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국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30일자 기사 '“국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

“박근혜 정부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나승구(50) 신부는 산적한 환경․노동 현안과 남북관계 등을 이야기하며 박근혜 정부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 신부는 “박근혜 정부는 조금이라도 밀리면 52%에서 48%로 된다는 조바심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포용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며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면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쪽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게 아니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랑비가 내리던 28일 오후,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나 신부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성당에서 만났다. 지난 3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새 대표로 선출된 서울대교구 소속 나승구 신부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지도신부, 서울 신월동성당 주임신부 등을 지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여전히 안 된 상태고 강정마을에서도 싸움은 계속 진행중이다. 쌍용차 77일간 옥쇄파업 이후 ‘함께 살자’는 호소도 여전하고, 최근 40일 간 공사 중단 결정되긴 했지만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문제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현장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나 신부가 있었다. 왜 그와 사제단은 이 같은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 있는 걸까. 

왜 사제단이 이같은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 있는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나 신부는 “우리는 아프고 힘든 사람 옆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가 최전선에 있다고 하는데 그건 최전선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옆”이라며 “여력이 모자라서 모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다 갈 수는 없지만 ‘여기는 꼭 있어야 된다’는 곳에 힘을 나눠서 함께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의 경우 ‘천주교에 세뇌당해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발언도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 신부는 “직접 주민들을 만나보고 공사가 어떻게 되고 있고 할머니들이 어떻게 막는지 본다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나 신부는 “주민 분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주거나 변화시키거나 세뇌시킨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분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 약하고 힘든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서 신앙인들의 시작이 있다”고 밝혔다.

나 신부는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 통일이 너무 멀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로 이야기해서 일단 화해하게 만들고 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풀어나가는게 대화의 기본”이라며 “이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통일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북에서 제안한 ‘6.15 민족공동행사’의 민간차원 개최를 우리 정부가 거절한 것에 대해 “민간행사를 가로막는 행위는 통일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과거 민주정부라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로 통일은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이런건 정권유지를 위한 통일정책들로, 통일을 하려는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모자식 간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절대적인 가치는 점점 없어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는 현재 한국사회가 ‘정신가치를 따를 것이냐, 자본가치를 따를것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있다’고 봤다. 그는 “부모자식 간에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자손들이 재산 때문에 다투고 절대적인 가치는 점점 없어져 간다”며 “소위 말하는 ‘경제만 살리면 정신을 죽여도 된다’는게 이미 많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40년~50년전만해도 이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많이 자살하지 않았고. 이렇게 많이 형제들이 싸우지 않았다”며 “가치의 전도가 우리를 굉장히 황폐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를 굉장히 정신없이 사는 좀비처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신부는 우리가 제자리를 좀 찾길 바랐다. 그는 발전이라는 가치만을 쫓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뒤로 땡기자는게 아니라 발걸음에 좀 여유를 갖자는 것”이라며 “내 마음을 둘러보고, 그렇게 할 때 진짜 인간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선의의 동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나 신부는 “사실 용산 때도 강정 때도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해준다는 것에 놀랐다”며 “그런 걸 볼 때 ‘우리나라의 양심이 살아있구나.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왜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관심을 갖는가.

당장 우리가 밀양에도 가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기 때문이다. 한전이나 언론은 일방적으로 당장 전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공사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 사회는 송전탑 공사로 인해 사람이 파괴되고 마을이 황폐화되고, 평생 살아온 고향에서 원주민들이 사는게 불가능해지는 일들을 너무 쉽게 허용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밀양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개발과 발전과정에서 이뤄진 일방적인 개발의 문제다. 자극은 너무 큰데 반응은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너무 부당하다. 주변 사람들이 그 이야기 나눠서 해주면 그 분들께 더 도움이 될 것이고, 일방적 처사들이 가져올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한전 전 부사장이 “밀양 주민들이 천주교, 반핵단체에 세뇌당했다”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 모든 일들이 이런 생각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 분들이 생각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이거다. 자기의 계획대로 하고 그게 안되면 누군가에게 탓을 미루는 거다. 그 일이 돼야만 한다는 전제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 사고 속에서 머물러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또 있기도 하다.

직접 주민들을 만나보고 공사가 어떻게 되고 있고 할머니들이 어떻게 막는지 직접 본다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정책을 실행하거나 권력을 갖고 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엊그저께 페이스북에 밀양 현장에서 공사를 하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이 올라왔다. ‘월급이 2천만원이나 밀렸다’고 하더라. ‘할머니들이 방해해서 공사를 못했다’고 했다. 한전 책임자들은 그 내용을 고려할까? 한전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그 내용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

한전에 있는 많은 하청회사 중 ‘한백’이라는 하청회사는 계약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 무리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전은 ‘나는 할머니들에게 손을 안댔다’며 어떤 폭력이 벌어져도 아무 생각 없이 자행되게 놔둔다. 있는 자가 없는 자들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그 가운데서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그분의 발언에 여실히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밀양의 주역들은 활동가도 아니고, 우리가 늘 ‘할배, 할매’라고 부르는 그분들이다. 그분들의 판단에 우리는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그게 저희들이 소위 말하는 우리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다. 그분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주거나 변화시키거나 세뇌시킨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분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 약하고 힘든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서 신앙인들의 시작이 있다.

한전은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데. 어떻게 보는가.

정부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한다. 예를 들어 ‘국민소득을 몇 만불 올리겠다. 수출을 얼마나 하겠다’ 목표를 세운다면 이게 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국민들을 위해서다. 그런데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데 국민들을 괴롭힌다면 이게 올바른가? 이 부분에 대한 명백한 재고가 없다면 정부가 국민들을 압살하는 폭행의 주범이 된다. 그런 정부라면 필요도 없고 없어져야한다. 정부도 역시 보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을 봤으면. 그들과 현장은 너무 먼 곳에 있다.

강정마을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강정도 밀양과 아주 흡사하다. 해군이 해군기지를 세우겠다는 열망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냈다. 현장에서 해군들이 어떻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짓게 됐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마을을 송두리째 찬성과 반대로 갈라놨는지. 정말 현장에서 보지 않고 일하는게 확실하다. 그들의 사고방식 안에는 자기들이 목표하는 해군기지가 세워지면 다 끝난다. 일만 끝나면 ‘다른건 알바 아니다’라는게 있다. 한 마을에서 8년 동안이나 같은 문제를 갖고 ‘아니라’고 얘기할 때는 뭔가가 있다는게 아닌가? 그 이유를 아무도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강정마을에 계신분들은 그야말로 제주도라는 섬에서 또 하나의 섬에 살고있다.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릴 때 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했고 어느 정권도, 심지어는 독재정권이라고 부르는 정권에서도 ‘통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되면서 통일에 조금 가까워졌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는 통일이 너무 너무 멀어졌다. 물론 사람들은 ‘북핵 때문이다’ ‘북한의 호전적인, 말도 안되는 막무가내’ ‘3대세습 때문’ 등을 얘기한다. 하지만, 대화를 하려면 파트너에 대한 존중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어떻기 때문에 나는 못한다’는건 스스로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일은 정권유지의 이용거리이지 민족의 염원이라든지 이런건 그들 생각에는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통일부나 국가의 책임있는 기관에서 북한에 대해 얘기할 때 ‘참 예의없이 얘기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싸움을 하는 두 사람이 있는데 중재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한 쪽의 잘못을 부각시킬 것인가? 서로 이야기해서 일단 화해하게 만들고 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풀어나가는게 대화의 기본이다. 근데 이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통일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 얼굴이라도 보자 대화를 나누자. 종교인들끼리 만나서 통일 이야기 못할 수 있지만 작은 통일을 이뤄나가면. 그렇게 하나씩 할 때 통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너무 통일조차도 돈으로 환산을 많이 한다. 개성공단도 금강산관광도 돈의 문제로 풀려고 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해야한다. 누군가와 떨어져 있다는 건, 민족들 안에서 허전함이 늘 있다. 이를 채우기 위한 노력들이 선행될 때 비로소 거기서부터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북에서는 ‘6.15 민족공동행사’를 민간차원에서 하자고 했는데, 이게 잘 안됐다. 어떻게 보는가.

과거에 민주정부라는 시절에도 마찬가지로 통일은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런건 정권유지를 위한 통일정책들이다. 득이 되면 하고 안되면 치워버리려 한다. 이건 통일하려는 생각이 아니다. 민간행사를 가로막는 행위는 통일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박근혜 정부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 아슬아슬하게 정국을 꾸리면서 반쪽으로 살아가고 있다. 반쪽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게 아니라 전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52%에서 48%로 된다는 조바심이 아니라 포용하고 끌어안으면서 그런 차별을 없앤다면,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면 할 수 있는게 훨씬 많아질 것 같다. 굳이 그 분이 독재자의 딸이라든지 그런 말은 하기 싫다. 현장에서 정말 잘한다면 칭찬해주고 싶다. 근데 박수 받을 길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 입에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해서 시원해 할 수는 있지만, 국민 전체로 보면 굉장히 불행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동성당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제2차 바티칸 정신의 구현이라고 보면 된다. 1962년~1965년 사이에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하는 세계 교회의 전체 회의가 열린다. 65년에 제 2차 바티칸 문헌이 발표된다. 천주교회가 2천년 역사동안 살아오면서 하나님만 보고 살아왔다면 이제는 우리 곁에 고통 받고 어려워하는 이웃들,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 것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민청학련 사건이 생겼다. 독재시대에 이렇게 고통 받는 형제들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여덟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형장 이슬로 사라져 가는데 우리가 어찌 교회 안에서 기도만 하겠느냐. 그분들의 아픔과 괴로움이 우리의 아픔이라고 선언하게 됐다. 그 때부터 세상의 아픔을 갖는 신부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게 1974년이었고. 뜻이 있고 사명이 있는 친구들이 해를 거듭하면서 활동하기도하고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일부에선 ‘사제단에서 지속적인 정치적 활동을 하고있다’ ‘방식이 시위 형식이다’ 등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프고 힘든 사람 옆에 있을 뿐이다. ‘와락’의 정해신 박사는 ‘쌍용차 희생자들은 사지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한 발만 떼면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 사람들 옆에 누군가 옆에 있어만 준다면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지점이 우리가 있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최전선에 있다고 하는데 그건 최전선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옆이다. 우리가 여력이 모자라서 모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다 갈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여기는 꼭 있어야 된다는 곳에 힘을 나눠서 함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떤 일의 해결사는 아니다. 역사를 봐서 알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늘 져왔다. 우리는 이기고 지기 위해서 싸움이나 투쟁을 하는게 아니다. 사람이 거기 있어서 가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 분들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랄 뿐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시대정신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가치를 따를 것이냐, 자본가치를 따를것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있다. 이미 많이들 자본의 가치로 넘어갔다. 한참 전부터 개탄해왔다. 부모자식 간에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 자손들이 재산 때문에 다투고. 절대적인 가치는 점점 없어져 간다. 소위 말하는 ‘경제만 살리면 정신을 죽여도 된다’는게 이미 많이 이뤄진 것이다. 

이명박 정권 시기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권 시기 이런게 엄청 많았다. 경제만 살리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도 좋다.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의 전도가 우리를 굉장히 황폐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를 굉장히 정신없이 사는 좀비처럼 만들 것이다. 40년~50년전만해도 이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많이 자살하지 않았고. 이렇게 많이 형제들이 싸우지 않았다. 발전이라는 가치에 그런 걸 하나씩 팔고있다. 마치 그림자를 팔아버린 인간처럼.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한 마디 제언한다면.

버려서 치우는게 아니라 내버려두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제자리를 좀 찾아서 살면 좋지 않을까.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발전한다는 것에 대한 너무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면 그야말로 창조적일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창조가 아니라 쥐어짜기다. 창조는 없는데서 만드는 건데, 지금 이야기하는 창조는 없는 것을 쥐어짜서 하고있다. 뒤로 땡기자는 건 아니라 발걸음을 좀 여유를 갖자. 내 마음을 둘러보고, 그렇게 할 때 진짜 인간 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추가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선의의 동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사실 용산 때도 강정 때도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군가가 나와서 함께 해준다는 것에 놀랐다. 신자가 아닌 경우도 있고 신자인 경우도 있는데, 그런걸 볼 때 ‘우리나라의 양심이 살아있구나.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싶다. 그래서 한편으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분노로 싸우는게 아니라 선의로 싸울 때 좀 더 아름다운 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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