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사설] 불통과 독선으로 출발한 ‘박근혜 인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25일자 사설 '[사설] 불통과 독선으로 출발한 ‘박근혜 인사’'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사람 고르는 안목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그토록 소리 높이 외친 대통합과 탕평책의 실제 내용이 이처럼 공허한 것인 줄도 몰랐다. 인사 절차와 검증 과정이 그렇게 허술하고 폐쇄적인지도 몰랐다. 박 당선인이 자신의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을 임명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이다.대변인은 말 그대로 당선인을 ‘대변’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국민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균형 잡힌 시각, 열린 귀, 합리적 태도 등이 어떤 자리보다도 요청되는 자리다. 그런데 윤 대변인은 균형, 소통, 합리 등의 단어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다.윤 대변인이 그동안 해온 말들을 보면 ‘극우논객’이라는 말이 오히려 과분할 정도다. “정치적 창녀” “지식의 탈을 쓴 더러운 강아지” “매국노” 등 입에 담기조차 힘든 모욕적 언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뿐이 아니다. “문재인이 당선되면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세계에 고하게 될 것” 등 ‘색깔 칠하기’가 대선 기간 매일의 일과였다. 탕평이니 통합이니 하는 것은 고사하고 야권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할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인물을 어떻게 수석대변인에 기용할 수 있는지 참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윤 대변인의 자기합리화는 더욱 가증스럽다. 그는 어제 기자들과 만나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글을 쓰지 않았다”고 강변하면서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비판적인 글을 써왔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30년”이라는 말도 몇 차례씩 강조했다. 하지만 병적인 수준의 극단적인 인식구조를 가진 사람이 대변인이 되고 나서 갑자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정치권과 언론을 끊임없이 오간 그의 행적은 사실 언론인이라는 칭호를 붙이기조차 창피스러울 정도다.박 당선인의 독선적이고 극단적인 비밀주의 성향의 인사 스타일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누가 천거해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서 대변인에 임명했는지 새누리당 안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윤 대변인 기용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반응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어제 비서실장·대변인 인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 외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인선을 했다”고 말했다. 소통이나 공감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모습이다. 박 당선인 인사의 앞날이 심히 우려되는 이유다.윤 대변인은 대선 뒤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인수위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말하면 영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히 부인했으나 사흘 만에 말을 바꿨다. 번복의 이유는 “애국심”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따위다. 하지만 윤 대변인이 정확히 알아야 할 게 있다. 진정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스스로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그가 수석대변인으로 국정을 운위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