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박근혜, 시한폭탄” 이라더니… “모든 게 거의 완벽” 찬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9일자 기사 '“박근혜, 시한폭탄” 이라더니… “모든 게 거의 완벽” 찬가'를 퍼왔습니다.
8년전 박대통령 약점 드러내던 조선닷컴, 이제 와선 낯뜨거운 용비어천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태 이후 위기에 직면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TV조선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느닷없이 낯뜨거운 용비어천가식 인물분석을 하고 나섰다. 이 같은 글은 정권 초기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판해왔을 뿐 아니라 8년 전 박 대통령의 사생활 등 베일에 가려져있던 약점을 낱낱이 드러냈던 조선닷컴에 실렸다. 

문제는 8년 전 같은 조선닷컴에서 약점으로 지목한 것이 이제는 강점으로 둔갑됐다는 데 있다. 조선닷컴은 29일 아침 최우석 TV조선 청와대 취재팀장(정치부 부장)이 쓴 ‘국민과 결혼해 취임 90여 일 맞은 박대통령의 새 소통방식은?’이라는 글을 오전 한 때 톱뉴스로 배치하는 등 비중있게 실었다.

‘원칙지키고 신중’ → 8년 전엔 ‘물러서지 않는 고집’

최 팀장은 윤창중 사태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해 “윤창중 사건 이후 업무 스타일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해왔듯이 ‘꿋꿋하게 하던대로’ 할 것”이라며 “안 바뀐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원칙을 지킨다는 의미”라며 “의사결정이 느린 것은 그만큼 신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년 전인 지난 2005년 9월 21일 실린 ‘“아버지 후광 알맹이 없는 연예인식 인기”’라는 연재글에서 조선닷컴은 박근혜의 ‘물러서지 고집’에 대해 “자신이 설정해 둔 로드맵과 다른 얘기를 하면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복선이 없는 정치인’ → 8년 전 ‘곁에 동지는 별로 없어’

당내 동료와 교류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최우석 TV조선 팀장은 “이전 대통령들은 관저로 측근 정치인들을 불러 술자리도 갖고, 술에 취해 응석 부리는 후배 정치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는데, 박 대통령은 일절 이런 게 없다”며 “박 대통령은 복선(複線)이 없는 정치인이며, 밝힌 생각대로 추진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최우석 TV조선 청와대 취재팀장이 29일 조선닷컴에 실은 글.

이에 반해 8년 전 조선닷컴 글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해 “‘협상과 타협’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정치와 박 대표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소속의원들에게 당 대표로서 협조를 구하기는 하지만 가슴을 털어놓고 동지를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다…박 대표가 흔들릴 경우 위기를 함께 넘겨줄 당내 동지는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혹평했었다.

일과후 보고서 숙독·세상여론 청취→ 8년전 '베일에 가려진 사생활 시한폭탄'

특히 박 대통령이 일과 후 무슨 일을 하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져있지 않아 의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우석 팀장은 자신의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 시절 방미했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박학다식함”까지 떠올리며 호평했다. 최 팀장은 “2007년 워싱턴특파원 3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2시간30여분동안 외교·국방·교육·복지 등 사회 전분야에 걸친 송곳 질문들에 막힘 없이 대답해 다들 너무 박학다식(博學多識)한데 놀랐다”며 “내가 ‘쉬는 시간에 뭐 하세요’라 묻자 박 대통령은 지체없이 ‘보고서 읽어요’라 답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도 관저에서 밤 늦게까지 각 부처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는다고 한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밑줄쳐가며 보고서를 읽었다고 하는데, 부전여전(父傳女傳)인 것 같다”고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퇴근후에 대해 최 팀장은 “관저에서 종편뉴스를 포함한 TV뉴스를 빠짐없이 시청하고, 인터넷으로 언론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박 대통령이 세상 여론을 ‘가감없이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고 미화했다.

이런 박 대통령의 일과후 생활에 대한 조선닷컴의 태도는 8년 전엔 너무나도 정반대였다. 당시 썼던 글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생활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표현했었다.

“박 대표가 당무를 마치고 귀가한 후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행비서도 현관문 밖에서 수행을 시작한다. 옷은 어디서 사 입고 밥은 어떻게 해 먹는지 모든 것이 장막에 가려있는 것이 박 대표이다…깨끗한 이미지, 서민들을 위하는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정치인일수록 작은 흠집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를 두고 조선닷컴은 “어쩌면 베일에 가려져있는 박 대표의 사생활 역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더구나 꼼꼼히 보고서를 읽는 습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전여전이라고 칭찬한 것과 달리 8년 전 조선닷컴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이 대중적 인기를 안겨준 반면 ‘유신공주’라는 비판도 함께 받게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창조경제 창조적 방식 일자리 창출’ → 8년 전 ‘알맹이 없는 이미지 정치, 경제식견 부족’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관에 대해서도 최 팀장의 조선닷컴 글과 8년 전 조선닷컴의 글은 간격이 컸다. 최 팀장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대해 “기존 경제 시스템으로는 안되니까 창조적인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5년 조선닷컴에 실린 글.

그러나 8년 전 조선닷컴 글은 박 대통령에 대해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며 ‘민생정치’의 전도사로 그는 자처하고 있으나, 대선 예비후보로서 민생의 기초인 경제 등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혹평했었다.

“모든 게 완벽한 모범생, 밑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이밖에도 최우석 팀장은 박 대통령의 ‘모범생 기질’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닷컴 글에서 △박 대통령이 외국 귀빈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도 자료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해당 국가의 이슈를 너무 자세히 알고 있어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한다는 전언과 △밤새 보고서를 다 읽고 궁금한 건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석, 비서관은 회의중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을 썼다.

최 팀장은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분명 공부 잘하는 모범생 스타일입니다. 모든 게 거의 완벽해 밑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며 “아무 대나 보고하라고 한다는데, 아랫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보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고 했다. 윤창중 사건이 늑장 보고된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라고까지 최 팀장은 ‘과감하게’ 진단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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