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일 목요일

민주당의 예정된 우클릭은 486의 실패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30일자 기사 '민주당의 예정된 우클릭은 486의 실패'를 퍼왔습니다.
[비평] 당권 쟁취를 위한 편의적 노선 논쟁 중단돼야
29일 민주통합당 당무위원회가 다음 달 4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논의될 강령·정책 개정안을 확정했다. 그간 당 내 논란을 반영하여 기존의 안 보다 상당히 우경화됐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민주통합당 강령개정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며, 이와 함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 존중하고 지원한다’로, ‘보편적 복지를 구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복지국가 건설’은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을 지향한다’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실현’이라는 표현에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라는 수식이 추가됐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및 통일 실현의 3대기조에 우클릭이 가미된 것이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차 당무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당무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당명을 '민주당'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의 당헌·당규 및 강령·정강정책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뉴스1


개별정책에서는 한미FTA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부분이 빠지고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에 있어서 국익과 국내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 적극 마련한다’는 내용의 표현이 삽입됐다. 전문에서는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2008년 촛불 민심을 민주당이 계승할 시대정신으로 표현했던 부분이 삭제됐다. ‘무상의료’를 대체할 표현으로는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의 표현이 삽입되게 됐다. 당명은 2011년 통합 논의 당시 만들어졌던 ‘시민통합당’에서 온 ‘통합’을 빼고 그냥 ‘민주당’으로 변경한다.

민주당의 우클릭이 전망하는 것

이들이 이러한 우클릭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를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은 이러한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중도 공략 실패’를 말하곤 한다. 좌클릭을 너무 심하게 해서 중도층을 잃었고 이것이 표의 확장성을 제한해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적은 소위 비주류와 주류 모두에게서 나온 바 있다.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한길 의원은 “이념논쟁이 아니라 민생을 얘기해야 한다”며 지난 선거에서의 패인이 좌클릭에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당 내 주류로 구분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지난 선거에서는 조금 헷갈리는 분도 있었지만 우리 당의 지향은 중도개혁주의”라고 말하며 좌클릭 실패론을 에둘러 표현했었다. 당 내의 이러한 인식은 지난 10일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에도 일부 드러난 바 있다.

▲ 안철수 의원(무소속)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예정된 본회의 개회에 앞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물론 2012년의 실패만이 민주당의 우클릭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니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야권의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안철수 의원의 존재일 것이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안철수 의원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 지지가 민주당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용섭 의원이 “민주당이 성공적으로 혁신하면 안철수 신당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인식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념적으로 중도적 지향을 갖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이 공간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민주당은 우클릭을 감행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차후에 어떻게든 등장할 가능성이 큰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미리 제한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도의 알리바이가 된 진보의 목소리

물론 당 내의 모든 인사가 중도만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가 사퇴한 강기정 의원의 경우 “진보적 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우상호 의원 역시 강령 개정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정책은 국민의 70%에서 75%가 지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재성 의원의 경우도 22일 열린 강령·정책 개정안 공청회에서 “전시작전 통제권 문제와 대체복무제가 개정안에서 빠져 있다”며 진보적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이 당 내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소위 ‘486’이라 불리는 당 내 주류의 일부다. 이른바 486 인사들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당 내에서 진보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은 2010년 말 당 내에 ‘진보행동’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행동은 지난 3월 486 계파정치의 청산을 주장하며 해산했다.

▲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의 486 그룹 모임인 '진보행동' 주최로 열린 '진보행동의 성찰과 민주당 혁신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우상호 의원과 김기식 의원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의 좌장인 이인영 의원은 2010년 손학규 당시 대표가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아오겠다”며 노골적인 중도강화론을 이야기 할 때에도 “손학규 대표가 진보의 방향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를 옹호한 바 있다. 당시 소위 486그룹과 손학규 당시 대표는 당권·대권을 연결고리로 해서 연합해있는 상태였다. 이들의 존재 덕분에 손학규 당시 대표는 좌측에 대한 폭넓은 활동 범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진보정당 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이인영 의원은 당 내에서 ‘야권통합특별위원장’을 맡았는데, 이런 상황은 당 내에서의 진보적 목소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내 권력 쟁취를 위한 편의적 노선 논쟁

비슷한 사례는 2010년의 상황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80석 남짓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었던 민주당은 ‘뉴민주당플랜’이라는 중도 강화 전략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했으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열풍이 분 이후 당의 노선은 급격히 좌경화됐다. 당시는 정세균 대표 체제였는데 여기서 실무적 역할을 담당했던 인사들이 지금의 강기정 의원이나 최재성 의원 같은 인사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정세균계’로 분류되며 당 내 주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소위 486 인사들이 이인영 의원 등을 중심으로 진보적 의제를 내세우며 결집했던 시기가 바로 이 때다.

▲ 2012년 1월,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가 임종석 당시 사무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이런 사례들로 보자면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진보가 파탄을 맞은 것에 대한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 민주당의 맞닥뜨린 파국은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당 내 인사들이 끊임없이 현실적 권력을 갖고 있는 원로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어 당 내 권력에 관여해온 결과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손학규, 정세균, 다시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으로 이어져오는 당 대표 권력의 한 축에는 늘 486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언제나 말로는 진보를 말하면서 민주당의 중도행에 대한 알리바이 역할을 하며 권력의 중심부에서 활동했다.
2012년에는 이들의 활약 덕분에 야권의 통합이 주요 의제가 됐고 이를 위해서라도 좌클릭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했다. ‘70을 주더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끝없이 회자됐고 이의 실현을 위해 486들은 총대를 멨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가 어찌됐든 이들의 이러한 전략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이 좌측으로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중도로 빠져나간 자리에 박살난 진보정당의 잔해만 남았다는 식의 자조를 비웃기만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안철수의 등장 등 정세의 변화 때문에 민주당의 우클릭이 예정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서 진보적 전망을 가진 이들이 어떤 교훈을 얻을 지에 따라 야권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권 쟁취를 위한 노선 논쟁이 아니라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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