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6일 월요일

몸무게 30kg 할머니 “밥보다 더 절실한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6일자 기사 '몸무게 30kg 할머니 “밥보다 더 절실한건…”'을 퍼왔습니다.

12년째 쪽방에 혼자 살고 있는 김갑연 할머니가 지난 4일, 경남 마산시 회원동 골목길에서 작은 손수레에 의지해 걸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RT, 소통이 나눔이다 ⑤ 월세 버거운 독거노인 김갑연씨
밥보다 절실한 6개월 쪽방값 60만원 
20년간 절밥짓다 3년째 폐지줍기 
지난 1월 다쳐 일 못해 빚 쌓여 
“집주인한테 미안해서 우짤꼬”

김갑연(84) 할머니는 빚지고 산다. 10만원 월세를 6개월째 내지 못하고 있다. “1000원이라도 남한테 빚진 게 있으면 못 사는데, 집주인한테 미안해서 우짤꼬.” 지난 4일 오후 경남 마산에서 만난 할머니는 취재 내내 빚으로 남아있는 집세를 걱정했다. 할머니는 12년 전부터 3평 남짓한 쪽방에 혼자 살고 있다.김 할머니는 폐지를 줍다 허리를 크게 다친 지난 1월부터 집세를 내지 못했다. 할머니에게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은 정부가 주는 기초노령연금 월 9만4600원이 전부다. 전기세·전화요금 등 공과금 3만5000원이 빠지면 손에 쥐는 돈은 기껏해야 6만원가량이다. 월세 10만원을 내려면 다른 소득이 필요하다.80대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넝마주이’뿐인데, 허리를 다친 뒤로는 그나마 할 수 없게 됐다. 장바구니가 달린 작은 손수레에 의지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굽었다.돌봐주는 가족이 없고 일도 할 수 없는 고령의 독거노인에게 집세는 빚이나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도 노인 실태조사’를 보면, 65살 이상 노인의 43.0%는 생활비 지출항목 가운데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이 비율이 56.4%로 평균을 웃돌았다.김 할머니를 지원하고 있는 금강노인문화센터 안형옥 사회복지사는 “우리가 식사를 배달하는 60명의 독거노인 대다수의 주거형태가 10만원 안팎의 월세”라며 “김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을 얻을 수 없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서류상에 존재하는 자식들은 김 할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할머니는 남편없이 자식 넷을 혼자 키웠다. 17살에 결혼한 남편은 막내딸을 낳은 뒤 집에 발길을 끊었다. 할머니는 술집, 식당, 학교 급식실 등을 돌면서 쉴새없이 일했다. 이름 한 자 쓰지 못하는 무학의 설움을 물려주기 싫었지만, 막내 아들만 고등학교를 나왔고 다른 자녀들은 중학교를 겨우 마쳤다.

노령연금 9만4천원이 수입 전부
자식들 있어 기초수급 못받아
체중 30㎏에 백내장까지 겹쳐

“에미가 못사니, 자식들도 못살아.” 자녀들은 할머니를 부양할 형편이 안 된다. 장남은 30년 전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모른다. 당시 아들은 30만원을 빌려 가게를 차리려 했다. 불쑥 나타난 남편이 이를 가로채 달아났다. 그 길로 집을 나간 장남은 다시는 가족을 찾지 않았다. 막노동으로 사는 차남도 어머니를 찾지 않은 지 오래다. 셋째아들이 착실하게 일을 해 용돈을 챙겨주곤 했지만 2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일자리를 잃은 뒤에는 자기 살림도 빠듯하다. 할머니를 만난 지난 4일, 셋째아들은 암이 재발해 재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떠났다고 했다. 할머니는 “에미가 복이 없으니, 자식들도 못산다”고 여러차례 말했다.자녀들이 출가한 뒤 김 할머니는 집없이 전국의 절을 돌아다녔다. 스님과 불자의 밥을 해주는 공양주로 20년 가까이 살았다. “자식들 결혼시키면서 진 빚을 공양주하면서 다 갚았다”는 할머니가 공양주 생활을 마쳤을 때, 50대 초반이던 나이가 칠순을 넘겼다. 지난 2000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온 뒤 폐지를 줍고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혼자 힘으로 살았다. 하루라도 폐지를 줍지 않으면 집세를 낼 수 없어서 무료로 해준다는 백내장 수술 날짜도 놓쳤다.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오른쪽 눈은 홍채의 4분의 1 정도가 사라졌다.“내가 하루이틀이라도 먼저 주면 먼저 줬지, 한번도 못 준 적이 없는데…. 집세라도 주면 마음이 편하겄구만.” 빚지고 사는 일을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할머니는 집세를 모으려고 아예 돈을 쓰지 않는다. “먹는 거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 점심은 경로당에서 해결하고, 나머지 끼니는 된장과 김치만 놓고 밥을 먹는다. 앙상한 할머니의 몸무게는 30㎏도 안 된다. “얼마전 목욕탕에서 체중을 재봤어. 내가 눈금을 볼 수 없어서 아가씨들한테 몇 킬로냐고 물으니 ‘할머니, 바람 불면 나가지 마소’ 그라대. 예전에도 약했지만, 이러지는 않았는데….”주위에선 부족한 식사와 건강부터 걱정하지만, 정작 할머니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몇십만원의 집세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