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3일자 사설 '[사설]균형재정 늦추더라도 경기회복에 주력해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내년 예산 짜기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6월말까지 정부 부처별로 예산 요구안을 모두 받았다.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6.5%(21조2000억원) 늘어난 346조6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9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낸다. 정부 예산은 한 나라의 살림살이를 운영하기 위한 계획이다.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올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고 내년은 정권 교체 첫 해다. 어느 때보다 복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한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돈 나갈 곳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돈은 줄어드는 게 문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낮춰 잡았다. 성장세가 내림세로 돌아서면 세수는 줄어든다. 개인 소비가 줄고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줄기 때문이다.
정부가 잡은 내년 예산 편성 기본 방향은 균형 재정 회복과 경기회복 뒷받침이다. 4월에 만든 예산 편성 지침에 있던 성장-일자리-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지고 대신 경기회복이 들어갔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정부는 내년 균형 재정 목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균형 재정은 세입과 세출의 균형이 맞아 적자가 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균형 재정을 회복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현 정부 들어 지난 4년 동안 계속된 대규모 재정적자로 국가채무가 49%(146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균형 재정 목표에 무리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가 본예산 기준으로 균형 재정을 이룬 것은 2003년 한번뿐이다. 균형 재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좋지만 경기 침체를 보면서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무리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 경기회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
내년 복지 분야 예산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려면 당연히 지출을 늘려야 한다. 반면 SOC 투자는 크게 줄일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 분야도 줄이는 게 좋다. 물량을 투입한다 해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꼭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우선 순위를 따져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각 부처 요구안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정부의 예산 편성은 단순히 재정을 분배하는 차원이 아니다. 어떤 가치에 따라 정책을 만드는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다. 균형 재정을 당분간 늦추더라도 경기 회복에 방점을 찍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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