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1일 금요일

삼성 이수형 전무, 범죄 피의자와 손잡고 페이퍼컴퍼니 설립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30일자 기사 '삼성 이수형 전무, 범죄 피의자와 손잡고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퍼왔습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660억 주가조작 연루 해외 도피 중인 김석기 중앙종금 회장 회사에 이사로 등재

이수형 삼성그룹 준법경영실 전무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3차 페이퍼컴퍼니 명단에 따르면 김석기 전 중앙종합금융 사장과 부인인 연극배우 윤석화씨를 비롯해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거나 주요 주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전무는 삼성그룹에 입사하기 전인 2005년 6월,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김석기 전 사장이 조세도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에너지링크홀딩스라는 이사로 참여했다. 

이 전무는 뉴스타파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김석기 사장이 조원표 사장과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같이 이름을 올리자고 제안해서 수락했다”면서 “이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고, 이후에도 아무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전무는 “단 한 푼도 투자하거나 대가를 받은 것이 없으며, 사업 내용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그 뒤로 김 사장과의 연락은 거의 없었고, 1~2차례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전무는 “2005년 무렵 조 사장이 김 사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내게 ‘어차피 함께 김 사장을 알게 됐는데 같이 이름을 올리자’고 제안해 왔고, (당시 판단에) 투자도 아니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이를 수락하고 조 사장에게 여권번호와 영문 이름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15년 동안 법조 기자로 일하다가 2006년 5월 삼성그룹 법무팀으로 옮겼다. 뉴스타파가 밝힌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점은 2006년 8월이다. 이 전무는 “제가 삼성에 입사할 무렵에는 문제의 회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으며, 이사 등재 사실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삼성그룹 이수형 전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점도 문제지만 그 무렵 김석기 전 사장이 660억원 상당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다가 해외 도피 중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주목된다. 종합일간지 법조팀장을 맡고 있던 기자가 도피 중인 범죄 피의자를 만나서 취재를 하기는커녕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고 주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업계에서는 한때 김 전 사장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행방이 묘연했다. 

김 전 사장은 과거에도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주식시장을 교란한 바 있다. 1999년 4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골드뱅크의 CB(전환사채)를 인수해 해외 투자자가 인수한 것처럼 속여 66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골드뱅크를 인수한 자금은 중앙종금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전무가 2004년에도 조원표 사장이 설립한 회사의 감사로 등재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무는 “본인에게 자신의 회사의 사외 감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해 무보수로 맡아 주기로 하고 등재됐으나 동아일보를 사직하면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조 사장 역시 동아일보 출신으로 두 사람은 선후배 사이다. 

이 전무는 “뉴스타파에 저도 피해자이므로 실명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면서 “특히 삼성과는 무관한 것이 너무도 명백하므로 회사 이름을 명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또 “저의 뜻과 무관하게 삼성에 누를 끼쳐 죄송하고 면목 없다, 제가 몸 담았던 동아일보와 선후배, 동료 기자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도피 중인 범죄 피의자를 만나는 것이 적절치 않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기자는 대통령도 만나지만 범죄자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철학이나 원칙 나름”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지금 상황에서 밝히기는 어렵지만 김 전 사장이 연루된 상당히 큰 건을 취재하고 있었고 취재 협조를 받는 입장에서 김 전 사장의 부탁을 들어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이 전무가 기자들에게 보낸 해명 전문. 

① 김석기 사장을 알게 된 경위

- 1999년 경 중앙종금 김석기 사장이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가 바로 구속적부심으로 풀려 난 사건이 있었음

- 이 사건 직후 김 사장의 고문변호사와 함께 김 사장을 만나게 됐음. 고문 변호사는 그 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고, 만날 때 후배 기자들 여러 명과 함께 있었음. 조원표 사장도 당시 함께 만났음. 이후 2000년 8월 본인이 미국 탐사보도협회 단기 연수(15일)를 떠난 사이 김 사장이 중앙종금 영업정지 사태로 홍콩으로 출국하고 연락 끊김.

② 2004년 이후

- 본인은 미국 로스쿨 연수를 마치고 2004년 3월 귀국해 동아일보 법조팀장으로 복귀

-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안 나지만 2004년 홍콩을 방문해 김 사장을 만났으며(김 사장 측의 요청으로 만나자는 연락이 왔음), 이후 2005년 5월 홍콩의 한류 짝퉁 실태를 현지 취재하기 위해 홍콩에 출장가서 다시 김 사장을 만났음. 당시 홍콩 海關(우리의 관세청) 청장을 인터뷰 해 5월 19~20일자에 '韓流가 도둑맞는다'는 기사 보도

- 조 사장은 2000년 초 동아일보를 사직했는데, 당시 김 사장이 스카웃 제의했음. 조 사장은 辭讓하고 다른 중소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가서 경영을 맡음.

③ Energy Link 이사 등재 경위

- 조 사장은 2004년 경 본인에게 자신의 회사의 社外 監事를 맡아 달라고 요청. 無報酬로 맡아 주기로 하고 登載(동아일보 辭職하면서 사퇴했음)

- 조 사장은 2005년 무렵 同種업종인 중국 알리바바닷컴과의 투자 문제로 홍콩을 다니면서(알리바바닷컴이 홍콩에 上場했음) 김 사장과 연락. 김 사장은 조 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사업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조 사장도 해외 사업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개인적으로 같이 하기로 했다고 들었음.

- 조 사장은 어차피 본인과 함께 김 사장을 알게 됐는데 같이 이름을 올리자고 요청. 본인은 투자도 아니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조 사장 통해 여권번호와 영문 이름을 알려 줌

- 당시 이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줄 전혀 몰랐고, 이후에도 아무 진전된 사항이 없음. 단 한푼도 투자하거나 대가를 받은 것이 없으며, 사업 내용도 모름

- 이후 2007년 조 사장에게서 문제의 사업이 진전이 없고, 정리하기로 했다고 들었음

- 이상이 전부임. 이후 김 사장과의 연락은 거의 없었고, 1~2차례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었음.

④ 삼성과의 관계

- 전혀 관계 없음. 전후 시점과 상황이 명백함

- 문제의 회사 설립은 2005년 6월. 명의 빌려 준 시점도 그 무렵인 것으로 기억함

- 제가 삼성에 입사한 시점은 2006년 5월 17일. 문제의 이사 등재는 뉴스타파 측으로부터 2006년 8월이라고 들었음. 그러나 제가 삼성에 입사할 무렵에는 문제의 회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으며, 페이퍼컴퍼니 이사 등재 사실도 몰랐음

□ 입장

- 이상이 전부입니다. 문제의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으며, 어떠한 금전 거래도 없었습니다.

-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이 문제된 법인 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역외탈세 혐의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저 개인에 국한해 말씀 드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제 넘는 얘기지만, 간절히 바랍니다.

저 개인에 대해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법이 허용하는 한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뜻을 뉴스타파 측에 말씀 드리고, 저도 피해자이므로 실명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특히 삼성과는 무관한 것이 너무도 명백하므로 회사 이름을 명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특히 저의 뜻과 무관하게 삼성에 누를 끼쳐 죄송하고, 면목 없습니다.

제가 몸 담았던 동아일보와 선후배, 동료 기자들에게도 죄송합니다.

2013. 5. 30.

이수형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