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7일 토요일

통합진보당 공무원 당원 색출? 검찰수사 "가능성 낮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06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공무원 당원 색출? 검찰수사 "가능성 낮아"'를 퍼왔습니다.
압수해간 당원명부 사용시 정당성·정치탄압 논란 불가피

최근 검찰이 통합진보당 불법당원 수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졌으나, 지난 5월 압수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바탕으로 당에 가입한 공무원 찾기 수사에 나서 처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를 갖고 있으며 언제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당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일 검찰은 재향군인회 등 14개 보수단체 연합으로부터 ‘통합진보당에 가입한 공무원과 군인 등을 찾아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변창훈)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22일 우파성향의 시민단체 ‘라이트코리아’의 고발장을 접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중앙당 서버를 압수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확보한 당원명부에는 옛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13년 동안 입당·탈당했던 20만 명가량의 기록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당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직장, 당비납부내용, 탈당 여부 등이 담겨 있어 교사·공무원·군인을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의 기자회견. 뒤에 보이는 피켓은, 기자회견과는 상관없이 저축은행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히기 위해 서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현재로서는 검찰이 앞서 압수한 통합진보당 불법당원 관련 문제는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사건배당은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사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으며, 압수한 당원명부를 수사에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최초 수사 목적으로만 압수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당원 명부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수사목적으로 압수됐기 때문에 불법당원 수사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이 불법당원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장에 고발 대상이 특정돼 있지 않아 수사 대상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검찰이 당원명부가 담긴 서버를 압수할 당시 “당원명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압수해 보유하게 되면서 ‘꽃놀이패’를 쥠에 따라 이것이 향후 정치적 압박수단이 될 수 있어, 통합진보당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압수 당시에도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측 인사들은 입을 모아 “검찰이 선거인명부도 아닌 정당의 심장과 같은 당원명부를 탈취해갔다”며 “헌정사상 유례없는 정당 탄압이자 폭거”라고 규탄했다. 

통합진보당은 ‘불법당원’ 관련 검찰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선을 앞두고 기획된 진보정당 죽이기용 정치탄압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처음부터 보수단체와 짜 맞춘 기획수사임을 반증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수색 목적은 비례대표경선 문제였다”며 “이와 다른 목적으로 당원명부를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별건수사이며, 위법한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정당 당원들을 위축시키고 노동자, 농민의 정치활동 자유에 대한 억압이며 유린”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정당 탄압’이 이뤄질 것이라는 통합진보당의 주장과 우려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수차례 검찰수사가 시도됐던 점에서 기인한다. 실제 사건을 맡은 공안2부는 지난해까지 교사·공무원의 민주노동당(민노당) 가입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이 수사 결과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민노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낸 혐의로 기소된 240여 명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와 공무원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애초에 정당의 정보와 당원 명부라는 것은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정당도 검찰이 원한다고 그 정보를 내주려 하지 않는다. 더욱이 오랜 세월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공안 통치를 경험해온 진보정당은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편,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선출·별정직을 제외한 국가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에 의해 현재 정당가입이 금지돼있다. 이는 직무의 공정한 수행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나, 공무원도 국민의 일부이며 근로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국가에 있어 기본권 보장의 이념에 반한다는 입장도 다수 존재한다.

이와 관련, 과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면직된 검사가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이 논란에 하나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로 근무하다가 당적이 있는 것이 확인돼 면직된 윤모(34·사법연수원 40기)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무원 상태에서 정당에 가입한 교사에게도 직위를 박탈하는 징계가 확정된 경우는 드문데, 윤씨는 공무원이 아닌 상태에서 정당에 가입했다가 당적을 정리하지 않아 규정을 어기게 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지법은 지난해 11월 윤씨의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와 면소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불법당원’ 수사를 실행하는 데 여러 부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한편 검찰이 불법당원 별건수사 실행의지가 없는 것처럼 내비치는 것이 현재 진행중인 경선 부정 수사를 상대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검찰은 통합진보당 서버검색 결과 발표와 함께 관계자 소환 등 본격적인 사법처리 방침을 밝힌 당일 '불법당원' 별건수사 얘기도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의 경선 부정 수사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지금까지 "당 자체의 자정과 쇄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 제7조 ‘정당에 대한 특별한 보호’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온 상황이다. 당은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소환조사를 비롯하여 검찰의 어떠한 수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헌, 위법한 검찰의 정치탄압에 우리는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또 "검찰이 발표한 서버분석 결과는 당 자체 진상조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미 후속처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검찰은 마치 새로운 것이 발견된 것처럼 포장해 언론에 흘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악의적 언론플레이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사법기구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