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KBS와 MBC, 차려진 밥상 엎어버려

이글은 시사IN 2013-05-27일자 기사 'KBS와 MBC, 차려진 밥상 엎어버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직된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대안 언론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 취재를 통해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이는 245명 한국인 명단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장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TV조선, JTBC, 채널A의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공고문이 붙었다. 기자회견장이 언론노조 사무실이었던 터라, 언론노조가 보수 언론과 보수 종편의 사무실 출입을 금한 기존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중파 방송을 도와주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공영방송들은 차려진 밥상을 엎어버렸다. SBS만이 해당 소식을 헤드라인에 편성하고 두 꼭지에 걸쳐 보도하면서 ‘버진아일랜드’의 풍경과 ‘페이퍼 컴퍼니’의 성격에 대한 해설 보도를 내보냈다. 반면 KBS와 MBC는 한 꼭지로 편성해 뉴스 중반부에 배치하는 축소 보도를 했다.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 당사자 및 기업의 해명을 함께 배치해 ‘물타기’를 했고 KBS는 아예 뉴스타파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은 채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표현했다. 뉴스타파 구성원의 상당수가 KBS와 MBC 출신이라는 걸 감안하면 씁쓸한 상황이다. 

한편 5월23일자 신문들은 보수지라도 대부분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만 5면까지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공영방송과 재벌 언론이 가장 보수성을 드러내는 이 기형적인 언론 환경은 이명박 정부의 유산이건만 박근혜 시대에도 쭈~욱 이어지고 있다.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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