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8일 수요일

5·16은 강도짓, 강도가 최선의 선택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17일자 기사 ' 5·16은 강도짓, 강도가 최선의 선택인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갈데까지 갔다. 5·16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 하더니 이번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를 완전히 다시 쓰고 있다. 5·16은 일부 정치군인들이 정권을 찬탈할 목적으로 일으킨 쿠데타였다. 무력을 동원한 권력 탈취,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쿠데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박근혜는 5·16으로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이룩했고, 그러기 때문에 ‘구국의 결단’이 되었고,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강도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아 부자가 돼 선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강도의 죄가 용서될 수 있는가. 우리는 강도가 개과천선을 하든, 운이 좋아 부자가 돼서 선행을 했든 그 강도행위를 묵인하거나 미화할 수 없다. 강도가 최선의 선택인가. 강도가 불가피한가. 5·16은 총칼을 든 군인들의 강도행위였다. 훔친 것은 민주주의였다. 

박근혜는 말을 잘못했다. “아버지가 경제발전을 해서 이렇게 먹고살게 해주었지 않았느냐. 그러니 쿠데타는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좀 봐주라”고 했다면 납득할 사람이 제법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요즘 세상은 그런 논리에 오염된 사람들이 많다.

▲ 군사정권의 시작이 된 5.16 군사쿠데타 당시 박정희

5·16은 절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5·16은 절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고 민주주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동네 면장까지 국민이 뽑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경제개발계획이 세워지는 등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당 정부가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골몰하는 동안 박정희 소장과 일부 군인들은 나라를 도둑질할 강도 모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민주당 정부의 무능, 부패, 용공 때문에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른 말이다. 그들은 1960년 9월 10일 충무로에 있는 한 요정집에 모여 쿠데타를 모의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권이 내각구성을 마친 것은 8월 23일이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18일만에 그들의 모의는 시작된 것이다.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민주당 정부가 앞으로 부패하고, 무능하고 용공을 할 것을 먼저 예단하고 쿠데타를 준비한 꼴이 된 것이다.
박근혜, 친위 쿠데타라도 일으키겠다는 말인가
박근혜의 논리는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장면 민주당 정부의 무능, 부패, 용공 앞에서 아버지의 쿠데타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지금의 야권 역시 무능력하고 종북주의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장군의 딸인 내가 대통령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소름끼치는 일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박근혜 앞에 일사불란하고, 박근혜의 불통의 모습에는 박정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만약 나라에 긴급한 상황이라도 생기면 친위 쿠데타라도 일으키는 ‘불가피한 선택’을 하려고 하는가.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분명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 5.16 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가지고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유보할 수 있고, 쿠데타도 최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지도자, 강도행위를 구국의 결단으로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5·16과 박정희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계승과 발전을 선언한 박근혜, 그는 역사와 국민과의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가 박근혜를 문제 삼는 까닭은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생물학적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정책, 이념,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이를 다시 복원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자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숙명이다”
1994년 싱가포르 수상 리콴유는 아시아의 유교적 문화전통을 들며 “아시아에는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 문화는 숙명이다(Culture is Destiny)”라고 주장하며 아시아 국가들의 개발독재를 옹호했다. 박정희와 똑 같은 주장이었다.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김대중은 리콴유의 주장에 반대하며 맹자의 폭군방벌론(暴君放伐論,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백성은 임금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 사상을 들며 아시아 전통사상에도 민주주의 이념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아시아의 가장 큰 장애는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권위주의자들의 저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적 권위의 정치학술지 (Foreign Affairs) 지면을 통해 이루어진 이 논쟁은 ‘아시아적 가치논쟁’, ‘아시아 민주주의 논쟁’으로 유명하다. 이 논쟁은 김대중의 승리로 끝났다. 김대중 대통령 말처럼 “민주주의가 숙명이다(Democracy is Destiny).”
리콴유의 ‘문화숙명론’은 박근혜의 ‘불가피론’과 유사하다.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몰인식이 깔려있다.
싱가포르가 잘 사는 나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나라는 결코 아니다. 우리가 노르웨이나 스웨덴과 같은 나라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잘하면서도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쿠데타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박근혜의 위험하고 천박하고 몰역사적인 인식이 안타깝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  beyon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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