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새누리당의 오락가락, 판세도 오락가락?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07일자 기사 '새누리당의 오락가락, 판세도 오락가락?'을 퍼왔습니다.
쟁점 없는 ‘간보기 대선’, 야권 마지막 추격의 시간 오나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분명히 우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는 못했다. ⓒ뉴스1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등의 야권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자꾸 비판하다 보면 반대급부로 새누리당은 뭔가를 매우 잘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에 대해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야권에 대한 지지를 규합하기 위해 새누리당을 극단적으로 폄하하거나, 민주당에 대한 혁신을 주문하기 위해 새누리당을 실제 이상으로 미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역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굳건해 보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뿐, 대선 전략 자체는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선거전략을 잘 세웠다고 말할 수 있었던 선거는 지난 총선이었다. 이름과 색깔을 ‘확 바꾸고’ 김종인을 영입해 경제민주화 담론을 가져가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악재까지 이겨냈다.
물론 이 역시 ‘새누리당이기에 가능했던’ 조치였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민주당이 붉은 색을 선택했다가는 세 배 빠르다고 칭찬받기는커녕 색깔론 공세에 시달렸을 것이고, 경제민주화를 메인 슬로건으로 배치하는 것 역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이 총선의 의미는 단지 새누리당의 한 번의 승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승리한 민주당이 근 2년간 펼쳐오던 ‘좌클릭’의 공세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대선정국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지금의 새누리당은 ‘피니시 블로우’(Finish Blow, 권투에서 상대를 결정적으로 제압하는 마지막 강타)를 날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박근혜 후보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에서 결정타를 날릴 기회를 놓쳤다. 만약 이 시점에 박근혜 후보가 상식에서 심하게 벗어난 발언들을 하지 않았다면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출마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 후에도 박근혜 후보는 총선 전에 영입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의 상징’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갈등을 겪는 등 ‘집토끼’만 단속하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정국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새누리당의 전략 역시 오락가락하는 중이다. 일찌감치 판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리가 안 된 것처럼 보이자 사장되었던 전략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정책공약을 만드는 일에서 배제했던 김종인 위원장을 다시 등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고, 쉽사리 표를 훑을 요량으로 덕담을 건넸던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서게 되자 ‘안철수 씨’라고 부르는 조변석개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일개 선거운동원인 안철수 후보에 대해 과잉되게 보도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정현 공보단장의 코미디 같은 엄포가 나온 것도 새누리당의 오락가락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안철수를 ‘간철수’라고 비판하는 것이 정당 지지자들의 주요한 어법이었지만, 올해 대선 정국은 사실 모든 후보 및 정파가 쟁점없이 ‘오락가락 간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오락가락은 그들 지지층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야권 지지층의 상당수가 야권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경우 그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는 ‘스윙 보터’들이라면 새누리당의 지지층은 오락가락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아니니 말이다. 새누리당의 정파성에 온전히 동의하는 이의 시선에서라면 안철수에게 덕담을 건네다가 문재인 지지유세에 나간 그에게 불쾌함을 표시하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일로 보일 것이다.
다만 이런 식의 오락가락은 새누리당에게도 ‘계산이 끝난 것’으로 판단했던 대선 정국에 남은 변수가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다. 야권 성향의 몇몇 지식인들은 새누리당이 네거티브에 열중인 것은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결과를 손에 들고 있기 때문일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여기까지 예측하는 것은 과하더라도, 새누리당 역시 생활인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편차가 있는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서는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이며 ‘안철수 효과’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경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할 것 같다.
야권의 입장에선 오늘 부산에서 시작된 ‘문안 합동유세’의 효과를 추격의 승부수로 던져봐야 하는 실정이다. 부산경남의 세대분열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안철수라는 증언도 있었고, 조국과 탁현민, 김형석, 김C 등 문화계 인사들까지 망라한 수도권 명사들의 총출동은 지역민들 입장에선 흔치 않은 이벤트다. 수도권에 대한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지역 청년세대의 삶의 문제에 접속한 공약 제시가 결부될 경우 만만치 않은 파급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마지막 추격이 시작된다면 새누리당의 더한 오락가락도 이끌어낼 수 있고 중간층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정도는 더 올 것이다.  

▲ 7일 오후 부산에서 합동유세를 시작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 사실상 야권의 마지막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뉴스1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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