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일 목요일

‘라면 상무’ 폭행사건, 대한항공의 이상한 처방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01일자 기사 '‘라면 상무’ 폭행사건, 대한항공의 이상한 처방'을 퍼왔습니다.

‘폭력 경위 담긴 내부보고서’ 유포자 조사만 강조
피해 당사자인 승무원들 근무환경 개선은 ‘냉무’


대한항공이 최근 논란이 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과 관련해, 1일 내부보고서가 유출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며, 승객 정보 유출 등 보안이 허술한 부분을 적극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인 승무원의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여승무원 폭행사건 관련 입장’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의 방침과 상관없이 고객 업무 처리와 관련된 내부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외부에 유출됨으로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유포자가 누군지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출된 내부 보고서 내용에는 당시 상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승객 신상에 대한 개인정보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마치 승객 신상정보 노출 확대의 중심처럼 호도된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는 승객 정보 등 보안과 관련된 사항을 적극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보고서는 승무원이 포스코에너지 임원과 벌어진 업무 처리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해당 임원이 사표를 냈고, 포스코 역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내놓은 자료에 피해 당사자인 승무원의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없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객실 서비스와 관련해 고객 불만이 두차례 이상 회사에 접수되면 업무에서 제외돼 서비스 재교육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이 굴욕적인 상황까지도 참아야 한다. 한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은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그 내용이 정당하더라도 시말서를 쓰고 벌점을 받는다. 0.5~1점씩 받는 벌점이 9점까지 쌓이면 사장 경고가 가능하고, 이를 빌미로 해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항공사들은) 객실 승무원의 안전 활동이 최우선 업무임을 인식하고 무릎 꿇기 같은 노예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 항공 노동자들의 정당한 자기방어권을 제한하는 각종 평가제도를 개정하고, 피해 승무원을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협의회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전국운수산업노조 아시아나항공 지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객실 서비스 등 노동 환경에 대한 보완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객실 서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39)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객실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내식, 기내 면세점, 호텔 등도 책임지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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