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제작거부 KBS 기자들 눈물 “가슴 찢어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7일자 기사 '제작거부 KBS 기자들 눈물 “가슴 찢어져”'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검증방송 단장 사퇴…기자총회장 “권력에 KBS 헌납 굴종의 사슬 끊을 준비 돼”

KBS 기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대선 13일을 앞둔 채 제작거부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면서 눈물을 쏟아내는 등 KBS 뉴스가 권력에 헌납당하는 사태에 대한 극심한 자괴감을 나타냈다.
KBS 기자협회(회장 함철)는 6일 밤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제작거부 찬반투표 결과 압도적인 비율로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곧장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이날 열린 긴급 기자총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KBS 기자들은 여당추천 이사들과 길환영 사장의 대선후보 검증방송 편파 주장을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는 그릇된 리더십이라며 거센 분노를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는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중견간부급 기자인 김의철 KBS 라디오뉴스제작부장은 7일 사내통신망(KOBIS)에 올린 글에서 “어제 기자협회 총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후배의 모습을 보면서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심한 자괴감까지 느껴야 했다”고 개탄했다.
김 부장은 “최근의 사태를 불러 일으킨 이사회에서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보도와 프로그램에 부당한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보도본부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고 있으며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며 “더 이상 기자들의 인내력을 시험하시지 마시고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조처를 취해달라”고 덧붙였다.


KBS 기자협회도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성명을 내어 ‘대선이 불과 13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백여 명 일선기자들이 일손을 놓고 기자총회를 열어 일사천리로 제작거부라는 우리가 가진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의’한 이유에 대해 “급박하고 절박했다는 뜻이며 두려움도 없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선후보진실검증단에 가해진 부당한 간섭과 그로 인한 김진석 검증단장의 보직사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제작 자율성 침해와 대선 보도의 불공정을 요구하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작태 때문”이라며 “총회에서 드러난 일선기자들의 분노는 결국 그릇된 리더십에 대한 분노”라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공정성을 앞세우며 그 동안 자행한 교묘한 물타기와 결과적 편파보도를 요구하는 경영진의 일탈 행위들을 기자들은 낱낱이 알고 있다”며 “언론인임을 가장해 KBS 뉴스를 헌납하고 누리는 그 자리가 수치스럽지도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이사회에 대해서도 KBS 기자들은 “법적으로 KBS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거꾸로 내부 직원들을 향해 창을 겨누는 모습은 존재 가치를 의심케 한다”며 “스스로 정치권의 하수인임을 자인하고 있다. 대선 검증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편파성을 얘기하면서 효과 음악이나 재연영상의 문제 등까지 거론했다고 하니 그 자리의 가벼움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라고 탄식했다.
KBS 기자들은 “제작 내용을 간섭한 월권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대선이 임박할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거부가 KBS 역사에 또다시 오점을 남기지 않을 최선의 방법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과 이사회에 대해 부당한 제작 간섭에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하며 김진석 단장을 즉시 원직 복귀시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굴종”이라며 “우리는 굴종의 사슬을 끊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각종 의혹을 검증해 지난 4일 방송한KBS 대선특별기획 (대선후보를 말한다) 편에 대해 총책임을 지고 있는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방송 다음날인 지난 5일 임시이사회에서 KBS 여당추천 이사들이 김 단장을 이사회의장에 불러내 박근혜에 불리한 편파방송이었다고 집중 공격한 것 뿐 아니라 길환영 KBS 사장마저 ‘편파시비의 소지가 있다’, ‘게이트키핑에 문제가 있다’, ‘사전 심의 강화와 재발방지에 힘쓰겠다’는 등의 마무리발언을 한 것이 김 단장의 사의표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기자들은 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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