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 블로그 벗님글방 휴심정 2012-07-06일자 기사 '자본이 된 신, 신이 된 자본'을 퍼왔습니다.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강좌 (4) 후기자본주의적 신앙의 탄생
본 기사는 6월 5일부터 7월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진행하는 김진호 목사의 책 출판기념 강좌 중 다섯 번째 강의 원고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강좌를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조용기의 삼박자 구원론은 궁핍의 시대에 서민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에 대해 비판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던 진보적 신학연구자들은 그 꿈이 결국은 성공주의의 덫에 지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곧 그 희망은 교회의 성장과 국가의 성공으로 회수되었고, 그것은 교회와 국가 제도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패행(悖行)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비판은 물론 지당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국가도 시민사회도 무관심하게 내던져버렸던 이들에게 그들 내부에 잠재된 생명력을 불러 일으켜 가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었던 순복음적 신앙의 기여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한데 1990년대 이후 순복음교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회와 기독교 신앙은 민중에 대한 관심을 저버렸다. 교회의 신앙과 신학은 과도하게 중산층에로 쏠렸다. 시간적으로는 1970년 초, 빌리 그레이엄 류의 부흥회를 통해 신앙의 중산층적 계층 편향성이 이식되고, 1970년대 중후반 순복음교회가 미국판 메가처치인 로버트 슐러와 제휴하게 되면서 신앙적 계층이동 현상이 시작되었다. 미국식 소비자본주의적 영성으로 발명된 번영신학은 미국 메가처치의 자기해석체계로서, 백인 남성 중산층적 편향성을 지닌다. 한데 아직 소비사회를 체험하지 못한 한국의 기독교는 1970년대에 미국에 대한 선망과 함께 후기자본주의와 친화적인 번영신학이라는 몸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에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소비사회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교회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였다. 그것은 이미 1970년대부터 소비사회형 신앙에 몸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하여 교회적 신앙과 신학의 이러한 구조변동은 빠르게 반응하여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면 거의 지배적인 현상으로 자리잡는다. 요컨대 서민적 성공주의 대신 중산층적 성공주의 신앙이 교회적 신앙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현상과 내용에 관해 세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첫째는 기독교의 자기 계발 담론과 '긍정의 신앙' 현상이다. 출간된 이후 80만부 이상 판매된 조엘 오스틴의 과, 기독교판 이라고 할 수 있는 브루스 윌킨슨의 등은 신앙적 자기계발주의가 기독교 대중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것은 비단 독서현상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교회 활동, 나아가 교회 밖 일상 구석구석에서 기독교 신앙적 삶의 인지적 기조로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조용기식 삼박자 구원론이 이룩'될' 풍요를 향한 서민 대중의 희망을 자극했고 적극적 자활의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면, 중산층적 풍요의 신앙은 이미 이룩'한' 풍요를 어떻게 성찰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데, 이는 결국 풍요를 이룩하는 데 실패한 서민 대중을 배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구하면 주신다'는 신앙 구호는 과거에는 모두의 희망의 언어였지만, '야베스의 기도'가 회자되는 오늘의 시대에는 서민 대중에게는 거의 먹혀들지 않는 공허한 기도가 되었다. 요컨대 이러한 비대칭적인 편파성을 띠고 있는 후기자본주의적 사회에서 시스템에 주목하기보다는 실패자 개개인의 무능력과 과오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긍정의 신앙 담론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 그 신앙 속의 신은 성공을 축복하고, 성공한 자의 소비를 그 축복의 결실이라고 선언한다. 여기서 그 신은 공익이나 평등에는 무관심하고, 성공의 편파적 축복에 더 치우쳐 있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풍요의 신학에서 그 신은 자본주의적 신이며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는 그 신의 질서가 된다. 신은 어느새 자본이 되었다. 그리고 자본과 신 사이의 갈등적 거리는 점점 해소되고 양자 사이의 거리가 무한히 좁혀 들고 있다. 곧 자본이 신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관점은 선교 붐 현상, 특히 단기 선교 붐에 관한 것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해외 여행자의 수가 급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데 특기할 것은 바로 이 시기 이후 교회도 해외 선교에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느새 한국은 해외 선교사의 수에 있어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국내 선교가 좌절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교회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급강하했다. 그렇다면 선교의 위기, 그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라는 요소와 해외 선교의 활성화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해석에 의하면, 해외 선교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라는 종교 외부적 요인으로 우연히 활성화된 것이지만, 한국 개신교의 위기를 돌파하는 신앙 내적 자긍심의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 간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이러한 위기의 해소전략이 '퇴행성'을 띠고 있다는 데 있다.
배타주의적인 공격적 선교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나아가 선교 붐이 피선교지역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된 것이라기보다는 선교 파송국 기독교도들의 심리적 자활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나라에 대한 우월감이 그러한 선교의 심리적 자원이 되고 있다는 점은 가장 치명적이다. 그 우월감이 자본주의적 실패와 연관해서 이해되고 선교를 자본주의적 성공 가능성의 전수(傳授)로서 해석하는 것은 선교가 얼마나 자본 친화적 요소와 결합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편 선교 붐이 단기 선교와 밀착되어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단기 선교는 장기 선교와는 달리 교인 훈련에 목적을 둔 활동이다. 그런데 선교사역을 위한 비상한 소명 의식이나 사역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장기 선교에 비해, 단기 선교는 그러한 소명과 준비보다는 자산 능력과 시간 활용 능력을 더 중요한 요건으로 자격이 검증되는 선교 시스템이다. 그런 점에서 단기 선교가 신앙적 스팩 쌓기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되고 있는 오늘의 교회에서 단기 선교 체험은 하나의 계층적 필터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앙의 웰빙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 제도에 대한 열정과 충성도는 신앙제도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항목이다. 그것은 일종의 종교적 보상 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열정과 충성도가 공격적 배타주의를 동반하고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공지상주의를 함축하고 있어 왔기에 이 신앙적 열정이 사회적 병리성을 심화시키며 종교의 공공성을 훼손시켜 왔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 교회들 사이에서 '신앙의 선진화'를 강조하는, 일종의 교회 개혁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보다 윤리적이고, 보다 가족 친화적인 신앙 운동이 제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양적 팽창을 추구하는 성공주의보다는 삶의 질을 강조하는 성숙주의가 함축되어 있다. 성이나 돈과 같은, 과거 특화된 금기 항목이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의 긍정적인 표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절제와 검약을 생활화하는 다양한 신앙적 실천들이 모색되었다. 또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전통적 권위가 와해되고 다중적인 주체화가 고양됨에 따라 가족 간의 분쟁이 심화되고 가족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가족주의(neo-familism)를 추구하는 다양한 신앙적 실천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신가족주의는 혈연가족의 차원과 '사회적 확대가족(social extended-family)'의 차원에서 이중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전자의 차원은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 가족 상담 중심의 목회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한 가족적 결속의 재활성화 운동으로 나타나며, 후자는 입양이라는 재가족화의 용어로 확산되고 있는, 빈곤 국가 아동에 대한 지정 기부 운동 등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비록 이념적으로 보수주의적 성향을 띠기는 하지만 교회를 사회적으로 더 공공적인 종교 기구가 되도록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폄하할 수 없다. 하지만 신앙적 실천들에서 이러한 웰빙화 운동은 뚜렷하게 중산층적 편향을 지닌다는 데 그 한계가 있다. 성이나 화폐에 대한 욕망의 정치, 그리고 가족의 해체를 윤리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성격을 왜소화한다. 특히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이러한 탈사회적인 윤리관이 하위계급(under-class)의 자기해석 가능성을 상쇄시키고 있다는 점은 웰빙 신앙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다.
이 강의는 최근 교회들이 보여 주는 후기자본주의 친화적인 경향과 그 속에 함축된 중산층화 경향을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그 문제점 중심으로 다루려는 데 목적이 있다.
김진호 / 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시민 K, 교회를 나가다) 저자
* 강의를 수강하려면 02-365-5051(내선번호 202)에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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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휴심정 벗님매체인 (뉴스앤조이 http://www.newsnjoy.or.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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