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토요일

'내리막길' 한국교회 향한 원로 목회자의 쓴소리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5-03일자 기사 ''내리막길' 한국교회 향한 원로 목회자의 쓴소리'를 퍼왔습니다.
저자 김영철 목사…'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병석에서 집필
옥인교회 김영철 원로목사는 목회자를 꿈꾸던 스물두 살, 신학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연세대 철학과를 택했다. 목회자가 되려면 철학을 공부한 후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졸업 후 총회신학대학원을 마친 후에도 바로 목회 현장에 가지 않았다. 학생 운동을 잘해야 국가와 민족을 위한 좋은 교회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에 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의 삶을 택했다.
간사와 총무, 상임이사로 15년 동안 IVF를 섬기고 '이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목회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옥인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 교회로 사역지를 옮긴 후에도 1년 동안 상임이사로 IVF의 세대교체를 도왔다.
1977년 옥인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서 2006년 은퇴할 때까지 김영철 목사는 '인격 목회'를 목회 철학으로 삼고 교회를 섬겼다. 부교역자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해서 수련회와 야유회를 하고, 새 신자를 집으로 초대해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경우도 많았다. 교회를 관리하는 집사의 자녀 학자금도 교회가 부담하도록 했다. 교회가 부교역자에게 13평짜리 사택을 제공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부교역자의 사정을 배려해 당회를 열어 큰 사택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 김영철 목사는 대학 졸업 후 15년 동안 IVF를 섬겼고, 1977년부터 2006년까지는 옥인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했다. 은퇴하기 3년 전에 이미 후임 목회자를 청빙하면서 세습 없이 아름답게 목회를 마무리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30여 년의 교회 사역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담임목사 은퇴 3년을 앞두고 후임 목회자 청빙을 확정했다. 교인 수 700여 명의 중형 교회를 수십 년 잡음 없이 이끌며 쌓은 권위로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 세습을 할 수도 있었지만, 김 목사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내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2005년, 탄탄대로였던 김 목사의 목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은퇴를 1년 앞두고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40년 넘게 IVF와 교회를 섬겼는데 왜 하나님께서 시련을 주시는지 항의할 수도 있었지만, 이때 하나님 앞에 모든 사람이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범사에 감사하라' 성경 구절을 읽으면서, 지금 어려울 때 감사하는 게 진짜 감사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그러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한국교회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목회자의 세습, 성추행 등 교회가 무너지는 소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비난받고 내리막길을 가는 것은 전적으로 목회자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하루에 네 시간씩 1년간 집필에 매달렸다. (아바서원)은 쓰러져 가는 한국교회를 보며 은퇴한 노 목사가 후배 목회자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이다.
5월의 첫날, 은평구 김영철 목사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특별히 옥인교회에서 부목회자로 섬겼던 호용한 목사(옥수중앙교회)가 동행했다. 가정의 달이라 심방으로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호 목사는 스승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돌아가서 수요 예배를 인도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저녁을 햄버거로 대신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국교회, 근본적인 회개가 없다
- 목회에서 물러난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김영철 목사(김영철) / "은퇴한 후 IVF 50년사 기념 (IVP)과 두 권의 책을 썼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성경을 3장씩 읽고 있는데, 감동을 많이 받습니다. 예전부터 감동받은 구절을 쓰고 있는데, 요즘에는 병이 호전되어 글씨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은퇴 후 지겹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시간이 없습니다. 컴퓨터로 책 쓰는 일도 하고, 산책을 자주 하고 싶어서 얼마 전에는 (북한산이 옆에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앞으로는 시간이 더 빨리 갈 것 같습니다."
- 호용한 목사님은 1989년부터 5년 동안 옥인교회 부목사로 섬겼습니다. 그 당시 경험한 김영철 목사님은 어떤 분이었나요.
호용한 목사(호용한) / "부목사로 5년간 사역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텐데 김영철 목사님께서는 한 번도 큰소리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부목사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맡은 부서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주셨고 늘 인격적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지금 옥수중앙교회를 목회하는 데에도 김 목사님께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부목사들을 동역자로 생각하고 최대한 사역에 자율성을 주려고 합니다.
김 목사님은 누가 뭐라고 할 때에도 대꾸 대신 침묵하시면서 기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신 분입니다. 어느 공동체마다 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침묵하시면서 인내하셨고 나중에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 호용한 목사는 김 목사의 인격적인 목회가 옥수중앙교회에서 사역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 교회 세습, 목회자의 성추행, 재정 횡령, 건축 문제 등 한국교회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김영철 / "목회자들이 바른 목회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할 비난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자는 하나님께 목회를 위임받은 사람인데, 자기 마음대로 목회를 하니 점점 수렁에 빠지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살려면 결국 목회자가 살아야 합니다. 목회자가 사는 길은 하나님을 무시하고 하나님 방법대로 목회하지 않은 것을 회개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회개는 하지 않고 이성 문제, 돈 문제, 권력 문제 등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회개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교회 많은 목사들이 하나님 없이 목회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목회가 성경 중심이 아니라 물량 중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현대판 우상은 내 속에 있는 탐심인데 하나님을 무시하면 버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건축 문제도 그렇습니다. 큰 교회들이 버스를 돌려서 다른 교회 교인들을 자기 교회로 실어 나릅니다. 그러다 공간이 좁으니 '교회를 지어야겠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목회자들이 하고 있으니 교회가 지탄을 받는 겁니다. 버스 운행하고 운전기사 월급 주는 비용을 합치면 어마어마한데, 차라리 그걸 가지고 아프리카나 중동 오지 사람들을 위한 선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작은 교회를 도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큰 예배당을 세우면 건물을 지은 목사님들이 영광을 받지만, 그 돈으로 이웃을 도우면 하나님이 영광을 받습니다. 그러면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 열립니다."
호용한 / "복음을 전하면서 우리가 미움과 핍박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받는 핍박은 사회가 교회에 요구하는 도덕적 가치 수준을 목회자들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비난받는 대부분의 원인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알려진 일부 목회자들의 잘못 때문입니다. 개척 교회 목사가 표절을 했다고 해서 사회 밖으로 문제가 드러나진 않습니다. 알려지고 드러난 목회자일수록 더욱 높은 도덕적 가치가 요구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인격 목회'를 목회 철학으로 삼았다고 들었습니다. 평소 교인들과 후배 목회자들을 어떻게 가르쳤나요.
김영철 / "누구와도 적대 관계를 만들거나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사찰과도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목회를 했습니다. 예수님도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고 외면당한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대했습니다. 그들의 소원대로 병도 고쳐 주셨고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는 목회가 잘된다고 해서 신앙의 긴장을 풀지 말라고 말합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가 잘되고 칭찬을 받으니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목회는 앞으로 잘된다는 게 없습니다. 늘 긴장하고 은혜를 받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신임해서 맡겨 주신 자리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신전 의식(神前意識)을 가져야 합니다. 보디발의 아내에게 유혹을 받은 요셉은 '내가 하나님 앞에서 악을 행할 수 없다'며 저고리를 벗어던지고 나갔습니다. 오늘날 목회자들은 인전 의식(人前意識)에 젖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아무개 장로가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개 안수집사가 뭐라고 할까' 걱정합니다. 베드로는 사람의 일을 생각했기 때문에 예수님께 사탄이라는 꾸짖음을 들었습니다. 목회자들 가운데 사탄이라고 책망을 받을 사람들이 많습니다."

▲ 목회자들이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뜻대로 목회하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김영철 목사는 진단했다.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방법대로 목회하지 않은 것을 회개할 때 한국교회가 살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진



목사 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
- 최근 신학생이 종교 문제로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신학교가 신입생을 무분별하게 뽑고 목회자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영철 / "신학교가 학문을 가르치기 전에 사람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목회는 칼빈주의로 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 말씀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학점 잘 받고 큰 교회를 섬기겠다는 꿈만 꿉니다. 신학생 때부터 철저하게 그리스도의 사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정직한 목회자가 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호용한 / "목회자가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소명 의식입니다. 그리고 그 소명 의식에 따라 영성을 길러야 합니다. 신학생들이 자신의 사역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이유는 영성 훈련을 게을리하기 때문입니다. 신학교 교수들도 자신이 '교수'가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일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 결국 좋은 신학생과 목회자를 길러 내려면 선배 목회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영철 / "담임목사는 부목사를 훌륭한 목회자로 키울 책임이 있습니다. 옥인교회에서 사역할 때 되도록 외부 강사보다 본교회 부교역자에게 설교할 기회를 많이 주려고 했습니다. 그들이 누구보다 우리 교회 교인들의 신앙 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적절한 말씀을 전할 수 있습니다. 외부 강사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한 번 말하고 가면 그만일 뿐 교인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원로목사, 20~30년 설교했으니 이제 쉬어도 된다"


▲ <목회자가 사는 길>은 김 목사가 쓰러져 가는 한국교회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병석에서 1년 동안 매달려 집필한 결과물이다.


- 책을 보면 초임 목회자, 은퇴 목회자, 작은 교회 목회자, 대형 교회 목회자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김영철 / "원로는 원로대로, 후임은 후임대로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제대로 안 되면 불화가 생깁니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역할을 어느 정도 구분해 놓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목사님 말씀대로 교회에서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 갈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영철 / "원로목사는 교회의 평화를 위해 후임이 세워지면 조용히 있는 게 좋습니다. 원로가 후임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교회의 화평이 깨집니다. 저는 은퇴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까지 (후임 목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은퇴 후 자신의 설교권과 축복 기도 기회를 보장해 달라는 원로목사도 있습니다. 20~30년 동안 설교하고 기도하느라 고생했기 때문에 이제 쉬라는 건데 뭘 자꾸 요구합니까."
- 아들과 사위가 목회자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세습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요. 옥인교회의 청빙 과정도 궁금합니다.
김영철 / "세습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교회는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후임 목회자는 옥인교회에서 부교역자로 9년 정도 사역한 이은호 목사를 청빙했습니다. 당시 이 목사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투표를 하니 93%가 찬성을 했습니다. 일각에선 다른 목회자를 추천하기도 했지만 검증된 사람이 있는데 굳이 데려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잡음 없이 잘 목회하고 있습니다.
후임 목회자 선정도 최소한 은퇴하기 3년 전에 하는 게 좋습니다. 일찍 은퇴한다고 이야기하면 교회에서 입지가 좁아질까 봐 은퇴 이야기를 늦게 꺼내는 목회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은퇴가 가까운 시점에서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3년 전부터 은퇴위원회를 조직하고 해당 노회에 은퇴한 목회자들이 있는 교회를 방문해서 조언을 듣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김영철 목사는 책을 낸 후 주위에서 "아픈 사람이 쓴 글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글을 쓴 것은 '한국교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후배 목회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무너져 가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병석에 있던 그를 1년 동안 집필에 매달리게 한 것이다.
호용한 목사는 교회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오늘날 한국교회에 이 새로운 푯대가 되어 주길 바랐다. '목회자의 영성을 회복하라', '비교 의식의 함정을 경계하라', '권위적인 목회를 지양하라' 등 쉬운 이야기지만 실제로 살아내는 목회자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김영철'이라는 선배 목회자가 있었기에 옥수중앙교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많은 후배 목회자들이 믿음의 선배가 간 길을 따라 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 호용한 목사는 <목회자가 사는 길>을 통해 많은 후배 목회자들이 믿음의 선배의 길을 따라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사진 왼쪽부터 호용한, 김영철 목사. ⓒ뉴스앤조이 최유진


최유진 (epr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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