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22일자 기사 '[인터뷰]5.18유족회장, “인민군 600명 왔다는데, 전두환은 뭐했냐” 울분'을 퍼왔습니다.
정춘식 회장 “종편·일베, 유족들 두번 세번 죽이고 있다”
5.18 3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논란이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종편(종합편성채널)과 인터넷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등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하하는 방송과 게시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종편 가운데서도 문제가 된 건 ‘TV조선’과 ‘채널A’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이다. TV조선은 지난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는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군 출신 탈북자의 증언을 빌려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기획한 폭동인 것처럼 방송을 내보냈다. 일베 역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극한적 표현으로 5.18 희생자와 유족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무더기로 게재됐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강운태 광주광역시장는 20일 자진삭제 등을 요구하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경고하는 강수를 꺼내 들었으며, 22일엔 호남권 광역시·도의회 의장단이 협의회를 열고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5.18 역사 왜곡과 폄하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5.18민중항쟁의 한 축이었던 희생자 유족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80년 5.18 당시 20살에 불과한 어린 동생이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2년 뒤 희생된 정춘식(70)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을 21일 5.18기념재단 1층에 위치한 유족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5.18 단체들 종편으로 몰려가 사과라도 받고 싶다”

정춘식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민중의소리
정 회장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무섭게 “못된 XX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당시 과연 인민군이 내려왔다고 한다면, 그때 통수권자인 전두환이가 책임을 져야 된다”면서 “전두환 책임은 말도 안 하면서 일방적으로 6백명이 내려왔다는 그 사람 말만 듣나”라고 따졌다.
정 회장은 말을 이었다.
“한때는 무명열사 묘들이 인민군 묘다, 행불자 묘가 인민군 묘다, 간첩들이 여기 와서 죽었으니까 주인이 없다, 이런 말이 많던 때도 있었다. 학술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여러 군데서 하니까 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유족 입장에서는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거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광주시의 강경대응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은 당연히 해야 되는 거고, 우리가 힘을 보태야 되는 일이라면 힘을 보태서라도 그건 밝혀내야 된다”면서 “그동안 힘이 없었거나 무관심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은 그때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이 맞는지, 저 말이 맞는지 하면서 전혀 근거없이 저 소리가 나오겠냐.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인식을 시키기 위해서 그놈들은 그런 작전을 쓰고 있는 거지”라며 아직도 5.18의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법적 대응이 아니라 그 어떤 대응이라도 해야 한다”며 “광주의 5.18 3단체가 종편 방송국을 찾아가 한번 사과를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5.18 3단체란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를 일컫는다.
정 회장은 세 단체의 논의여부에 대해서는 “없었는데 내가 제안을 해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다. 3단체라도. (5.18기념)재단까지 해서라도. 버스라도 불러서 사과를 받아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거듭 말하며 “(5.18) 행사기간이기 때문에 각 단체들이 지금 행사를 놔두고 있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데, 법적 대응은 법적 대응대로 하고 가서 항의방문이라도 하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라고 뜻을 드러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때문에 언론의 취재 요청을 많이 받았던 정 회장은 “하도 부대껴서 인터뷰를 일절 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사에 자료로 남겨 놓으려고 하는 일’이라고 태도를 바꾼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은 “5.18 역사왜곡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게 없어져야 임을 위한 행진곡도 (기념곡) 지정이 된다”며 “정치꾼들은 사람을 표로 보고 있어. 보수세력이 그 눈치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지”라고 나름대로 최근 사태의 배경을 짐작했다.
또한 정 회장은 종편과 일베 등의 5.18 역사왜곡이 보수세력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 이걸 조사도 않고 그렇게 종편에서 낼 이유가 없지. 혹시 이 자리에서 누굴 때려죽인다고 해도 생각해보고 상의하고 내는 것이지. 하나의 선전용으로, 시청률 올리려고 하는 짓거리밖에 안돼. 보수세력한테 시청률 올려보려는 거야. 보수세력과 종편은 그런 관계니까”
일베 등에 나타나고 있는 전라도 비하에 대해서는 “홍어가 어쩌고 피가 어쩌고 택배라고 하는 그런 것이 젊은 세대들에게 완전히 무슨 교육을 시키는 거나 똑같다”면서 “없애는 방법은 정부에서 막기 전에는, 나서기 전에는 어렵다고 봐”라고 말했다.
“일베도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일”

정춘식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민중의소리
자연스럽게 해결방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 회장은 ‘5.18의 전국화’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전국화라고 말은 하지만 5.18은 (전라도로) 한정돼 있다 말이야. 5.18이라는 자체가. 그러니까 정부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대응하기 전에는 우리가 아무리 대응해봐야 저쪽 영남이나 대구나 지만원, 뉴라이트나 이런 쪽은 계속 글 올리는 거란 말이야. 또 묘하게 법망을 해 올려요”라면서 “5.18은 이렇다 라고 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주는 것이 문제가 풀리지. 우리(광주) 시장이나 전라남도 도지사, 5.18단체들만으로는 움직임이 너무 한정돼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5.18기념재단은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 5‧18민주화운동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5.18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초·중·고 교육강화 57%, 미디어 광고 49%, 유포자 사법처리 26%의 응답을 받았다.
정 회장은 초중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물론 교육이 필요한데 교육하는 과정에서 그 사이에 뉴라이트나 이런 데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그래도 5.18의 진실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지”라고 답답한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또한 정 회장은 “이번에도 어떻게 됐든지 33년만에 처음으로 대구시장이 5.18기념식에 얼굴을 내밀었다. 대구시장도 표를 먹고 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여기 올 때는 보통 조심한 게 아니었을 거다. 그쪽은 우릴 빨갱이라고 그러니까. 여론도 살필 만큼 살폈고, 자기도 갔다와도 된다는, 다녀오는 게 좋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왔을 거다”고 말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제가 광주에 가 있는 동안(지난 3월27일 광주시장과 1일 교환근무)에 광주 지도자들께서 대구광역시장이 5.18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지난 5월 1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재단의 오재일 이사장께서 대구시를 또 직접 방문해서 참석을 정중히 요청해 왔다”면서 “우리 대구 지도자 또 시민들께 그동안 많이 제가 여쭤봤어요. 이건 뭐 시장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시민들의 뜻을 좀 알아보자 그랬더니 압도적인 다수가 참석하시라는 그런 말씀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저쪽 영남쪽이나 특히 강원도나 이런 데는 군인들에게 5.18은 빨갱이가 저지른 일이라고 그렇게 교육시켰으니까 정말 힘들어”라고 한숨을 내쉬면서 “그러니까 아까 이야기한대로 진실규명도 별스럽게 해봐야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나서서 하는 척이라도, 담화문이라도 발표해서 이건 이렇다 라는 걸 알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정부가 나설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정부에서) 그럴 인물도 없고, 또 그렇게 해주지도 않고 그러니까, 민주당까지 합세해서 한다면 많이 알려지기는 하겠지만 그 뿌리를 뽑기에는 너무 역부족 아닐까 싶다”면서도 “노력하는 데까지는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대통령 좋아하던 막내 동생, 상무대서 고문받고 2년 뒤 사망

5.18 희생자 유가족들이 마무리된 5.18기념식장에 들어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하고 있다.ⓒ민중의소리
5.18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 회장은 “지금은 각 단체가 아직 행사를 남겨놓고 있어 회장들은 행사를 앞두고 머리가 깨질라 그런다. 자식 결혼식 날짜 받아놓고 깝깝하듯이”라면서 “아마 5월 27일 부활제 행사 끝나야 상의도 하고, 24일 시에서 대책위를 꾸려서 움직인다고 하니까 그때라도 의결해 행사 끝나면 (서울로) 가야하지 않나”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한쪽에선 법적 대처 하고 한번은 몸으로 보일 필요도 있다 싶다”며 “지금 우리 회원은 물론이고 다른 광주시민들도 전화가 상당히 많이 온다. 우리라도 거기 쫓아가서 움직이는 걸 보여줘야 속이 풀리겠다고”라며 여론을 전했다.
정춘식 회장은 1982년 6남매 가운데 막내인 남동생을 잃었다. 정 회장 동생은 시민군 차량 운전자 옆에 타고 가다 1980년 5월27일 새벽 5시에 계엄군에 잡혀 상무대로 연행됐다. 총은 맞지는 않았지만 대신 상무대에서 무시무시한 고문을 당한 뒤 정신이 나가 2년 뒤 결국 사망했다. 정 회장은 동생이 마냥 김대중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일로 정 회장 가정도 파탄났다.
5.18 역사왜곡에 대한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채널A는 21일 방송을 통해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방송으로 광주의 분노한 민심이 잦아들지는 의문이다. 또 여전히 일베에서는 “고소할 테면 해봐라”라는 조롱과 비아냥이 그치지 않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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