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07일자 기사 '음악 한 곡에 12원, 우리가 거지인가'를 퍼왔습니다.
[서정민갑의 뮤직코드] 음악인들, MP3 저가 덤핑판매에 맞서다
음악인들이 뭉쳤다. 가수들만이 아니다. 작사 작곡가와 제작자, 힙합 뮤지션, 인디 뮤지션까지 모였다. 김형석, 김도훈, 박근태, 윤일상, 조영수 등이 포함되어 있는 국내 젊은 작사 작곡가들의 모임 하이노트(회장 MGR)와 인디 레이블 제작자들의 모임인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회장 김민규), 파스텔 뮤직과 플럭서스 등 중견 레이블 모임인 한국레이블산업협회(회장 김병찬), 홍대 앞 레이블들의 연대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회장 기명신), JYP와 SM, YG등이 소속된 KMP홀딩스(대표 김창환) 등과 한국힙합뮤지션연합, 유데이페스티벌 등 인디와 오버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제작자와 음악인이 음악생산자연대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음악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다. 바로 음악 산업을 기형화시키고, 독점화시킨 저가 덤핑 판매와 무제한 정액제 서비스 때문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테이프와 CD, LP로 음악을 듣던 방식은 음악 파일 제작 기술과 인터넷, 전자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급격하게 음원 중심으로 옮겨 갔다. 당시 급격한 변화의 혼란기를 선점한 것은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P2P서비스였다.
P2P서비스는 개인이 소유한 음원들을 공유한다는 새로운 발상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음악시장을 완전히 무력화 시켜버리는 초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음악은 사서 듣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P2P에 길들여진 음악 소비자들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초저가 상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동통신사들이 발빠르게 초저가 상품을 내놓으며 음악 소비자들은 다시 합법적인 시장으로 돌아왔고 대중음악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초저가 상품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음악을 값싸게 살 수 있는 떨이 상품 정도로 여기게 되고 말았다. 또한 초저가 상품의 수익 대부분을 이동통신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음악제작자와 창작자는 음악이 아무리 히트를 하더라도 수입으로 직결되지 않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게다가 초저가 정액제 상품이 일반화 되면서 시장 자체도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게 되고 말았다. 상품 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가입하더라도 시장이 커질 수가 없었다. 덕분에 노래가 아무리 많이 스트리밍 되고, 다운로드 되어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한정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이 스트리밍 되고, 더 많이 다운로드 될수록 곡당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성장한 것은 초저가 음악 상품과 이동 통신을 연결한 이동 통신 서비스 업체였다.
그래서 결국 음악인들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월정액묶음할인 덤핑 다운로드 서비스를 철폐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는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꿔야 하고, 불공정한 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지금 음악생산자연대라는 이름으로 뭉친 음악인들은 음악생산자연대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이전인 지난 달 21일 문화부에 '음악3단체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단일(안)에 대한 음악제작자 관련단체 공동의견서'를 제출했고 다음 날인 22일부터 5일간 1인 시위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ㆍ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ㆍ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악신탁 3단체가 제출한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에 대한 개정 요청이 문화부에 의해 승인되었다. 지난 8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ㆍ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ㆍ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악신탁 3단체가 제출한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은 전면 종량제 시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 내용을 문화부가 바꿔서 직권 승인ㆍ발표한 것이다.
문화부가 발표한 새로운 징수규정에서는 종량제가 도입되고, 할인율이 차등화 되었다. 사용료는 스트리밍 12원, 다운로드 600원이며, 세 권리 단체가 가져가는 몫은 스트리밍은 곡당 7.2원, 다운로드는 360원이다. 하지만 정액제 서비스가 여전히 가능하도록 100곡 이상 다운로드 묶음 상품의 경우 최대 75%를 할인할 수 있게 했고, 권리자 몫을 곡당 90원으로 낮췄다.
스트리밍 상품의 경우에도 무제한 정액제(월 3000원)는 계속 유지된다. 그밖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상품에 모두 `홀드백' 규정이 신설된 것이 눈에 띈다. 홀드백은 권리자가 일정기간 정액제 상품에 음원 공급을 유예하는 규정으로서 이 기간 동안에는 단품으로만 판매가 가능한 제도이다.
문화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할인율이 적용되어 현재의 정액제와 유사한 상품이 계속 유지된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문화부에서는 종량제가 시행된다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진다고 말하지만 지금처럼 뮤지션들과 제작자들이 제대로 된 댓가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와 음악 팬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음악을 무차별적으로 많이 듣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듣는 것이 좀 더 신중하고 다양한 음악 선택과 소비를 하게 하며, 뮤지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더 좋은 음악 환경을 만드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음악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느냐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음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음악생산자연대는 7월 10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을 연다. ‘Stop Dumping Music !’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세종홀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오후 4시부터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음악인들이 정치적인 문제나 음악적인 문제로 의견을 발표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신과 역할을 망라해서 행동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심각하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덤핑 처리되는 음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 환경에 맞는 조치들도 절실하다. 또한 이동통신사에게 과도하게 책정된 분배율의 문제, 저작권 단체와 제작자․창작자의 분배 문제, 제작자와 창작자의 계약 문제 등 음악계에 산적한 문제는 수두룩하다. 음악인들의 행동이 여기서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이며, 음악팬들의 꾸준한 관심이 절실한 이유이다.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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