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옹고집' 홍준표-'모르쇠' 박근혜, 공공 병원 끝내 죽이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9일자 기사 ''옹고집' 홍준표-'모르쇠' 박근혜, 공공 병원 끝내 죽이나'를 퍼왔습니다.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끝내 진주의료원 폐업을 기습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미 폐업 신고까지 마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이유로 103년 역사의 공공 병원을 폐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29일 오후 2시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폐업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경남도와 도의회에서 수십 차례 경영 개선을 요구했으나 모두 거부됐다"며 "진주의료원의 부채가 279억 원인 상황에서 폐업은 불가피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홍 지사는 "의료원 단체협약은 노조에 무소불위의 특권과 인사·경영권 침해를 보장해줘 노조 해방구가 됐고 부채 279억 원은 공공 의료가 아닌 노조 기득권 유지에 들어갔다. 의료원이 노조 해방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 ⓒ프레시안(최형락)

폐업 이후 재개원, 매각, 해산 여부에 대해서 홍 도지사는 "관련 조례가 도의회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어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으며, 새누리당에서 '재개원'이 거론됐다는 질문에는 "잘 상의해보겠다"고만 답했다.

경남도가 임시로 임명한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9시께 진주보건소에 직원을 보내 폐업 신고를 마쳤다. 오전 10시에는 박 직무대행이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직접 폐업을 공식 발표했다.

박권범 직무대행 또한 "공공 의료는 하나의 빌미일 뿐 노조원들에게 신의 직장이 된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이 도민 여러분의 혈세를 아끼고 세금 누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에 남아 있는 환자 3명에 대해서는 진료를 계속하겠지만,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보호자에게 요청한 상태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직원 70명에게는 해고를 통보했다.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노조 조합원 30여 명에게는 논란이 된 '용역 투입'을 단행하는 대신, 퇴거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유감 표명하며 '폐업 불개입론' 재확인…야당 반발

이번 발표는 국회와 시민사회, 노조의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요구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시민사회, 노조 등은 폐업만은 안 된다며 경남도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홍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해방구"라며 막무가내로 폐업 방침을 고수해 왔다.(☞ 관련 기사 : ['진주의료원 위기는 노조 탓' 홍준표 주장, 거짓이었다] [진주의료원은 '강성 도지사의 해방구'인가?] [홍준표, 누구도 못 말려?…당정협의 성과 無])

그러나 홍 지사의 '밀어붙이기'식 결정에는 새누리당과 정부의 방관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 정부나 여당이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보건복지부(진영 장관)는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정부와 국회의 거듭된 진주의료원 정상화 요청에도, 경남도가 폐업 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부는 진주의료원 폐업이 공공 의료의 축소가 아닌 확대·강화의 계기가 되도록 지방의료원 육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폐업 불개입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달 "왜 진주의료원이 방치됐는지 사실에 근거해 도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갖고 일을 처리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한 "도민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원론을 언급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 조치는 아직까지 취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가 폐업을 강행한 29일, 청와대는 '지자체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진주의료원은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 법인"이라며 "지자체장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있다. 청와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고, 개입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내에서는 홍 지사의 판단에 대해 평이 엇갈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사안에 대한 직접 논평은 삼갔으나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부터 단순한 밀어붙이기보다는 설득을 위한 노력을 중시해 왔다"고 말해 미묘한 뒷맛을 남겼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홍 지사가 민선 지사인데 여러 정치적인 판단을 했을 것 아니겠느냐"며 "지역 신문을 보면 여론조사가 그런 쪽(폐지 쪽)으로 많이 나왔다고 한다"고 홍 지사를 감싸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정부·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폐업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현행 의료법상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주의료원에 업무 개시(개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 의료 활성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까지 감안하면, 정부의 '폐업 불개입론'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이) 공공 의료 확대를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냐"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보건복지부가 경남도의 폐업 신고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며 "신고를 수리한다면 정부는 갑의 횡포를 거드는 공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6월 국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는 '진주의료원 폐업, 홍준표 국정조사'에 여당이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특히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홍 도지사의 새누리당 제명까지 요구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 총력 투쟁…야당 도의원들 "홍준표, 지사직 걸어야"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와 홍준표 도지사를 상대로 총력 투쟁을 벌일 것을 선포했다.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은 "홍 도지사의 폐업 발표를 근거로, 6월 임시회의에서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도 진주의료원(의 법인 자체를 해산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자고 압박할 것"이라며 "도의회가 조례안을 통과하는 것을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진주의료원 주변에 경찰들이 깔리고 있다"며 "경남도가 남아 있는 환자와 조합원들을 내쫓는 것 역시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의회 야당 의원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폐업 처리를 놓고 도민 의견을 묻기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하되, 폐업 찬성이 많으면 의원직을 걸 각오"라며 "홍 지사도 지사직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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