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호 칼럼] 포화상태,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상대적으로 선전… 의무휴일제 탓 터무니없는 손실 뻥튀기
1.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대형마트 측과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대형마트 측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습니까?
⇨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효과에 대한 대형마트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보고서가 지난 2월에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일부 학자들이 대형유통업체의 이익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것인데요. 보고서 제목은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강제휴무로 사회적 득실을 총괄하면 1년 손실이 무려 7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보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손실을 뻥튀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들 학자들의 손실 추정치가 과다하게 뻥튀기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이들의 보고서가 대형마트 손실을 과다하게 뻥튀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6천 억원의 손실을 보고 전통시장은 6000억 원의 이익을 얻어 사회전체적으로 7조 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나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2%로 지난 10년간 평균 4%보다 3배나 높았습니다.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높았던 것은 다른 산업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도소매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표] 연도별 도소매업 경제성장 기여율(단위 : 10억원)

(자료) 한국은행, ECOS
3.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았다고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의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는데요. 평년에 대형마트 매출액은 어느 정도씩 늘었나요?
⇨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대형마트 매출액은 1년에 3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연간 증가분은 1조원대로 떨어졌는데요. 다만 2010년 경기회복기 때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6% 이상까지 오르면서 2011년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이 4조 원을 넘어 서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지난해 실적인 2.1조 원의 증가분을 어떻게 볼 것이냐인데요.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1조 원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또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자신들과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표]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과 경제성장률(단위 : 조원, %)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4.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대형마트가 270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시기에 보고서를 내고 대형마트가 217개에 이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형마트 수는 445개에 이르렀습니다. 재벌연구소들의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심각한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5.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는 대형마트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까?
⇨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에 6.3%였는데 지난해에는 2%였습니다. 2년만에 1/3토막이 난 겁니다. 또 실질소비 증가율도 2010년에는 4.4%였는데 지난해에는 1.7%였습니다. 역시 소비도 2년 만에 1/3토막이 났습니다. 이렇게 경제성장률과 실질소비 증가율이 1/3토막이 나다 보니 대형마트 매출 증가분이 2011년 4조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대형마트 측이 지난해에 대형마트 증가분이 감소한 것을 모두 다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6. 또 대형마트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자들은 의무휴일제 도입으로 협력업체 매출 감소액이 연간 2조 2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사업을 해 본 사람들은 이들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어떤 사업장의 매출액은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과 그 사업장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매출액이 2조 원 이상 줄었다는 주장 속에는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2조원 가까이 줄었다는 것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이 경우에 대형마트 매출액도 2조 원 이상 줄고, 또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2조 이상 줄었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매출액이 4조원 이상 줄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산업연관표상의 매출액 감소분과 매입액 감소분을 모두 합쳐 매출액 감소분이라고 우기는 셈이 됩니다. 또 이 경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액을 줄이지 않았다면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줄이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즉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세와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 탓이지, 의무휴일제 탓은 아니라는 겁니다.
7.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대한민국의 모든 소매업 협력업체들은 대형마트와 거래하고 싶어합니다.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또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또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었다는 것은 곧 일종의 기득권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2010년 이후의 경제성장률 급락이 이들의 기득권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세를 둔화시키자, 대형마트들이 그 원인을 경제성장률 급락에서 찾지 않고 모든 원인을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에 비치어 볼 때 도소매업 전체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며, 도소매업 전체에 나타나는 매출액 증가세 둔화는 의무휴일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8.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은 최근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에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1.4%였고, 지난해에는 5.5%였습니다.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이 난 겁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어떠했을까. 2011년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은 10.7%였고, 지난해에는 5.1%였습니다. 역시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두 가지 통계를 비교해 보면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이 났고,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는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 반토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표] 경제성장률과 주요 유통업체 매출액 변화율(단위 : %)

(자료) : 통계청
9.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은 편의점과 수퍼마켓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편의점 매출과 관련하여 지난 2년간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습니다. 2010년 이후 3년간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매년 18% 내외를 기록해서 지난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의 3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수퍼마켓의 매출증가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4.8%로 떨어졌는데요. 반토막에 가깝긴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 감소분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인터넷 쇼핑 매출이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이상의 여러 가지 통계들을 종합해 보면 편의점과 같은 쾌적한 소비 공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인터넷 쇼핑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대형마트측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요?
⇨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동·송파지역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 점포의 42%에서 매출액과 고객수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점포 비율이 10%, 0~10% 증가한 점포가 32%였고, 매출 변화가 없다는 점포가 55%,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포가 3%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강동·송파 이외 지역에서도 의무휴업일의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11. 최근 모 언론사는 지난 1년간의 유통업계를 평가하며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 편의점 방긋”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습니까?
⇨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서민들이나 학생들이 자주 찾는 김밥집이 많이 생겼는데요. 요즘에 시내를 둘러보면 김밥집 찾기가 힘듭니다. 편의점들이 간식 코너를 만들어서 김밥집 등 분식집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인데요. 어쨌거나 편의점들이 포화 논란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건은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이라는 기사 제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기사 제목은 대형마트들의 과욕을 대변하는 것일 뿐 진실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대형마트가 포화 논란 속에 지난해 2조 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면 지난해와 같은 경기침체 하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입니다. 전통시장 또한 의무휴일제가 매출액 급락을 막아주었다면 이 제도는 충분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과 언론사들은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 매출 급락을 막아 준 효과는 무시하고,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강변하는데 매우 표피적인 시각입니다.
12.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전통시장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전통시장들은 어떤 자구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전통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주차장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표를 의식해서 주차장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쾌적성인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만으로 전통시장 경쟁력이 다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시장 상인들이 자생적인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하고, 또 경영컨설팅과 교육도 필수적으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컨설팅 관련 정부 예산이 고작 300억 원에 머무르고 있고, 프로그램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세자영업 경영컨설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 네덜란드식 정책을 적극 차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각종 개혁들이 정착되어서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에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3. 단기적으로 보아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시장 정책은 걸음마 단계에 있고 또 전시행정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요. 또 하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집요한 로비행태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로비가 정부와 언론사, 학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 학자들과 기자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장이 마치 100% 사실인 양 발표하고 또 보도하기에 바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balance12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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