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1일 금요일

“일베충도 넷우익도 우리 옆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30일자 기사 '“일베충도 넷우익도 우리 옆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를 퍼왔습니다.
[도넘은 청년극우④] [인터뷰] '거리로 나온 넷우익' 저자, 야스다 고이치(安田 浩一) 씨

일본의 ‘넷우익’과 우익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는 많이 닮아있다. 일본에서는 다소 과격하고 국수주의적인 면을 보이는 네티즌들을 ‘넷우익’이라고 총칭한다. 이들은 재일조선인이나 한류, 일본에서 오래 거주한 외국인 등을 비하하거나 정신적, 물리적으로 공격을 일삼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최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맞춰 역사를 왜곡하고 ‘호남’과 ‘좌파’를 ‘홍어’, ‘좌좀’(좌파좀비)라는 신조어를 유포시켰던 ‘일베’와 다를 게 없다. 

국내에 ‘넷우익’을 취재해 르포 형식으로 엮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원제 인터넷과 애국:재특회의 '어둠'을 쫓아서-ネットと愛國:在特會の闇を追いかけて-2012.04)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본 학자들 사이에선 넷우익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저자, 야스다 고이치(安田 浩一)씨도 그런 ‘연구인’ 중 하나다. 

경력 20년의 베테랑 기자인 야스다 씨는 지금은 프리랜서로 노동,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야스다 씨는 넷우익의 조직적인 결성체인 ‘재일(在日)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을 취재해 책에 옮겼다. ‘재특회’는 2012년 2월 기준으로 1만 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일본 최대 규모의 우익단체로 부상했다. 2007년 네티즌 100명 정도가 모여 단체를 만든 지 5년여 만에 1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베’의 미래는 어떠할까. 


'거리로 나온 넷우익' 저자 야스다 고이치 씨ⓒ야스다 고이치

야스다 씨는 3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넷우익이나 일베 회원(일명 일베충)들의 행동을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넷우익이나 배외주의자(외국 사람이나 외국의 문화, 물건, 사상 따위를 배척하는 주의자), 인종 차별 주의자는 결코 ‘요괴’, ‘괴물’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싶었다”면서 “이들이 무섭다(혹은 껄끄럽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또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민 노동자 문제나 경제 격차는 피할 수 없는 문제” 라면서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기세를 더해 가는 것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감정과 결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야스다 씨는 ‘ 넷우익’, ‘재특회’에 공감하는 일반인들이 늘어나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재특회의 과격 시위 등이 싫어져 탈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문제는 재특회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재특회에 가입하긴 싫지만 재특회의 주장에는 공감한다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일본 사회에는 아직 추악한 차별과 배외주의를 없앨 수 있는 자정 작용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에서도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싸우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각각의 나라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스스로 배외주의와 싸워 나감으로써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야스다 고이치 씨와의 인터뷰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재특회'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재특회 구성원들의 특징이 있다면?

취재를 하면서 일부 일본인의 불안과 불만이 편협한 내셔널리즘(애국심)에 빠지고 있는 것에 겁이 났다. 내셔널리즘은 매우 ‘편리한 도구’와 같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고, 아무 직함도 없는 무명의 사람들에게 자존심이라는 훈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배외주의를 낳을 수도 있다. 즉 차별을 낳게 된다.

‘재특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전후 민주주의의 ‘피해자’라고 믿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들은) 일본의 언론 공간은 좌익적이어서, 발언할 장소가 없다고 개탄하고 있었고 또 역대 (일본) 정권은 한국이나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다며 화가 나 있었다. 즉, 자신들이 ‘있을 곳’이 없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구성원은 10대에서 70대까지 있고, 여성도 적지 않다. 현재 회원 수는 1만 3천명이라고 발표되어 있다. 학생도 있고, 회사원도 주부도 있다.

(재특회 회원들이)‘가난한 젊은이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결코 그것만은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오너 등도 있다. 공통된 점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 과잉으로 민감하고 그리고 불안과 불만을 제어할 수 없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이 열이 받으면 예를 들어 “없애버리자”, “죽어라” 등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나 집단으로 있을 때는 그 위세가 하늘을 찔러도, 한 사람 한 사람은 보통의 ‘얌전한 인간’이기도 하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원작 '인터넷과 우익'ⓒ민중의소리

Q.일본 내 '재특회'가 만들어지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A.여러 원인이 있다고 본다. ‘넷우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피해자’라고 대답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답들이다.

“역사 문제와 관련 한국이나 중국에 말만 하지, 정부는 제대로 반박도 않는다. (이 때문에)일본인은 상처 받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웃 국가들과의 우호만 주장하지, 일본의 입장을 말하지 않는다”

“한국은 다케시마(독도)를 부당하게 점거하고 있는데, 일본은 무엇 하나 손 쓰지 않는 게 분하다”

“재일 교포는 외국인인데 일본의 복지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소수파에 불과한 재일코리안이 일본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의 미디어와 자본 권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의식과 망상이 넷우익을 침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한국이나 재일 교포에게 여러 가지를 빼앗기고 말았다”라는 생각이 사고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고에 이들을 몰아넣어 버린 것은 분명히 일본 사회다. 경제 격차와 고용 불안도 그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불안과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해 ‘신문이나 TV 등 언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진실은 인터넷 속에 있다’라는 주장이 많다. 또 ‘인터넷 덕분에 우리가 재일 교포와 한국한테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종의 음모론이지만,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는 선상에서 그러한 황당한 주장이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 고용 불안도, 경제 격차도, 복지의 빈곤도 “모든 원인은 한국이나 재일 교포에 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한 음모론을 일축할 수 없는 것은 곧 언론의 힘이 약해진 탓도 있다. 또한 일본 사회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면서 일부 일본인들에게 ‘초조’, ‘부담’, ‘불만’을 주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이나 중국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침체 분위기’가 배경이 되고 그로 인해 ‘강한 일본’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은 나라가 강해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일부 일본인(넷우익 등)은 ‘강함’을 동경하고 있다. 옛날처럼 “아시아에서 가장 번영했던 일본”을 그리워하고 지금의 일본에 분해하고 있다. 넷우익의 주장은 “(일본의) 강함을 되찾자”는 의미도 있다.

Q.보수화 된 일본 사회, 인터넷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A.보수화 된 사회는 정치인들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정치가의 폭언, 망언에 대해 언론도 강력히 비판하였고, 시민들의 큰 반발도 일어났었다. 뭔가 잘못된 발언을 하면 정치인은 대개 사임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 사회에는 그러한 ‘반발’ 에너지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 당하고만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정치가의 폭언이나 망언이 지지받는 게 현실이다.

Q.'재특회'에 소속된 20, 30대의 젊은층은 얼마나 되나?

A.회원은 1만 3천명인데 연령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 발표된 적도 없다. 하지만 내가 취재한 느낌으로는 10대~ 30대 정도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Q.한국의 '일베'로 불리는 극우화된 젊은층들의 경우, 호남과 북한에게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역사마저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재특회'는 왜 재일조선인과 중국인 등에게 분노를 쏟는 것일까?

A.앞서 말한대로 재특회 등 넷우익이나 배외주의자들은 “일본은 일본인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 보장 등 복지 부분에서 ‘재일(교포)’ 등으로 향하는 것에 분노를 갖는 것이다. 또 ‘재일’이 일본의 미디어나 자본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철저하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분노의 화살이 가장 먼저 ‘재일’을 향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나 한국의 경제 발전도 마음에 안 든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제일 센 경제력을 갖고 있었다는 ‘과거의 영광’에 목메고 있는 것이다.

Q.현재도 '재특회' 구성원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가?

A.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격 시위 등이 싫어져서 탈퇴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문제는 재특회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재특회에 가입하긴 싫지만 재특회의 주장에는 공감한다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는 듯하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글을 쓸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영향력이 아예 없진 않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저자 야스다 고이치 씨ⓒ야스다 고이치 씨 트위터

Q.'재특회'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시각은? 한국의 경우, '일베'는 일부 젊은층의 철없는 행동으로 보고 있지만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A.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재특회는 곤란한 존재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 일부는 공감할 수 있다”라는 생각인 것 같다. 한일 간 ‘다케시마(독도)문제’, 중일 간의 ‘센카쿠 문제’등 영토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일본 국민이 불만이나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재특회를 허용해선 안된다”, “인종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올해 들어 재특회가 시위를 하면 ‘카운터’(counter, 반(反)재특회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 ‘카운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재특회의 수와 맞먹는다. 젊은층부터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차별은 용서할 수 없다”, “재특회는 돌아가라”, “한국인과 친하게 지내라”, “쇼비니즘은 허용할 수 없다”라는 피켓을 들고 재특회의 시위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SNS 상에서도 같은 주장을 한다. 

카운터에 참가하는 사람은 좌익과 인권 단체의 사람만이 아니다. 보수, 우익의 사람들도 모여 함께 “쇼비니즘을 용서치 말라!”, “차별을 용서치 말라!”고 말하고 있다. 우익 사람들마저도 그 일부는 “재특회 같은 차별 단체는 일본의 적”이라고 말하면서 카운터에 참가해 좌파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다. 

그런 운동이 있음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

Q.'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나?

A.넷우익이나 배외주의자, 인종 차별 주의자는 결코 ‘요괴’, ‘괴물’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싶었다. 이들이 무섭다(혹은 껄끄럽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곧 지금의 사회를 여실히 반영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그것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모두가 생각해봤으면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Q.한국, 일본 말고도 젊은층의 이러한 경향은 향후 세계화되지 않을까

A.유럽에서도 ‘신(新)나치주의’ 등의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민 노동자 문제나 경제 격차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본이나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기세를 더해 가는 것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감정과 결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

Q.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나는 내셔널리즘의 질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종 차별은 분명 잘못됐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사회에서 차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다.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본은 과거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논의를 거듭해 가면서, 때로는 싸움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일본인은 우선 일본 사회 속에서 추악한 차별과 배외주의를 없애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일본 사회에는 아직 그러한 자정 작용이 있다고 믿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도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싸우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각각의 나라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스스로 배외주의와 싸워 나감으로써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참하고자 한다.


박상희 기자 psh@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