뢰 설계도 조작, 온전한 시신의 상태, 흡착물질 데이터 조작의혹, 폭발흔적 없는 선체, 파편조각 한 점도 못찾은 것, 1번 글씨에 쓰인 잉크 한국에서도 생산 등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조차 정부의 최종조사결과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날인 2010년 9월 14일자 사설에서 “천안함 특위 재가동과 재조사 실시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천안함 언론검증위원회 책임연구위원을 맡았던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19일 “민주당은 천안함 침몰의 진실에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했던 정치집단이었는데 이제 와서 ‘이를 뒤엎을 만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차라리 조사활동을 제대로 못한데다 국민여론을 의식했다고 얘기하는 편이 솔직하다”고 지적했다. 노 전 위원장은 “이미 2010년 당시 정부조사결과의 모든 논리가 다 깨졌는데 책임 있는 공당이 이것도 판단할 능력이 없겠느냐”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특위 위원과 함께 백령도 사고해역 공동조사를 했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도 이날 “민주당이 어떻게 천안함 사건을 폭침이라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지 놀랍다”며 “지금 야당은 너무나 무력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지성이 나서야”=천안함이 침몰된지 3년이 흐르면서 이처럼 민주당조차도 스스로 위축되고 자기검열하는 처지에 놓인 정치환경에서도 집단지성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노종면 전 위원장은 “정부가 아직 문제가 많은 조사결과를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적인 재조사는 불가피하다”며 “원인이 뭔지 단정할 수 없어도 잘못된 근거는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성과 양심의  문제”라며 “근거를 보지 못하면서 믿기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사회 집단지성인 언론과 정치인, 학자들이 규명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 3년동안 책임진 사람 한 명도 없어 

젊은 장병 46명 희생… 원인 문제 의혹들 남긴 채 3년 흘러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젊은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된지 3년을 맞았으나 사건의 원인 문제 뿐 아니라 그 책임자에 대한 추궁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지난 2010년 감사원의 천안함 직무감사결과 징계통보 및 사법처리 권고를 받은 이들에 대해 모두 면죄부가 주어졌다. 군검찰 내사결과 4명이 입건됐으나 최종 수사결과에서 군검찰은 최종적으로 군의 사기를 고려해 불기소했다.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인물 가운데 징계대상자도 9명으로 줄었으나 당사자가 모두 불복해 실제 징계를 받은 이는 김동식  전 2함대사령관(정직3월), 박정화 전 해군작전사령관(감봉) 정도만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았을 뿐, 박동선 전 2함대사령부 작전참모(견책), 이원보 2함대 22전대장(근신) 등은 징계가 감경됐다. 나머지 4명은 모두 징계가 취소됐다.

특히 김학주 당시 합참 작전참모부장은 중장으로 진급했으며, 김동식 소장은 정직 3월을 받은 뒤 해작서 부사령관 보직을 받았다. 징계대상이었던 김기수 합참 전력기획본부장은 전역했다가 다시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다.

기자들에 당시 상황 설명을 했던 이기식 전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징계대상으로 분류됐으나 소장으로 진급해 지난해 10월 말까지 2함대사령관을 맡았다. 이밖에 류제승, 최병로, 전병훈  등 당시 징계가 취소된 장성들도 모두 일계급씩 진급했다.

이를 두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9일 “사고원인 뿐 아니라 군의 사고 대처능력과 후속조치 등 모든 부분에 대해 군의 무능함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책임조차 진 사람이 없었다”며 “진급까지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천안함 침몰원인에 의혹을 제기했던 민간인이자 조사과정에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군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3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신 대표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 언론에서 하지 않는 천안함 진실규명을 법정에서 벌이겠다며 긴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핵심증인이 출석한 지난 2011년 7월부터 열린 공판에서는 △천안함 초기보고상황의 의문(사고직후 해경, 해작사, 합참 모두 좌초 보고) △천안함 사고해역 수심이 정부발표와 다르다는 천안함 장교들의 증언(천안함장, 작전관)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실린 CCTV 장면에 생존자가 등장한다는 사실 △사고직전 CCTV 영상에서 아무런 흔들림없이 운동하던 장병 모습이 등장하는 내용 등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상이한 증언들이 나왔다. 

천안함 재판은 대선 이후 한차례 개최됐으나 증인 불참으로 새정부 하에서 본격 진실규명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다음 공판은 4월중에 열릴 예정이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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