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사설]일상화한 ‘원전 불안’ 무엇이 문제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8일자 기사 '[사설]일상화한 ‘원전 불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퍼왔습니다.

원전에 불량 부품이 대거 사용된 사실이 또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어제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원자로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가동 중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원자로를 정지토록 했다고 발표했다. 가동 중단에 들어간 이 2기를 비롯해 계획예방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 운영 허가 심사 중인 신월성 2호기의 가동 또는 재가동 일정이 지연되면서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전국 23기의 원전 가운데 2기가 가동 중단되고 5기가 계획예방정비, 1기가 수명 연장 심사, 2기가 수리를 이유로 멈춘 상태다. 참으로 불안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원전은 잦은 고장과 사고, 가동 중단, 부품 위조, 납품 비리 사건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한국전력 등 원자력업계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하고 정부는 안전 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하는 가운데 터져나오는 사건·사고다. 충격적인 일을 하도 자주 당하다 보니 감각이 무뎌질 지경이다. 이번 사태는 원자력업계의 비리 제보를 위해 원안위가 운영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사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지난해 원안위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으로 실시한 원전 부품 조사에서 파악하지 못한 안전계통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품의 부실이 제보에 의해서야 밝혀진 셈이다. 원자력업계의 폐쇄성이 안전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위조한 것은 국내 업체가 제작한 제어케이블에 대한 내환경검증시험 결과다. 제작업체도 아니고 국가가 인증한 시험기관이 이를 위조할 필요도 까닭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확실한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을 언명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기관과 업체에 대한 형사고발 등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거듭되는 원전 불안은 에너지정책 전환 등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재삼 절감케 한다. 공교롭게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터진 어제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참가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2호기 착공식 날이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신고리 3·4호기는 UAE 수출 원전과 같은 모델이고,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의 명분으로 삼는 원전이다. 불안과 갈등을 낳고 탄력적인 수급이 어려운 원전 위주의 전력 공급 정책을 재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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