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노동·시민사회·종교계가 나섰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6일자 기사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노동·시민사회·종교계가 나섰다'를 퍼왔습니다.

ㆍ비상시국회의 개최… 1월 총파업 등 예고ㆍ시민단체, 대한문 앞서 자살 노동자 추모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 1주일 사이 4명의 노동자와 시민운동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사회단체가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손해배상가압류 중단 등 노조탄압 철회 등을 요구하며 내년 1월 총파업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함께살자농성단 등 3개 시민단체는 2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3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자살한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제를 열었다.

박래군 인권재단 상임이사는 추도사에서 “겁이 난다. 또 누가 죽었다는 소릴 들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5년에 이어 박근혜 정부 5년을 더 견뎌야 하는 깊은 절망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죽지 말자. 죽더라도 싸우다 죽자. 억지로라도 희망을 만들자”며 울먹였다. 시민들은 고개를 숙여 촛불을 바라보며 울음을 참았다.

현대중 이운남씨 영결식 26일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이운남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직부장의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철 한진중공업지회 부지회장은 “희망버스가 끝나고 한진중공업 노조는 복수노조, 사측 노조에 조합원을 다 뺏기고 20여명만이 남아 외롭게 싸우고 있다”면서 “슬픔을 딛고 당당히 싸울 수 있도록 우리에게 힘을 달라”고 말했다.

앞서 오후 6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10만배 기도를 마무리하는 회향식(回向式·마무리 행사)을 가졌다. 10만배 기도는 지난 9월17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조계종 노동위원들과 노동단체 관계자, 일반시민들이 노동현안 해결을 기원하며 하루 1000배씩 100일 동안 진행됐다.

도법 스님은 회향식에서 “대선 이후 4명이 소중한 생명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정치인과 기업주가 노동자의 한숨 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향린교회 등 노동·시민단체와 종교계 인사 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내년 1월 총파업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국회의단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자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바랐던 것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일한 만큼 대접받을 권리, 두들겨 맞지 않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을 뿐”이라며 “그러나 대선 결과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을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정권은 두 달 넘게 철탑과 다리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철탑에 있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진정 대통합을 말하려면 노동 현안 해결부터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 5년을 어떻게 더 견디겠느냐는 고인들의 절규를 깊이 새기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국회의는 2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내년 1월4일 2차 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곽희양·박순봉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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