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손석희, “삼성 문제 다룰 것”


이글은 시사IN 2013-05-20일자 기사 '손석희, “삼성 문제 다룰 것”'을 퍼왔습니다.
MBC를 떠나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 거취를 결정한 손석희씨를 만났다. 그는 JTBC가 종편 3사 중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곳이라며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과 연관이 있는 JTBC에서도

손석희를 만났다. 그가 13년 동안 진행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떠나 (중앙일보) 종편방송 JTBC로 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다. 거취가 알려진 후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언론은 (시사IN)이 유일하다. 그가 교수로 있는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마주앉았다.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는 뜻도 막 학교에 전달한 참이었다.

‘현장 언론인 손석희’와의 마지막 인터뷰다. 그는 “마이크를 잡는 일에서 이제 떠난다”라고 말했다. JTBC에서는 보도·시사 부문 사장을 맡는다. 방송 진행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중으로 부담스러워 보였다. MBC에 새 사장이 오는 시점에 그만두는 것이 ‘재 뿌리기’로 비칠까 걱정했다. MBC 내에서 겪었다고 알려진 갈등과 고난은 부인했다. 신임 사장 인사에 대한 항의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계열 종편으로 간다는 것이 대중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JTBC와 (중앙일보)가 다른 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둘이 추구하는 바는 좀 달라질 거다.”

언론인 손석희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도 물었다. JTBC에서 삼성 관련 이슈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그는 이 문제에 자율권을 갖고 있나. 그는 섬세하게 말을 고르면서도 피하지는 않았다. “(시선집중)에서도 삼성 문제를 많이 다뤘다. 그 이상 간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간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방송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이번 일과 무관한 오래된 꽃다발을 사진에 나오지 않도록 치웠다. 혹시 축하라도 받은 것처럼 오해받을지 몰라서였다. 신중했다. 인터뷰도 그랬다.


ⓒ시사IN 윤무영 손석희씨는 “JTBC에서 내 나름 가진 저널리즘의 철학을 구현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언제 최종 결심을 했나.첫 질문부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음… (그는 한참 말을 골랐다) 김재철 사장 나가시고, 새 경영진이 임명될 때쯤 나도 다른 길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재철 사장이나 새로 오신 김종국 사장, 이런 분들과 관계없는 결정이다. MBC가 작년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여러 가지로 새 출발을 하는 상황인데, 새로운 분위기가 시작되는 마당에 나는 좀 내려섰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신임 사장 인사와는 관련이 없다?신임 사장은 나와도 잘 알고, 내 기억에 나도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다. 다만 나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할 것 같은데, 나이도 나이고, 그래서 MBC에 변화가 있을 때가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MBC 내에서 고립되어 있을 때, 라디오국 후배들이나 노조 쪽에서 적극 돕지 않는 분위기에 좌절했다는 말도 있는데?그런 건 없다. 그 부분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왜 JTBC를 택했나?일단 제안이 왔고.

이번에 처음 제안받은 건 아닌 걸로 안다.정확히 언제라고 얘기하긴 어려운데, 제안받은 지는 오래됐고, 고민도 오래 했다. 왜 거기냐라고 하는 말에는 뭐랄까,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 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종편 3사 중에서?그렇다.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이라는 게 흔히 얘기하기를 사회통합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 한번 실천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딱 JTBC만이 최적의 여건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도전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론을 냈다.

JTBC에서의 구실은 어떻게 되나? 마이크는 계속 잡는 건가?아니다. 그건 이제 떠난다고 봐야 한다.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간다. 내 나름 가진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철학을 한번 부딪혀보면서 구현해보고 싶은 생각, 책임져보고 싶은 생각이 제일 크다.

본인이 가진 저널리즘 원칙과 JTBC의 논조나 조직 문화가 충돌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충돌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건 내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만일 그 둘이 충돌해서 견딜 수 없다면 내가 실패한 사람이 될 테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물론 단지 시도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성공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론이라는 것이 균형, 공정함, 이런 것들이라면 그걸 한번 실천해보고 싶다.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그러니까….

흔히 ‘전권을 주겠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확실한 약속을 받았다는 뜻인가? 그렇다.사장으로 데려가면서 그런 보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홍석현 회장 한 명밖에 없는 것 아닌가.특정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보도국의 논조·방향에 개입할 수 있는 수위는 회사마다 다르다. ‘정론’을 실천하는 것을 사장이 할 수 있도록 절차로 보장되어 있나?그렇다. 그건 뭐 당연히. 물론 그게 나중에 취재 일선과 부딪칠 가능성은 늘 있는 건데, 그 대목은 지혜롭게 풀어갈 문제다. 

TBC는 (중앙일보)를 모태로 출발한 조직이다. 논조나 문화가 대단히 이질적인 사장일 수 있는데, ‘지혜롭게’ 정도로는 와 닿지 않는다.JTBC와 (중앙일보)가 다른 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잠시 말을 고른 후), 추구하는 바는 좀 달라질 거다. 그래서 JTBC와 (중앙일보)가 함께 간다고 얘기는 못하겠다. (중앙일보)는 나하고 상관이 없는 조직이니까. 내가 신경 쓰는 건 JTBC의 보도다. 그건 내 책임하에 끌어나갈 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식이 한 묶음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하겠으나, 아마 그렇지(같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시사IN 이명익 손석희씨(맨 오른쪽)가 5월10일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후배 아나운서들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일보) 계열의 JTBC에서 삼성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중요한 질문이죠? 딱 하나만 물어본다면, 그 질문이겠죠?(웃음)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거다. 문제가 있다면 보도하겠다. 

팩트의 경중에 대한 평가,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조직 내에서 이견이 생긴다면?저널리즘적 차원에서 판단한다.

최종 판단권이 사장에게 있고, 홍석현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받았다는 앞서 말씀은 여기서도 유효한가?그 부분은 명확하다. (시선집중)에서도 삼성 문제를 많이 다뤘다. 그 이상 간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정도는 간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방송을) 내놓을 수가 없다.

전권을 주겠다면서 모셔가는 분도 알고 계신 얘기가 맞나?(잠시 허공을 올려보고는) 아시겠지?(웃음)

대중이 종편 보도를 많이 접한 시기가 대통령 선거 기간이다. 종편의 대통령 선거 관련 보도는 어떻게 봤나.솔직히 나는 내 방송을 하느라 바빴지, 누구를 평가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어떻게 해왔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선거방송이든 뭐든 합리적 베이스로 만든다면, 그건 종편이든 어디든 칭찬받을 수도 있고, 잘못 만들면 비판받을 수도 있다.

저널리즘 원칙으로 공정과 균형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건가?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MBC 내부에서는 상의를 했나?몇 사람하고 했다. 이해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쉽다는 사람도 있었고, 의견이야 다 달랐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았다. 

현역 방송인으로는 은퇴인 셈이다. 마이크를 놓는 심경은?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해왔다. ‘방송쟁이’들은 그런 인식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아침마다 들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더 하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지만, 그냥 우리 청취자분들도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구나 하고 담담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담담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JTBC 사장직을 마무리할 때 제일 듣고 싶은 평가는?애썼다.

사장 손석희에 대한 평가인가? JTBC에 대해서는?그것도 마찬가지. JTBC도 애썼다. 그게 가장 좋은 평가 아닐까. 엄청난 걸 청사진으로 내밀기보다는, 최대한 노력했다는 평가를 마지막에 듣고 싶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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