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어린이집 비리 고발, 송파구청이 원장에게 흘렸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30일자 기사 '어린이집 비리 고발, 송파구청이 원장에게 흘렸다'를 퍼왔습니다.


학부모-원장 통화내용 입수, 취하 방법까지 조언
대구선 소문 떠돌던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나와 

불법적으로 추가 식비를 걷은 어린이집에 대해 학부모가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구청 직원이 곧바로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달하고 민원 취하 방법까지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어린이집과 감독기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최근 횡령·유아학대 혐의가 적발된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집 중 한 곳이다.([한겨레] 28일치 1·8면)29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ㅁ어린이집의 전아무개(52) 원장과 학부모 ㄱ(35)씨의 지난해 8월11일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학부모 10여명이 이 어린이집에서 불법적으로 ‘유기농비’를 걷는다며 송파구청에 민원을 넣자 다음날 구청 담당자가 전 원장에게 민원 접수 사실을 전하며 민원 취하에 나서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원장은 ㄱ씨와의 통화에서 “어제 아침 ○선생이 전화해 ‘구청 담당자 전화가 왔는데 원장님이 원(어린이집) 전화로 (구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민원을 취하하려면) 월요일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해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니 수요일(8월15일)까지 (구청에)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담당 공무원이 ‘그거(민원 취하를 위한 총회)는 바로 공지 나가세요’라고 말해서 (공무원과) 협의를 해서 (총회 날짜를 잡았다)”고 덧붙였다.이는 앞서 지난해 8월9일 학부모 10여명이 ㅁ어린이집에서 불법적으로 유기농비를 매달 6만원씩 걷는다며 송파구청에 개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직후 이뤄진 통화다. 어린이집이 별도의 식비를 걷는 것은 불법이다. 통화 내용은, 구청이 제기된 민원을 당사자인 어린이집 원장에게 곧바로 알려준 것은 물론이고 민원 취하 방법까지 조언해준 증거다.송파구청은 당시 민원을 낸 학부모 2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추가로 민원을 내는 학부모들에겐 이미 접수된 민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원장은 8월10일 “학부모 2명이 유기농비 민원을 제기했다”며 ‘8월13일 긴급회의를 소집한다’는 안내문을 전체 학부모들에게 보냈고, 결국 민원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처리됐다.이런 상황은 반복됐다. 일부 학부모들이 이후 서울시와 상담한 뒤 다시 송파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가 아이들의 피해를 우려해 곧바로 철회했는데, 전 원장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유기농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서울시 상담을 거쳐 지난해 10월4일 구청에 다시 민원을 넣었지만, 아이들이 걱정돼 다음날 민원을 철회하고 (민원자의) 신원을 보호해달라고 구청에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10월10일 전 원장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한테 민원 제기에 대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전 원장은 해당 학부모에게 ‘왜 어린이집을 흔드느냐’고 따졌고, 민원 제기 사실은 ‘공무원이 말해줘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이에 대해 송파구청에서 당시 민원을 담당했던 팀장은 “누군지 몰라도 공무원이 그랬을 리 없다”고 해명했다. 전 원장은 어린이집을 비운 채 휴대전화를 꺼두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전 원장은 지난 3년간 6억4000여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 원장은 유기농비를 업체로부터 거의 다 (리베이트로) 돌려받은 것은 물론 일반 식비까지 빼돌렸다. 부족한 식대 때문에 아이들에게 1인분 음식을 3명에게 나눠주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또다른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구청 공무원이 민원 내용을 전해준 정황이 있어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소문으로만 떠돌던 어린이집 보육교사 ‘블랙리스트’가 대구 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9일 “대구 달서구의 전체 민간어린이집 원장에게 특정 보육교사의 재취업을 막는 블랙리스트, 일명 살생부 명단이 전자우편으로 발송된 것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는 ‘2013년도 신입 교사 채용시 참고하면 좋을 듯’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해 ‘문제 보육교사’ 일곱 명의 이름을 밝혀 적었다.


정환봉, 대구/김일우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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