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오프라인에 얼굴 못내미는 ‘일베’...잠복 가능성 높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24일자 기사 '오프라인에 얼굴 못내미는 ‘일베’...잠복 가능성 높다'를 퍼왔습니다.
[도넘은 청년극우③] 장기불황과 불투명한 미래가 ‘일베충’의 토양


5월 20일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 메인 화면.ⓒ민중의소리

극우 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향한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자 일베의 확장세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그러나 ‘일베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기인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 된 경제불황, 불안감 고조···사회가 낳은 청년 극우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청년들의 등장은 단편적인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보통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불안정이 심화되는 사회 속에서 나타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보다 앞서 청년층에서 ‘극우 바람’이 불고 있는 일본도 그런 면에서는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 우익에 대해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불황이 20여 년간 지속되고, 이에 따라 청년실업 등 사회적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일본 사회에서는 젊은 세대의 우익화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넷(NET)우익’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의 일베처럼 익명으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개별 이용자가 특정되지 않지만, 저학력 또는 저소득층의 청년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소외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스레 사회와 멀어지고 가족·친구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대신 인터넷이나 비디오게임에 몰입한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극우적 성향으로 표출하고 있다. ‘넷우익’을 비롯한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처해있는 불안한 상황에 대해 재일교포가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반한국·반중국 감정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 일각에서도 경제 불황과 청년실업난, 경쟁 구도로 내몰리면서 ‘넷우익’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극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일베에 대해 “젊은 층들이 갖고 있는 좌절감이나 불만 등을 가감 없이 배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10~30대 남성인 일베 이용자들이 명품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라고 비하하고, 서로 ‘병신드립’(스스로 못난 것을 증명하는 놀이)을 즐기는 모습 등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군가산점 폐지, 여성부를 창설해 남성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는 식의 글은 여성 때문에 남성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왜곡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오프라인에 얼굴 못내밀어 확장성에 한계···잠복일 뿐 언제든 다시 고개들 가능성

최근 여론의 비판이 집중되고 줄소송이 예고되자 일부 일베 회원들은 사이트에서 탈퇴하거나 그동안 게재한 글을 지우는 등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익명의 뒤에서 ‘극우 막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본인이 일베 회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꺼리고 있다. 이들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온라인 극우 집단이 오프라인의 조직으로 확대되면서 세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일본과는 다른 양상이다. 

배문정 우석대 교수(심리언어학)는 “광주시장이 (5.18을 왜곡한 일베 회원들에 대해) 소송하고 이런 게 힘을 갖고 언론에 공개되면 될수록 합리적 보수도 굉장히 불편해 할 수밖에 없다”며 “극단적인 행태는 어느 정도 선에서는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문화, 즉 하위문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불안정한 사회·경제적인 조건이라는 ‘토양’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일베와 같은 극우주의자들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미 ‘최소한의 선’을 넘어버린 만큼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준영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한국과 일본 모두 공동체적인 룰 또는 감수성이 붕괴된 신자유주의적인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화 되고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강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것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나 ‘자제하자’는 룰이 일본이나 한국에서 모두 깨졌다”면서 “이미 한 번 뚜껑이 열려버린 상황에서 경제 불황이나 청년실업난이 해결되고 일베와 같은 사이트가 폐쇄된다고 하더라도 (극우적인 경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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