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7-01일자 제27호 기사 '론스타와의 2차대전을 준비하라'를 퍼왔습니다.
국내 이슈: 외환은행 매각 지연 보상 요구하는 론스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2008년 1월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외환은행 매각하고 철수한 론스타, 국제중재로 한국 정부와 다시 한판 승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겠다며 국제중재의 1단계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의 협의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식 중재로 가게 된다. 국제중재를 계기로 수면 아래 잠복했던 국부 유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돌아왔다.
2006년부터 추진해온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지난 1월 최종 마무리짓고 한국과의 '악연'을 끝낸 것처럼 보였던 론스타가 지난 5월 자신들이 아직도 더 챙겨야 할 몫이 있다며 국제중재 협의(국제중재의 전 단계)를 요청했다. 사실상 국제중재(ISD·투자자-국가 소송제)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낀 한국 정부가 두고두고 론스타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정부는 일단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이번 국제중재는 또 사모펀드에 외환은행을 넘긴 관료들의 책임 규명과 ISD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와 한국의 인연은 1998년 외환위기가 계기다. 부실채권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론스타는 2002년부터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였고,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이듬해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헐값 매각'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관료 20여 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2005년 론스타와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을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론스타는 '출구전략'에 나섰고, 2006년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국민은행이 계약금 납입을 미루면서 계약은 6개월 만에 파기됐다. 다시 2007년 HSBC은행과 거래에 나섰지만 이 역시 검찰 수사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보류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2010년이 돼서야 론스타는 다시 하나금융지주와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계약은 한 차례 더 연장됐다. 결국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론스타의 유죄를 확정지었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판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 금융 당국도 판결 한 달 뒤, 론스타에 외환은행 보유 지분(51.02%) 가운데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 41.02%를 6개월 안에 조건 없이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매계약은 지난해 12월 재협상을 통해 타결됐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길고 긴 매각 협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로써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9년여 만에 투자액의 2배가 넘는 4조원가량의 차익을 챙겼다.
길고 긴 외환은행 매각 협상
그 돈을 챙겨 떠난 줄 알았던 론스타가 지난 5월 말 다시 정부에 싸움을 걸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론스타 주장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협정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세청의 과세가 '이중과세 방지 협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월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4조7천억원의 양도 차익에 대해 3915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론스타는 이를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과세라고 주장한다. 이미 론스타는 이를 환급받기 위해 지난 5월9일 서울 남대문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낸 상태다. 또 하나는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HSBC은행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할 당시 금융 당국이 주식 매각 승인을 지연해 주식 매각에 실패했고,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승인을 지연해 그사이 주식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론스타의 중재 요청은 우리나라가 벨기에와 맺은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것이다. 두 나라는 1972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고, 2006년 12월 기존 협정을 갱신하면서 다시 협정을 체결했다. 투자보장협정은 양국 간의 경제협력과 투자 촉진을 위해 투자자의 권리와 양국 정부(협정 체결 당사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협정 당사자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국제중재 신청이 가능하다. 이번 국제중재의 쟁점은 정부가 론스타에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송금 보장 등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다.
론스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론스타가 국제중재를 요청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은 "한국과 세계의 법률 전문가와 상의했고, 설득력 있는 법적 클레임(청구권)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국제중재에서 한국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정이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시들리오스틴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가 국제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얽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자칫 '배임'이라는 덫에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투자자에는 주로 수천 개의 정부, 기업 직원, 은퇴자들의 연금이 포함됐고 의학연구, 고등교육, 기타 자선활동을 후원하는 기금도 포함됐다"며 "매니저로서 우리는 필요할 때 그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쳐온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론스타가 다른 곳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올림푸스캐피탈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손해를 봤다며 2008년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말 소송에서 패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수는 "당연히 론스타가 엄청난 돈을 올림푸스캐피탈에 배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최근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공무원연금을 대표해 공무원 두 사람이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 등을 적절히 공시하지 않았고, 또 주정부가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에 묻지마 식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로 오리건 정부와 론스타펀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이 때문에 곤경에 처했고 이번 국제중재를 이용해 이를 모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중재 요청 시기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통상 중재 협상 기간이 6개월인데, 이 기간을 거쳐 실제 중재재판소에 가게 되는 시점은 올 11월께로 대선 일정과 겹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이 코앞에 있는 시점에 한국 정부가 법정에 서게 되면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론스타가 이를 교섭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론스타가 과거 국민은행과 HSBC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한 2007년과 2008년도 그 시점이 대선과 맞물려 있었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배임 혐의에 몰린 론스타의 탈출구?
국제중재의 향방을 두고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자신만만한 태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론스타와 관련한 각종 행정 조처(매각 승인 결정 유보, 주식 매각 명령,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릴 때 내·외부 법률가들에게 세밀한 검토를 거쳐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했다"며 "중대범죄인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으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곳이 권리를 주장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약점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판단해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따르지 않은 것은, 나중에 혹시라도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이번 소송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상법 전문가들은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통상법 전문가는 "2003년 론스타의 주식 취득을 예외적으로 승인한 때부터 시작된 정부의 편법과 특혜를 론스타가 오히려 한국 정부의 불투명하고 비일관된 조치라고 공격할 경우 국제중재에서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원천징수를 차별적 과세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벨기에를 국제 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원천징수특례의 적용 대상 지역'으로 고시하지 않은 상태라 론스타에 대한 원천징수는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민단체는 은행법을 유린한 론스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가 떠나면서 잠시 잊혀졌던 관료 책임론과 매각이익 환수 문제를 재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매각을 승인한 지난해 말에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음을 드러내는 새로운 증거를 내놨다. 일본 내 론스타 관련 회사의 대차대조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론스타가 호텔 체인과 부동산 소유 등을 위해 다양한 특수목적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 회사의 자산 합계가 9조원을 넘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1월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니다'고 내린 결론을 재반박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24일 '론스타 시민소환운동 2단계'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을 모아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모두 8만4천여 주(외환은행 발행 주식 총수의 0.013%)가 참여해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론스타가 처음부터 외환은행 지배주주의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론스타가 배당받은 이익 전부와 주식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도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론스타의 귀환이 꺼져가던 국부 유출 논란의 불씨를 스스로 재점화한 꼴이다.
이재명 (한겨레) 경제부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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