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5-22일자 기사 '어떤 정당성도 없는 6개월 강제구금'을 퍼왔습니다.
사람을 6개월씩이나 독방에 구금하면서 그 어떤 절차적 보장도 안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간첩죄에 관한 조사까지 이루어진다.
아무도 당신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독방에 감금되어 조사받지만 당신에게는 어떠한 절차적 권리도 없다.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기도 하지만 진술거부권, 변호인조력권 등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당신은 그러한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알 길이 없다. 조사 중 외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지만 당신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 아무도 당신의 이러한 처지를 알지 못한다. 당신은 길게는 반년, 아니 그 이상까지 이러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조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이가 누구인지,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전쟁포로에 대한 취급도 비상계엄하의 체포·구금에 대한 특별조치도 이럴 수는 없다. 관타나모인가? 아니다. 적어도 관타나모에서는 누가 있는지 알려져 있고 변호인의 접견이 가능하다. 이곳은 ‘법치국가’ 대한민국 내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다.

2011년 10월 일본 앞바다에서 발견된 탈북자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합동신문’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가 전부다. 그것도 국가정보원·통일부 등의 견해를 전하면서다. 합동신문 과정에서 간첩을 적발했다, 아니면 적발하지 못했으므로 합동신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그리고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으레 간첩 잡는 곳이겠거니 하고.
2009년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변호사들로부터 탈북자 난민 신청에 관한 자문 요청에 응하면서 탈북자들의 입국 및 정착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탈북자들은 외국 주재 한국 공관 등에 보호 신청을 하고 한국에 입국하게 된다. 입국 후 국정원 주도 아래 탈북자 여부, 보호 및 정착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합동신문이 이루어지고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사회 적응 교육 등을 받게 된다. 합동신문은 6개월까지 가능하고 하나원 과정은 3개월 정도 진행된다. 거의 1년 가까이 탈북자들에 대한 출입과 외부 접촉을 철저히 통제하며 감금할 수 있는 이러한 관행은 어떤 법적 근거를 가지는 것일까. 이것이 의문의 시작이었고 마침 합동신문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나타나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010년 8월에 시작된 이 소송은 지난 1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기각 판결로 전부 패소가 확정되었다.
구금에 동의? 안 그러면 추방인데?
국가정보원장은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합동신문의 법률적 근거의 전부다. 그리고 시행령이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일시적인 신변안전 조치와 보호 여부 결정 등을 위한 필요한 조사’로 부연 설명하고 있고, 그 ‘내용·방법과 필요한 조치를 위한 시설의 설치·운영 등’은 국정원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도의 규정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6개월씩이나 독방에 구금하면서 그 어떠한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간첩죄에 관한 조사까지 이루어진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합동신문의 현실이 바로 그러하다. 소송에서 독방에서의 불법 수사와 감금, 맹장염 발병을 방치하고 진찰 요구를 거절한 비인도적 처우, 모욕적 언사와 강압적 심문의 위법성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판결은 합동신문이 법령에 근거한 합법적인 수용이고, 범죄 수사는 없었으며, 나머지 주장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간단명료한 결론을 제시했다.

ⓒ시사IN 백승기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고 맹장이 터진 후에야 수술받았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판결은 원고가 임시보호시설 수용 및 조사 등에 대해 충분히 고지받았고 이를 양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국정원이 원고를 조사실에 수용한 뒤 원고로 하여금 본인과 관련된 내용 일체를 사실대로 말하고, 그 진술이 사실과 다를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처벌 등을 받을 것을 서약하도록 한 것뿐이다.판결은 또 원고가 스스로 보호신청을 한 것이며 언제든지 보호신청을 철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고가 보호신청 철회 의사를 밝혔다면 국정원은 어떠한 후속 조치를 취했을까. ‘반국가 단체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인 북한으로의 강제송환? 중국으로의 밀입국? 아니면 합동신문 시설을 나와 남한에서 한국 국적자로서 자유롭게 생활하게 한다? 아마도 탈북자는 ‘자유의사’에 따라 철회 의사를 번복하고 조사에 다시 응하게 되었을 것이다.

판결은 원고에 대한 절차의 보장이 없는 감금 조사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다. 위장 탈출, 간첩죄 혐의에 관한 조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흉악범이나 지능범이 증가한다고 해서 고문 도입을 주장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장간첩 적발의 필요성이 행정 절차에 불과한 보호 여부 심사 절차에서 간첩 혐의 수사를 하는 위법적인 관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행정 절차인 보호 여부 결정에 관한 조사와 형사 절차인 간첩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각 절차가 요구하는 적법 절차를 철저히 보장할 때 위장간첩이 발붙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절차 보장이 전무한 장기간의 강제구금은 필연적으로 자의적이고 강압적인 행정 작용을 가능하게 해준다. 기본적 진료나 운동 등의 보장도 생각하기 어렵고, 모욕적 언사나 폭행 등이 이루어질 위험성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게 되는 탈북자들의 경우 항상 당국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되고 잘 길들여진 지극히 순종적인 ‘이등 국민’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얼마 전 딸이 나에게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위 소송의 당사자와 다른 곳에서 만난 탈북자 모두 합동신문 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당국이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장기간 감금 상태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현행 합동신문에서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면 과연 나도 자살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극단적인 국가 폭력일 수 있는 현행 합동신문의 관행,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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