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사설]박 당선인, 대통합 외치며 극우인사 중용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5일자 사설 '[사설]박 당선인, 대통합 외치며 극우인사 중용하나'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첫 인사를 단행했다. 당선인 비서실장에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유 비서실장이 한국조세연구원장을 지낸 경제전문가이고, 윤 수석대변인이 문화일보 논설실장 출신의 언론인이라는 점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쪽에서는 친박근혜계 핵심인사와 영남 출신을 배제한 점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취임 후 어떠한 세력, 어떠한 인사들과 함께 정부를 운영해 나갈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윤 수석대변인 임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수석대변인은 칼럼과 종편 방송에서 자극적인 언어와 색깔론으로 야권·진보진영을 공격해온 극우인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정운찬·윤여준·김덕룡·김현철씨 등을 “정치적 창녀”에 비유하고 안철수 전 후보를 겨냥해 “더러운 안철수”라고 막말을 했다. 대선 직후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지켜내려는 ‘대한민국 세력’과 이를 깨부수려는 ‘반대한민국 세력’의 일대 회전에서 승리했다”고 썼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48%를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깎아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은 대선이 끝난 뒤 화해와 대탕평을 강조하며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해왔다. 윤 수석대변인의 발탁은 이 같은 다짐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인사다. 국민의 48%를 사실상의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이에게 중책을 맡기면서 대통합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윤 수석대변인은 어제 “제 글과 방송으로 상처 입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사는 판결문으로,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듯 언론인은 기사와 칼럼으로 말한다. 한마디 사과로 수십년간 써온 글을 덮을 수는 없다. 더욱이 그는 임명 사흘 전 종편에서 인수위 참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 영혼에 대한 모독”이라며 부인한 전력도 있다. 사과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과 과정에서도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윤 수석대변인을 누가, 어떤 경로로 천거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사 과정에서 보안을 중시하는 것을 아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극소수 측근그룹에 의존해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비밀주의 인사는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여론에 의한 평가와 검증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인사에서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윤 수석대변인의 기용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박 당선인이 줄곧 강조해온 대통합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박 당선인은 지금이라도 윤 수석대변인 임명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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