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진실의길 2013-04-30일자 기사 '속 빈 경제민주화, 돈 앞에 무릎 꿇나'를 퍼왔습니다.
[집중 분석] 재벌기업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 판단 끝냈다

[집중 분석] 재벌기업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 판단 끝냈다

대선 후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사항인 기존순환출자 해소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에 대해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재벌의 지배구조에는 절대 손대지 않고 단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만 시정하도록 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말하는 ‘경제민주화’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 몸에서 악취 나도 옷만 깨끗하면 된다는 것
기존순환출자 해소 등 재벌기업 지배구조의 적절한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근본적으로 시정될 수 없다는 게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인정해야 하는 ‘상식’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권력 집중현상의 완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대기업의 부당행위만 단속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재벌기업의 폐해를 해소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일정 부분 환부에 칼을 대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칼을 대지 않고 단지 곪아있는 부위를 깨끗이 닦아내는 것으로 끝내려는 게 ‘박근혜식 경제민주화’다. 옷만 깨끗하게 세탁해 입는다면 몸이 더러워 악취가 난다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식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재벌기업의 겉옷 세탁’과 ‘환부 겉 닦기’에 치중돼 있었다. ▲부당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 근절 ▲대기업 불공정행위 금지 ▲대기업범죄 처벌 강화 ▲중고기업과 골목상권 보호 ▲가맹점 사업 불공정행위 근절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형적이고 모순적... 눈치 챈 재계
경제5단체 등 재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공약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 돼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경제민주화가 ‘겉치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재계가 눈치를 챘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는 경제민주화를, 재계에는 경제활성화를 주문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서 약점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반격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추진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업규제를 적극 완화해 경제활성화와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말하는 정부다. 말로는 ‘투트랙 전략’이라지만 내용을 보면 모순적이고 기형적이다. 한 몸에 달린 두 발이 한쪽 발은 동쪽으로, 다른쪽 발은 서쪽으로 가려한다.
경제민주화도 하고 투자촉진도 하겠단다. 각자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한손으로 잡아보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신출귀몰한 능력이 있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재벌기업들이 어떤 판단을 했을까.
재벌기업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 판단 끝냈다
정부의 입장이 모순적이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을 제대로 간파한 모양이다.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 저지’를 목적으로 국회를 항의방문 하는 등 과감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저들이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며 어떤 판단과 결론에 도달한 걸까. 재벌기업의 속마음으로 들어가 보자. 아마도 이럴 것이다.
정반대의 두 개념을 동시에 말하는 정부. 무슨 의미일까? 재벌규제법 만들겠다면서 동시에 규제완화를 얘기한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경제성장과 투자촉진을 주문한다. 한마리는 왼쪽으로 다른 한 마리는 오른쪽으로 튀는 토끼를 다 잡겠다고 말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쪽에 진심이 있고 다른 쪽은 단지 포장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결국 한 마리만 붙잡게 될 거다.
어느 토끼를 선택할까? 경제민주화일까, 경제활성화일까? 경제복지일까, 경제성장일까? 입법규제일까, 규제완화일까? 정부가 우리 재벌에게 원하는 게 뭐지? 돈이다. 우리 재벌들이 곳간을 열어 투자하는 걸 간절히 원하는 정부 아닌가. 게다가 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박정희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확실하다. 결국 경제성장, 투자확대, 규제완화, 이런 것과 딱 어울리는 ‘토끼’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 쫄 필요없다. 우리에겐 돈이 있다. 막판에 돈과 우리의 요구를 맞바꾸면 그만이다. 게다가 그냥 버리는 돈이 아니라 이윤이 수반되는 투자 아닌가.

재계 입법 저지 행동 돌입, 힌트 준 이는 박근혜-현오석
아마도 이런 식의 판단이 섰을 게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경제5단체가 지난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등 기업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국회가 신중을 기해 달라’고 주장한데 이어 29일에는 직접 국회를 방문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전체에 대해 '과잉입법'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국회를 압박하는 일종의 ‘입법저지 로비’를 한 것이다.
재계가 이렇게 판단하고 이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다름아닌 박 대통령과 현오석 부총리다.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이지 어느 한쪽을 옥죄려는 것은 아니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무리한 측면이 있어 기업활동을 억누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있는 시장경제를 세우는 것이고, 그것이 기업에게 절대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오석 부총리)

이제 ‘박근혜식 기업프렌들리’ 시작되나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경제5단체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투자 침체와 일자리 축소 등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식의 ‘협박성 주장’을 폈고, 이에 대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활성화)가 불이 붙으려면 기업 쪽에서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기업들이 전과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며 “앞으로 상황이 바뀔 것이니 이 점을 염두해 두고 투자하면 될 것”이라고 응대했다.
이런 분위기에 떠밀려 경제민주화 관련 13개 주요법안의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여야가 6인 협의체를 구성해 올 상반기에 처리하기로 한 핵심법안 중 일부는 폐기된 거나 다름없게 됐으며, 상당수의 법안은 내용이 달라지거나 통과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속 빈 강정’이라는 걸 눈치 챈 재계가 ‘돈의 힘’을 앞세워 반격을 가하자 새누리당은 꽁지를 내렸고, 정부의 목소리는 한껏 낮아졌다.
어정쩡하게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던 정부가 ‘머니 파워’를 앞세운 재계의 역공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이제 ‘박근혜식 기업프렌들리’가 시작될 모양이다.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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