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5일 목요일

청와대,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 때까지 숨기려 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4일자 기사 '청와대,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 때까지 숨기려 했다'를 퍼왔습니다.

ㆍ외교부 “실무자를 졸속처리 주동자로 몰아” 격앙

한·일 비밀정보보호협정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간 책임 논쟁이 감정 싸움으로 번진 데다 정부의 협정 체결 은폐 시도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지난달 29일 협정 서명식 때까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 관계자는 4일자 조선일보에 “정보보호협정을 국무회의에 ‘신속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키기로 한 결정은 한·일 외교부가 지난달 29일로 예정된 서명식 때 동시 발표하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서명식 때 동시 발표’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가서야 발표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 비밀 의결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숨기려고 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분명히 답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6월 내 처리를 지시하고,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비공개 처리 아이디어를 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협정 체결 전반을 주도한 인물이 김태효 기획관인 점은 기정 사실이 됐지만, 외교부 실무국장이 비밀 의결 주도자로 특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다각적으로 수소문을 해 문제의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특정했다. 하지만 그 인사는 이날 “조선일보와 통화한 적이 없다. 내가 책임 선상의 당사자인데 누굴 탓하겠느냐”고 부인했다. 

책임이 외교부 국장에게로 몰리자 외교관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간부는 “실무 국장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졸속 처리 주도자로 몰아가는 것은 심하다”고 말했다. 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실무진에게 돌리려는 모습이 딱하다”고 말했다. 담당 국장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청와대의 정치적 몫이라는 것이다. 

조세영 국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생기지 않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오늘 보도는 마치 제가 비공개 처리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죄가 있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것은 제 본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는 이도 나타났다. 협정 추진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이다. 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커지게 된 것도 제공했고 장관한테 그만두겠다고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한·일 정보보호협정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는 청와대 의중”이라고 말해 ‘책임 떠넘기기’ 논란을 빚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청와대에서는 불쾌해 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인 2일 김성환 외교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무회의를 하면서 ‘대외 주의’라고 설명드리지 않은 게 제일 뼈 아픈 부분이다. 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배경을 말할 수 있겠지만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외교부의 판단이었다”고 뒷수습을 했다.

김 장관은 4일 여야의 국회 부의장인 이병석(새누리)·박병석(민주통합) 의원을 방문해 협정 처리 방식을 사과했다. 

김 장관은 오는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등을 가질 예정이지만, 9~10일 예정된 국회 상임위 일정 때문에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손제민·박영환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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