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26일자 기사 '홍준표, ‘폐업’ 못박고 노조와 대화 시늉만…‘고사작전’ 고수'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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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공방’ 막판 치닫는 진주의료원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한 지 26일로 석달이 지났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물론 보건복지부까지 정상화를 주장하는데,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남도는 폐업을 강행할 태세다. 서부 경남지역의 공공의료안전망 구실을 한 진주의료원은 전국 지방공공의료원 가운데 최초로 강제 폐업될 것인가?
박근혜 정부 출범 다음날인 2월26일 경남도는 경남도립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18일 휴업을 예고한 뒤 주로 노인들인 입원 환자들을 내보내고, 의사를 계약 해지(해고)했으며, 병원 직원들을 퇴직하도록 했다.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야권 등의 반발과 비판,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상화 촉구 등에 떠밀린 홍준표 지사는 지난달 23일부터 한달 동안 폐업을 유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시간만 끌며 대화를 사실상 무력화시킴으로써 폐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103년 동안 경남 서부지역의 공공의료기관으로 기능해온 진주의료원의 운명을 취임 다섯달 남짓 된 경남지사가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등 공공의료 확충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정부 출범 석달 만에 빛바랠 처지에 놓였다.
한달간 정상화 위한 대화서
박권범 대행 무성의 일관
노조 대책안 3차례 퇴짜만
지난달 23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한달 유보하기로 약속한 홍 지사는 기자회견 직후 와의 인터뷰에서 “늦었다, 늦었어, 늦었다고”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정상화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었다.이튿날부터 시작된 노사 대화에서 진주의료원 경영진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홍 지사는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에게 전권을 위임했다고 했으나, 박 대행은 단 한 차례도 정상화 방안을 내지 않았고, 노조 쪽이 세 차례 제시한 정상화 방안에 퇴짜만 놓았다. 경남도가 파견한 4급 지방공무원인 박 직무대행은 “폐업 방침은 변함이 없다. 정상화 방안은 정상화하자는 사람들이 내는 것”이라며 노사 대화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협상 동안에도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반발을 샀다.노조 쪽이 홍 지사에게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으나 홍 지사는 이를 외면했고, 한달간의 협상 시한이 끝나는 지난 22일에는 시민중재단의 중재 제안도 거부했다. 경남도는 ‘노사 대화도 했으니 이제 폐업 선언만 남았다’는 태도로, 27~31일 폐업을 발표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폐업을 고집하는 경남도가 내거는 폐업 이유는 몇 차례나 바뀌었다.애초 2월26일엔 ‘경영 부진에 따른 적자 누적’을 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빚이 279억원에 이르러 3~5년 안에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인·장기·난치성 환자를 돌보느라 ‘건강한 적자’를 감수하는 전국 지방의료원 34곳 가운데 빚 없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런 이유는 설득력을 잃었다.
환자 3명·노인요양병원만 남아
경남도 27~31일 폐업 공표 시사
노조 위원장단 단식농성 나서
3월 중순부턴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라는 표현을 동원해 노조를 탓했다. 경영 부실은 노조의 도덕적 해이와 지나친 경영 간섭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4월30일부터 경남도가 노무사·약사 등을 동원해 진주의료원 특정감사를 해보니, 경영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노조가 아닌 경영진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 때문으로 드러났다.지난달 23일 홍 지사는 서민 무상의료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진주의료원을 지원하는 돈으로 의료급여 1종 수급자에게 무상의료를 하고 서부 경남지역 보건소 시설·장비를 확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는데도 이후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정작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는 이유나 명분이 모호해진 상태다.경남도의 ‘고사 작전’으로 진주의료원은 빈사 지경에 놓였다. 경남도가 휴업을 예고한 3월18일 이후 진주의료원의 공공의료기관 기능은 사실상 중단됐다. 폐업 방침 발표 당시 203명이던 입원 환자는 경남도의 퇴원·전원 종용으로 3명만 남았다. 계약 기간과 관계없이 한꺼번에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의사 11명은 지난달까지 모두 떠났다. 232명이던 직원도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을 통해 71명으로 줄었다. 급성기병동,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장례식장 등은 폐쇄됐다.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4일부터 위원장단 3명이 경남도청 마당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폐업 저지에 마지막 힘을 모으고 있다. 위원장단은 27일부턴 물도 먹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은 우리나라 전체 공공의료의 틀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방의료원을 최초로 강제 폐업시킨 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엄중한 판단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보건복지부는 ‘폐업 반대’ 견해만 되풀이하면서 뾰족한 정상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병국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한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하루빨리 진주의료원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 지방의료원을 포함해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csw@hani.co.kr

경남 진주의료원의 존립 근거를 없애는 조례 개정안을 다루려는 경남도의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23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노조원과 시민단체 등의 회원들이 결의대회를 열어 우산을 펼쳐든 채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창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땅 등 재산가치 1300억 달해 매각 힘들수도
병원건물에 경남도 서부청사 입주 가능성
폐업 강행때 시설 처리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한 이후 의료원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경남도는 26일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 매각해서 빚 갚고 남는 돈을 경남도 재산으로 귀속시킨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폐업 발표와 동시에 진주의료원을 매물로 내놓을 수는 없다. 그 이전에 경남도의회가 경남도립 진주의료원의 존립 근거를 삭제한 조례 개정안을 가결해야 한다. 경남도의회는 경남도가 폐업을 공식 발표하면 새달 11일 임시회에서 처리하겠다는 태도다.폐업은 진주의료원 이사회 의결만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경남도 견해다. 이르면 27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폐업을 의결하고, 의결 직후 경남도가 폐업을 발표하는 수순이다. 폐업 발표와 법인 해산 의결이 모두 이뤄지면, 진주의료원 이사회는 청산이사회로 전환돼 시설 매각, 직원 해고 등을 한다.의료원 시설 매각이 경남도 예상대로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재무제표에 진주의료원의 재산 가치는 610억원이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땅값 500억~600억원, 건물 500억원, 장비 300억원 등 1300억~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을 추진할 때 지출해야 할 돈은 지난해 말 기준 빚 279억원과 추가로 발생한 빚, 남은 직원 71명의 해고수당 7억여원 등이다. 도시계획을 바꾸지 않으면 병원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 1300억원에 이르는 시설을 사들여 의료기관으로 활용하려는 개인이나 기관이 나타날지 의문이다.진주의료원 시설이 팔리지 않으면, 경남도가 떠안아야 한다. 홍 지사가 ‘진주에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세우겠다’는 자신의 선거공약을 실현하려는 시설로 쓸 것이라는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창원에서 서부 경남으로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경남도 산하기관들이 입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남도청 서부청사 등이 입주하게 되면, 홍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폐업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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