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환갑 넘어 육갑 떠는 모자란 정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5-28일자 기사 '환갑 넘어 육갑 떠는 모자란 정치'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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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난데없이 갑을(甲乙) 논쟁이 한창이다.
사전적으로 보면 을(乙)의 주요한 뜻은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있을 때 그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때론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둘째를 이르는 말"을 일컫는 표현이기도 하다.
갑(甲)의 주요한 뜻도 다르지 않아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있을 때 그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하여 이르는 말"로 을(乙)과 똑같다.
굳이 두 번째 뜻을 일컬어 다른 것을 찾자면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이라는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이다.
차례는 말할 것도 없고, 등급을 매긴들 십간(十干)에 갑과 을만 있을까? 그 뒤로 병도 정도 있는데 마치 을은 뭔가 하위의 약한 존재로, 갑은 상위의 강한 존재로 치부하는 요즘 정치권의 말 쓰임새부터가 한마디로 육갑(육갑) 떠는 수준이라 하겠다.
간지(干支)는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한 것으로,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도 한다.
십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를 말하며, 본래 날짜를 세는 단위로 사용된 것이고, 십이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본래 달(月)을 세기 위한 숫자로 사용된 것이다.
간지(干支)과 지지(地支)를 붙여 甲子(갑자), 乙丑(을축)' 등이 된다. 이를 조합하면 60개가 되고, 이를 '六十甲子(육십갑자)'라고 하는데, 줄여서 '六甲(육갑)'이라고도 하며, 만 나이로 60세 생일날을 '환갑(還甲, 甲子가 돌아옴)'이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로 이루어진 책력법은 중국 서적에도 동이(東夷)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대 중국에서 일반화되기 훨씬 이전에 우리 민족이 만들어 사용한 달력이라는 설도 있다.
올해는 계사(癸巳)년이다. 계사년에서 '헤아리다' 또는 '무기'를 뜻하는 계(癸)는 본래 "새로운 일을 다시 준비한다"는 의미라고 하며, 십이지(十二支) 중 '뱀'을 표시하는 사(巳)는 "날다가 떨어진다"는 의미라고도 한다.
우리 민족에게 뱀은 징그러운 동물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 죽은 이의 새로운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으며,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의 생물학적 특성은 풍요(豊饒)와 가복(家福)의 화신으로 문화적 변신을 하게 된다. 흔히 뱀 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본래 의미 측면에서 갑(甲)을 해석하면 껍질을 표현한 상형문자로 "조상의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이고, 을(乙)은 새롭다는 뜻과 함께 "강하게 뻗어나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권은 갑을상생(甲乙相生)을 말하고 야권은 을(乙)을 지키겠다고 난리다. 말로만 따지면 둘 다 틀리며, 그나마 여권이 상생을 말하니 속 생각이 어떻든 공감대가 조금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듯, 세상에는 갑과 을만 있지 않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정치권이 나서 순서(順序)의 의미를 상하(上下)의 의미로 뒤바꾸니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정치가 앞장서 하는 꼴과 다르지 않은바, 이야말로 이제 겨우 환갑을 넘긴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비판해도 좋을 정도다.
환갑 넘어 육갑 떠는 모자란 정치, 과연 언제까지 할 것인가?
속없이 갑을(甲乙)만 입에 담는 정치,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살펴 고루 배려하려는 최소한의 철학적 깊이가 존재하지 않는 정치는 그야말로 재앙이라 하겠다.


▲ 전경과 바리케이트부터 치워라!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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