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코오롱 상식 밖 가처분이 불매운동 불 질렀다

이글은 참세상 2013-05-28일자 기사 '코오롱 상식 밖 가처분이 불매운동 불 질렀다'를 퍼왔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1700개 사업장에 확산...“한라산, 지리산이 코오롱 사유지인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정리해고를 비판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사상 최초로 전국 102개 유명산과 등산객을 상대로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낸 것이 오히려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기자회견 도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코오롱 등산화를 신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코오롱투쟁 공동대책위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산하 1700여 개 사업장 등산모임을 시작으로 전국의 등산모임으로 코오롱 불매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했기 때문. 

이렇게 단위 사업장 문제에 민주노총까지 불매운동 확산에 나선 것은 코오롱의 가처분 신청이 워낙 상식을 벗어나 시민의 호응이 높고,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이용하면 코오롱 불매운동에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코오롱이 신청한 가처분 내용은 전국 102개 산에서 1인 시위, 현수막과 피켓, 유인물 배포, 스티커 부착, 집회를 하거나 제3자에게 하도록 하면 해고자들이 1일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코오롱 정리해고에 공감한 등산객이 ‘코오롱 불매’ 몸 조끼를 입고 산에 오르거나 산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면 건당 100만 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코오롱이 지리산도, 한라산도 불매운동 선전물을 들고 등산하지 말라고 가처분 신청을 낸 그 자체가 개그”라며 “코오롱이 수영복도 만드는데 민주노총이 조끼를 입고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을 활보하면 그것도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낼 것이냐”고 조롱했다. 

주봉희 부위원장은 “다음달 10일께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민주노총과 산별 임원이 대거 참석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코오롱 불매운동 조끼를 영어로 써서 총회에 참가하는 외국 노조 조직에 배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나위 학생변혁모임 집행위원장은 “지난주 금요일 관악산 앞에서 30분간 불매운동을 진행하자 많은 시민들이 불매운동에 공감을 했다”며 “코오롱이 가처분까지 내고 나오는 것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6일 다시 산에 올라 왜 코오롱 등산 용품을 사선 안 되는지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 불매 운동에 함께하는 시민 신종훈 씨는 “102개 산이 코오롱의 사유지도 아닌데 자신 의지로 불매운동을 하는 등산객들을 두고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분노를 느꼈다”며 “코오롱 제품을 사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천박하게 만드는 창피한 일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102개 산을 상대로 한 이번 가처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코오롱이 한 획을 그었다”며 “우리 모두의 공유 대상인 산을 대상으로 가처분을 낸 것은 처음”이라고 비꼬았다. 

신인수 변호사는 “코오롱은 SNS 등 인터넷에서의 불매운동도 다 금지하고 있다”며 “현실공간이나 인터넷 사이버공간 모두에서 불매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불매운동은 시민들의 권리로 이번 가처분은 시민운동 탄압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코오롱 3천일 투쟁을 맞아 불매 투쟁을 전국화하기 위해 휴가철 전인 6월 말까지를 1차 집중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아웃도어 제품 특성상 산으로 직접 가 불매투쟁을 할 경우 성과가 크다는 판단에 불매운동 몸 조끼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에게 대여하고, 매주 산행하는 팀의 인원수를 확인해 3천 명까지 1차 집중 투쟁을 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라산과 지리산이 코오롱 이웅렬 회장 뒷동산이냐”며 “코오롱은 102개 유명산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소송을 중단하고, 해고자를 복직시켜라”고 촉구했다.


김용욱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