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4일 금요일

종편의 ‘5·18 왜곡보도’ 파문, 조중동 분화의 신호탄 될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3일자 기사 '종편의 ‘5·18 왜곡보도’ 파문, 조중동 분화의 신호탄 될까?'를 퍼왔습니다.
동아 ‘오락가락’ 조선 ‘외골수’· 중앙·JTBC ‘중도’ 인상… “자금력 차이에 따른 마케팅 방식 차이일 뿐”

종편의 ‘5·18 왜곡보도’를 계기로 보수언론인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와 TV조선·JTBC·채널A 사이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가 왜곡보도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중앙일보와 JTBC가 상대적으로 점수를 따는 양상이다.  

파문이 발생한 이후 채널A와 동아일보는 발 빠르게 사과했다. 반면 TV조선은 ‘5·18 북한군 개입설 전면부정’과 자신들의 보도로 북한군 개입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처럼 보도해 후안무치란 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와 JTBC는 조선·동아와 일정하게 거리두기를 하는 반면 동아일보는 파문진화에 나서고 있고, 조선일보는 ‘외골수’로 가는 모양새다. 

‘5·18 왜곡보도’와 관련, 가장 주목받는 언론사는 중앙일보와 JTBC다. TV조선과 채널A가 ‘5·18 왜곡방송’ 파문의 중심축으로 등장할 때 JTBC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방송 자체가 없었다. 오히려 중앙일보는 TV조선과 채널A의 ‘5·18왜곡보도’ 파문이 발생한 직후 지면을 통해 두 방송사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조선 동아와는 차별화를 꾀했다.  

중앙일보, 5·18 왜곡보도 관련 TV조선·채널A 연이어 강도 높게 비판 

중앙일보는 지난 20일자 14면 (“5·18 북한개입” 여과 없이 방송…역사 왜곡 논란 확산)에서 “일부 TV방송이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란 내용의 탈북자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한 데 이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가 이를 퍼나르면서 ‘역사왜곡’ 논란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2013년 5월20일자 14면

중앙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을 처음 제기한 건 1980년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신군부였다”면서 “역사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소문 수준의 주장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당시 광주에는 전군에 비상이 걸린 계엄상황이라서 북한군이 침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군사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중앙은 같은 날 사설 (5·18에 대한 근거 없는 왜곡을 규탄한다)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즈음해 근거 없는 북한 개입설이 유포되고 있다”면서 “신분이 불명확한 몇몇 탈북자의 주장이 걸러지지 않은 채 일부 방송과 인터넷으로 전파된 결과”라며 TV조선과 채널A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중앙은 “세월이 흐르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5·18의 진상과 사실관계에 대해선 이미 정리 작업이 이뤄졌다”면서 “그런데 난데없이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하는 패륜행위다.
정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반민주적 도발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그 같은 악의적인 비방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크게 벗어난다”면서 “자발적인 정화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제재와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2013년 5월20일자 사설

중앙은 또한 지난 22일자 ‘중앙시평’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다)(김진국 논설주간)에서도 TV조선과 채널A의 ‘5·18 왜곡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진국 논설주간은 “이제 와 웬 뜬금없는 북한군일까”라고 반문한 뒤 “특정지역에 대한 모욕적 표현도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그날의 공포와 절망, 눈물을 안다면 같은 국민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통합 노력을 아는 보수세력이라면 해서는 안 될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와 사설 비교 기획… ‘중도 포용’ 노선으로 가는 중앙일보의 차별화 전략 

전문가들은 ‘5·18 왜곡보도’를 계기로 중앙일보가 조선·동아일보와는 확실히 차별화 된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출신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확실히 차별성을 획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강윤 평론가는 “이번 건도 그렇고 한겨레와 사설교류를 하는 것도 중앙일보가 조중동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이번 5·18 보도에서 너무 세게 나갔다. 심하게 말해 거의 ‘일베’ 수준으로까지 갔다”고 비판했다. 

이 평론가는 “TV조선과 채널A에서 방송된 내용은 극우인사의 비상식적이면서 몰역사적인 망언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을 방송에 출연시켜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는 건 언론으로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팩트 체크’와 근거 제시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이번 ‘5·18 왜곡보도’ 파문을 계기로 조중동의 분화 가능성이 있다”면서 “복지정책이나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선 앞으로도 조중동이 사안별로 연대가 가능하겠지만, 5.18 민주화운동의 경우는 그런 사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종편 로고와 사옥.

최 교수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인데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국기’를 뒤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종편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찌라시 방송’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중앙은 이런 이미지를 상당히 희석시켰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 교수는 “조중동의 분화는 사안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손석희 체제’의 JTBC … 보도 부문 변화로 이어질까 

일각에선 최근 중앙일보와 JTBC의 변화를 손석희 사장 체제와 연결 짓기도 한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JTBC는 개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보수색채를 강화하기보다 젊은 층과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5·18 보도’도 그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향후 JTBC가 손석희 체제로 전환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손석희 사장이 JTBC에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실제 JTBC의 변화를 일정 부분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중앙일보와 JTBC는 조선·동아 및 TV조선·채널A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주들 입장에서도 실제 구매력이 있는 세대나 계층들이 보는 프로그램· 채널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점을 감안하면 60대 이상 중장년층에 타깃을 맞추는 TV조선과 채널A 전략은 머지않아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별화 된 지면변화 선보였던 동아일보… 이번 건으로 ‘신뢰도 추락’ 
채널A ‘공정방송위’ 설치 등 후속대책 마련 분주 

반면 올 들어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박근혜 정부 내각에 참여할 인사들의 공직자 검증에 적극적이었던 동아일보는 이번 ‘5·18 왜곡보도’로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동아는 지난 1월 말, 김용준 당시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 관련 의혹을 적극 검증한데 이어 언론의 공직자 검증취재를 ‘신상털기’라고 비판한 조선일보를 지면을 통해 비판하는 등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당시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됐던 ‘애국적 핵무장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채널A종합뉴스 사과방송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번 채널A의 ‘5·18 왜곡보도’ 논란으로 이 같은 변화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동아일보가 지면을 통해 채널A 방송을 비판하고, 파문이 발생한 이후 채널A 기자들이 비판 성명서를 내며 사과방송을 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동아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면 변화를 선보이는 등 나름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채널A의 경우 동아일보와는 완전히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평론가는 “전언에 따르면 동아가 채널A에 대해서 제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동아일보가 아무리 지면변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일보가 지금과 같은 혼선을 보이지 않으려면 채널A와 동아일보 지면을 함께 컨트롤 할 수 있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 평론가는 “그나마 채널A 기자들이 내부에서 반발을 한 것이 TV조선과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이고 나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동아가 박근혜 정부 초기 여러 변화를 시도했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사실 종편사 가운데 가장 생존이 위험한 방송사는 채널A”라면서 “만약 채널A의 내부반발이 없었다면 동아가 이런 식으로 사과를 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젊은 층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으나 이번 건으로 무색하게 됐다 ”고 지적했다. 

채널A는 ‘공정방송위’에 준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사과방송 이후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황순욱 기자협회 채널A 지회장은 “재방방지 대책으로 공정방송위에 준하는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지회장은 “편성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 형식으로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으며, 기자들이 참여해서 방송이 되기 전에 아이템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지회장은 “편성위원회는 사후 기구지만 ‘공정방송위’는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아이템을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차이”라면서 “기자들이 4명 정도 참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사측도 공감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조중동의 분화? 일반화로 보긴 어렵다. 특수한 상황일 뿐” 

하지만 ‘조중동의 본격 분화’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조중동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응 양상이 다를 뿐 본격 분화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13일 방송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조중동의 ‘5·18 왜곡보도’에 대한 후속조치를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건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중앙은 삼성이나 기업, 경제문제 등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조선·동아처럼 보수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진 않았다”면서 “JTBC도 드라마나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자금력도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에 동아·조선처럼 ‘노이즈 마케팅’ 하지 않아도 승산이 있다. 이런 점이 ‘5·18보도’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5·18 보도와 관련, JTBC가 TV조선·채널A처럼 무리수를 두지 않은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일 뿐 본격적인 분화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 사무처장은 “동아일보의 경우 워낙 여론이 좋지 않고, 5·18단체들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니 진화에 나서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특히 채널A의 경우 자금력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이번 파문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경우 운영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과방송을 하면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제재를 받더라도 ‘정상참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동기 기자 |mediago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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