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종편은 5·18 왜곡하는데 공영방송은 수수방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3일자 기사 '종편은 5·18 왜곡하는데 공영방송은 수수방관'을 퍼왔습니다.
5·18 특집방송 전무·광주지역 방송사와 대조… “5·18, 언론이 다룰 수 있는 소재 넘친다”

전두환 신군부에 맞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 개입설’ ‘희생자 비하’ 등 도를 넘은 왜곡으로 그 역사적 진실이 심각하게 훼손 당하고 있다. TV조선, 채널A 등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이에 가담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3사에서도 5·18의 의미 및 진실을 조명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심층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TV조선은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다” 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채널A 역시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북한군이라고 밝힌 한 남성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들은 극우사이트로 꼽히는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5·18을 폭동으로 보고, 당시 희생된 시민들을 ‘홍어’에 비유하는 일부 흐름과 맞물려 비상식적인 역사 왜곡의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5·18에 대한 왜곡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데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리거나 심층적으로 접근한 방송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KBS가 1TV (다큐극장) ‘광주 33년, 5.18의 기억’에서 이 사안을 조명했다. 하지만 (다큐극장)자체가 현대사를 다루는 성격을 띠고 있어 특집 편성이라고 볼 수 없고 ‘5·18 트라우마’라는 소재가 이미 몇 년 전에 제기됐던 터라 새로운 접근방식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무관심은 광주 지역방송사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KBS광주는 17일 (열린 마당) ‘애꾸눈 광대’ 편에서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후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지현씨를 통해 이 사안을 조명했다. 광주MBC는 ‘왜 5.18을 왜곡하는가’ 등 5·18 특집 토론을 연속 편성했으며 특집다큐 (추기경의 5월)을 방송할 예정이다. 또한 18~21일에 걸쳐 심층 리포트를 내보냈다. 지역민방 KBC광주방송 역시 (시사플러스)를 통해 ‘5.18왜곡 역사의식 바로 해야’(11일), ‘5.18트라우마 극복해야’(18일)를 연속적으로 다뤘다. (열린 토론회)에서도 12일과 19일에 걸쳐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과 5월 정신을 주제로 방송했다. 광주평화방송도 18일 5·18 유공자들의 생활고와 정신적 외상스트레스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눈까마스(Nunca Mas), 광주!]를 편성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캡처.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이 다가오면 방송사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조명했는데 이명박 정권 이후 이런 경향이 사라졌다”면서 “제주 4.3사건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방송사의 역할인데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논란에 대해 받아쓰기 하는 정도다. 최근 들어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사라지는 현상에는 공영방송의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5·18 25주년을 맞은 2004년에는 KBS와 MBC가 5·18 프로그램 4편을 내보냈다. 2005년에는 KBS광주가 제작한 (노래로 쓰는 오월)이 전국적으로 방송됐고, MBC 특집다큐 (80년 5월, 두개의 내란)에서 5·18을 다뤘다. 2007년에는 MBC 스페셜 (내 친구 김동관)이, KBS 스페셜 팩션(팩트+픽션의 합성어) 드라마 (오월의 두 초상)이 있었다. KBS는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KBS스페셜-‘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2009년), (시사기획 KBS 10-‘5월의 노래’)(2010년) 등 5·18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고, 2011년에는 드라마([드라마스페셜-‘우리 기쁜 젊은 날’])에서나마 이 사안을 조명했다. 

(KBS스페셜) ‘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를 연출한 안주식 KBS PD는 “5·18 다큐는 역사적 사실이 새로 발굴되는 것이 없어서 제작하기 어려운 특면이 있지만 최근 이 사안이 이념문제로 인식되거나 고유의 역사적 사실이 망각되고 있어서 지상파가 의무감을 가지고 다뤄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보수정권이 이어지고 제작 자체의 애로점이 있다 보니 5·18과 같은 소재가 주목하지 못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아이템을 내도 채택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 같다” 

안 PD도 최근 극우적 시각이 활개 치는 현실에 대한 책임이 공영방송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책임은 KBS에 있다고 본다. 역사교육은 학교에서도 이뤄지지만 상당부분 공영방송을 통해 이뤄진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KBS가 언론사로서의 자율성을 잃어버리면서 이런 역할을 소홀히 했고, 그러다보니 일간베스트 등이 뜨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와 SBS가 보도를 통해 5·18을 다뤘지만 리포트는 한 꼭지에 그쳤다. 다만 SBS가 18일자 (8시뉴스) 12번째 리포트 (민주화가 왕따라는 뜻?…역사 교육 부실)에서 종편과 일간베스트 등 5·18왜곡 현상과 부실한 역사교육 현장을 비교적 상세히 지적했다. 


경향신문 18일자 1면.

한편 경향신문·국민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등 신문들도 최근의 5·18 왜곡 흐름을 비롯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다뤘다. 하지만 대부분 종편들의 왜곡 보도에 대해 지적하는 것으로 그쳤고 최근 한국사회의 극우 흐름에 대해 심층적으로 짚어주는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그쳤다. 경향신문은 18일자 1면 머리기사 (괴물’이 되어가는 보수)와 사설 (국민통합 해치는 반역사적 5·18 왜곡 시도)에서, 한겨레는 17일자 2면기사 (민주화운동’ 정당성 흠집내기…저열한 역사인식 노골화)와 18일자 1면 (5·18 왜곡 방송, 일본 극우와 뭐가 다른가)에서 이 현상을 짚었다. 

5·18 기획기사를 준비한 신문사는 단 한 곳이었다. 한겨레는 20일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크라우드소싱’ 기획 (전두환 비자금을 찾아라) 시리즈를 시작했다. 한겨레는 “올 10월까지 추가로 은닉 재산을 찾아내 추징하지 못하면 시효가 만료된다.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조처는 법률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한겨레가 전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 탐사에 나서게 된 이유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화는 완결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에 5·18은 과거의 사건을 돌아본다는 의미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시의성’이란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지 여부이다. 그렇게 본다면 5·18에 대해 언론이 매년 다룰 수 있는 내용은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33년 지났지만 상처 커…언론도 5·18에 무관심”특집 다큐 ‘추기경의 5월’ 제작한 백재훈 광주MBC PD

오는 31일 방송될 ‘추기경의 5월’은 1980년 5월 18일 이후 천주교 사제들의 행적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방송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광주 MBC의 (추기경의 5월)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제들의 활동을 통해 이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한다. 

백 PD는 “천주교 사제들이 당시 수습대책위원회에서 중재나 협상 등의 노력을 했고, 이후에도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다”면서 “5·18에 대한 오해와 폄훼가 난무한 현실인데,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어르신들을 통해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수환 추기경의 5·18 관련 인터뷰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백 PD는 “김수환 추기경이 용서와 화해를 강조해, 사회적 논란이 될 발언은 자제해왔다”며 “영상물을 지금 공개해도 좋다고 판단해서 광주대교구와 평화방송, 광주MBC 등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백 PD는 “33년이 지났지만 5·18 관련자들의 심리적·정신적 상처는 여전히 깊다. 그런데도 (최근 5·18 왜곡 흐름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큰 아픔”이라면서 “촬영 도중에 만난 5·18 관계자들은 지금의 역사왜곡에 대해 그야말로 공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PD는 또한 “5·18이 역사 교육에서 거의 배제되고 있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지식이 이를 바라보는 판단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언론이 교육과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언론이 5·18에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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