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국정원 도청’ 사과 이끈 노무현 ‘정치개입 의혹’ 입다문 박근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27일자 기사 '‘국정원 도청’ 사과 이끈 노무현  ‘정치개입 의혹’ 입다문 박근혜'를 퍼왔습니다.

이전 정권 불법행위 대응법 달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응 차이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대통령은 재임 중 이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의 ‘뒷설거지’를 맡게 됐지만, 대응은 천양지차를 보였다.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때부터 도청이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이른바 ‘안기부 엑스(X) 파일’ 사건이 터진 2005년 7월, 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조처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신속하고 철저한 자체조사를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8월 초 기자간담회를 별도로 열어 “도청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고 국가권력의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정·경·언 유착과 도청 문제 중 도청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국정원은 곧바로 특별조사팀을 만들어 관련자 43명을 조사했다.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은 8월 초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정권부터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3월까지 불법 도청조직인 ‘미림팀’을 운영해왔던 사실을 공개하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은 다르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는데도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민주당 관계자가)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차를 받는 등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을 썼다”고 말하는 등 이 사건의 성격을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야당의 인권 유린’으로 규정한 바 있다.국정원(원장 남재준)도 진상조사 없이 내부 고발자를 ‘색출’해 전임 원세훈 원장의 ‘지시·강조말씀’을 외부에 알린 전직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터넷 댓글 작업에 대해서도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했다가 “개인적으로 쓴 글”이라고 한발 물러나더니 다시 “대북 심리전”이라고 하는 등 변명에만 급급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의원은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왜 이명박 정부 때의 국정원 불법행위에 대해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다. 전임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청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규명해서 밝힌 노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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