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손석희의 JTBC 뉴스, ‘삼성 이재용 아들 입학 부정 의혹’ 침묵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9일자 기사 '손석희의 JTBC 뉴스, ‘삼성 이재용 아들 입학 부정 의혹’ 침묵'을 퍼왔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아들’ 누락… JTBC “제작시간이 촉박해 메인뉴스 대응 못해”

영훈국제중학교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JTBC는 이 소식을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연루 의혹은 누락했다. JTBC와 중앙일보가 CJ그룹 수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8일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교과 성적이 45.848점(50점 만점)으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에 지원한 155명 중 72위에 머물려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추천서(30점)와 자기개발계획서(15점), 출석 및 봉사(5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15위로 최종 합격했다. 이에 검찰은 이날 저녁 영훈중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JTBC는 28일자 메인뉴스 (NEWS 9)에서 이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는 29일자 12면 기사 (신입생 성적 조작…영훈국제중 압수수색)에서 전했지만, 영훈중학교의 입시성적 조작 대상자에 이 부회장의 아들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현직 판사, 전직 대기업 계열사 대표의 자료가 입학해 논란이 됐다”라고만 처리했다. 


▲ JTBC 홈페이지

이는 해당 언론사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과 재산분할소송 중인 이맹희 회장의 CJ그룹 수사에 관해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과 매우 차이가 난다.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의 CJ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23일 1면 톱기사와 4·5면, 24일 1면 기사와 4·5면 및 12면 기사, 25일 1면 기사와 4면, 27일 1면 기사와 8면, 28일 1면 기사와 4·5면, 29일 14면 기사에서 다뤘다. JTBC의 경우 메인뉴스 (NEWS 9) 23일 톱기사를 비롯해 3건, 23일 2건, 27일 2건, 28일 3건을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JTBC는 삼성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삼성 관련 기사는 누락 혹은 축소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공정언론의 상징이었던 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가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 갔을 당시에도 ‘과연 손석희가 삼성 문제를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서경호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에 대해 29일 통화에서 “편집국과 보도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입학성적 조작은 아직 의혹이나 정황이지 아직 팩트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것은 언론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이재용 관련 내용이 누락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JTBC측은 또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저녁 7시께 이뤄져 메인뉴스에서 대응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JTBC와 같은 시간대인 9시에 메인뉴스를 전하는 KBS의 경우 28일 12번째 리포트 (“이재용 아들도 성적 조작”…영훈중 압수수색)에서 “올해 영훈 국제중 비경제적 배려 전형에서 학과성적이 아닌 주관적 심사 부분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한 3명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오후 8시에 메인뉴스를 하는 SBS 역시 27번째에서 (검찰, ‘입시 비리 의혹’ 영훈 국제중 압수수색)에서 단신 처리했다.  

JTBC는 이 소식을 29일 정오께 (주관영역 만점으로 합격?…이재용 아들 부정입학 의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입학성적이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사건이 터진 28일엔 ‘의혹’이기 때문에 메인뉴스에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다음날에는 ‘의혹’이면서도 리포트를 한 셈이다.  


▲ 중앙일보 23일자 1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메인뉴스에서 할 아이템을 그 다음날 오전 뉴스로 돌리는 것은 다른 언론들이 다 보도한 다음 ‘따라가기’ 식으로 소식을 전하면서 ‘1보’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면서 “‘의혹이기 때문에 보도 못했다’는 것은 종편이 방송사업자로서 능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추 사무총장은 ‘손석희 이후 JTBC’에 대해서도 “JTBC의 보도는 여전히 종편이란 프레임에 묶여져 있다. 변화를 견인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손석희가 간 다음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아직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JTBC가 손석희 영입 이후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일으키지 못한다면, 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손석희 사장은 통화에서 “어제(28일) 아이템 최종보고를 받지는 못했고, 오늘 오전 이 사안을 보도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MBC와 채널A도 28일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고, 29일 오전 전했다.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1면에서 보도했고,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특정 학생’이라고만 했을 뿐, 이 부회장 아들이 연루됐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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