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종탑농성 100일’… “희망이란 난간조차 사라져 두렵지만 내려갈 수는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16일자 기사 '‘종탑농성 100일’… “희망이란 난간조차 사라져 두렵지만 내려갈 수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ㆍ재능교육 두 명의 여성 조합원

재능교육 노조원들의 ‘종탑농성’이 16일로 100일을 맞는다.
 

재능교육 노조원 오수영(39)·여민희(40)씨는 지난 2월 단체협약 회복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혜화동성당 꼭대기에 올랐다. 눈 쌓인 날 종탑에 올라 동상에 걸리며 겨울을 버틴 이들은 곧 닥칠 여름 장마와 태풍을 걱정하면서도 “처음 올라왔을 때도 두려웠고, 지금도 두렵지만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절대 내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1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종탑에 올라왔을 땐 이렇게까지 하는데 곧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있었지만, 농성이 장기화된 지금 그런 희망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조합원들이 종탑농성 100일째인 15일 ‘해고자 전원 복직,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그는 “우리가 이 위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회사가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며 “더 극단적인 방식의 투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내려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난간도 없는 종탑에서 보낸 100일은 녹록지 않았다. 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밥을 먹으면 자주 토하고 속이 쓰려 소화제를 달고 산다. 물티슈로 겨우 몸을 닦고, 환자용 매트에서 용변을 해결하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투정을 부리던 오씨의 9살 난 아들은 지난주 어버이날에 ‘종탑에서 빨리 내려오세요’라고 편지를 썼다. 오씨는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 못 갈 정도로 몸이 아팠는데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씨는 “우리의 요구는 무엇을 더 해달라는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노조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돌려놓으라는 것”이라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절대 종탑에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곳에서 여름을 나야 할 것 같은데, 올여름엔 태풍이 조금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는 이날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사측에 촉구했다.
 

이들은 “두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거리에서 1875일을 보내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종탑에 오른 지 벌써 100일”이라며 “사측은 학습지 교사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재능교육지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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