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8일 수요일

케이블 비정규 노동자들의 ‘자뻑’을 아십니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07일자 기사 '케이블 비정규 노동자들의 ‘자뻑’을 아십니까?'를 퍼왔습니다.
“티브로드 영업 할당에 아내와 처남 이름으로 가입까지”
"집안 행사가 있어서 토요일 지역에 내려가야 했다. 일주일 전에 회사에 이야기를 했는데 일을 하고 가라고 해서 6시에 맞춰 끝내려고 밥도 못 먹고 쉬는 시간 없이 일을 끝냈다. 그런데 팀장은 '영업도 안 올라왔는데 어딜 가냐', '목표 영업을 마쳐야 퇴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사용하지도 않을 거지만 아내의 이름으로 가입을 해야만 했다. 이 일 하시는 분들은 ‘자뻑’이라고 하면 다 알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는 보지 않는 티브로드로 매월 10만원씩 내고 있다. 저도 처남과 아내의 이름으로 가입했고 내가 돈을 내고 있다. 임금은 매년 깎이는데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전셋집 계약을 연장하면서 500만원을 올려줘야 했다. 티브로드에서만 10년을 근무했으니까 신용 대출은 되겠지 했는데, 은행에서는 ‘고객님은 통장거래가 1년 마다 바뀌어 이직률이 높아 대출이 안 된다’고 하더라. 결국 어머니의 이름으로 대출해 이자를 내고 있는데 원금은커녕 이자 내는 데에도 돌려막기 하고 있다. 답이 안 나온다”(A조합원의 증언)

▲ 5월 7일 '태광그룹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실태 및 노동인권 보장 정책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미디어스


케이블 가입자 1위 업체인 티브로드 협력사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언이다. 이들 노동자들 사이에서 흔하게 있다는 ‘자뻑’은 영업 할당을 맞추기 위해 지인의 이름으로 티브로드에 가입하고 그 통신비를 대신 내주는 행위라고 한다.
7일 국회에서 개최된 (태광그룹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실태 및 노동인권 보장 정책토론회)의 한 참석자 역시 “돈을 벌기 위해 티브로드에서 일하고 있는 저 역시 ‘자뻑’으로 7년 째 매월 20~25만원의 돈을 티브로드에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참석자에 따르면, ‘자뻑’을 상급 단위에서 강요한다.
처음에는 ‘3개월 있다가 처리해준다’던 팀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당 통신비용을 몇 년 째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18년 일했지만 은행대출은 꿈도 못 꿔”

이날 토론회에서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의 노동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티브로드는 현재 전국 48개의 고객 및 기술센터를 1인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사업부 7개, 한빛사업부 5개, ABC 사업부 4개, 기남사업부 7개, 중부사업부 6개, 영남사업부 8개가 그것이다.
이들 노동자들의 현 센터 근속은 평균 21.0개월로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10년을 티브로드에서 일을 했지만 근속연수는 늘어나지 않았다. 티브로드 원청의 정책 변경에 따라 센터장은 1~2년 사이에 바뀌게 됐고 센터 자체가 1인 주식회사 형식을 취하다 보니 센터장이 바뀌면 이들 역시 새로운 센터장 소속으로 신규채용이 되는 형식의 고용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노동자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보장받는 ‘연차휴가’, ‘퇴직금’은 꿈에도 꿀 수 없었다.
한 조합원은 “신규채용이다보니 1년 근속해야 쓸 수 있는 연차휴가는 내년 것을 끌어다 올해 5~6일 쓰고 나머지는 내년에 써야만 한다”며 “하지만 1년 단위로 정책이 바뀌어 다시 신규채용 되면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18년 업계에서 일했지만 (근속연수가 짧아)대출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계약상 09:00~18:00으로 돼 있지만 평일 노동은 평균 2시간 연장되고 있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토요일 월평균 4회 출근했고 응답자 29%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고 답했다. 또, 일요일 당직근무 횟수는 매월 1.7회로 09:00~18:00 근무한다는 응답은 45.2%나 됐다. 이러다 보니 주 평균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적시된 40시간을 훌쩍 넘어 50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토요일까지 포함하면 58시간이고, 일요일을 더하면 그보다 늘어난다. 하지만  법 규상 통상임금의 1.5배를 받도록 한 시간외 근로수당은 지켜지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응답은 82.8%였다. 연차유급휴가의 평균 일 수는 4.4일에 불과했다. 이렇게 일을 했지만 임금은 평균 171.7만원으로 나타났다. 씨앤앰 협력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또, 총 급여액이 150만 원 이하라는 응답도 30.1%나 됐다.
이 밖에도 업무상 발생한 상해 처리는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43.0%였고, 사고가 났을 때에도 자비로 처리한다는 응답이 41.9%였다.
“할당량이 많고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일의 시작은 서로 “오늘 영업 할당 마치십시오”, “운전조심하십쇼”이다. 하루 12시간 일하는데 옥상에 올라가 업무를 하거나 담을 타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겨울에는 5시 30분 되면 어둑해지지만 작업 할당량이 남아있으니까 미끄러운 길 오토바이를 타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센터에서는 영업할당을 못 마치면 퇴근을 안 시킨다. 일하다가 다쳐서 다리가 아프고 퉁퉁 부었으나 압박붕대를 하고 일을 하기도 했다. 병원에 가보니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회사를 못 나갔다. 산재는커녕 병가를 냈는데, 4개월을 끌다가 강제 퇴직시킨다고 해서 회사로 돌아왔다. 치료가 안 된 상태였다“ (B조합원의 증언)

“기존 채권 채무관계 양수…근로관계에 대한 책임도 생겨”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하청 노동자들을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법적으로 중간착취가 일어나는 본질이 같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케이블 설치기사로 18년을 태광 티브로드에서 일을 했는데 매년 업체가 바뀌면서 매년 신규채용이고 그러다보니 대출은 안 되는 상황,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티브로드의 신규채용과 관련해 “고용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영업 양도양수의 경우, 판례에 따라 지위가 승계된다”며 “양수인이 종전에 있던 채권 채무관계를 양수하도록 돼 있다. 그러면 기존 근로관계에 대한 책임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노동위원장은 “티브로드 측은 교묘한 형태로 (센터)업체가 바뀌니까 책임질 수 없다는 건데,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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