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사설] 감동도 탕평도 없는 ‘캠프 인사’로는 곤란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27일자 사설 '[사설] 감동도 탕평도 없는 ‘캠프 인사’로는 곤란하다'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비롯해 인수위 핵심 인사들을 인선했다. 인수위원장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부위원장에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인수위 내의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한광옥 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는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발탁됐다.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인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감동도 없고 탕평도 없는 인사다. 당 선대위 인사들을 그대로 가져다 쓴 ‘그 나물에 그 밥’ 인사다. 박 당선인이 윤창중 수석대변인 인사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권 초기에 당선인이 하는 일의 태반이 요직 인선인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 것은 사실상 인수위를 박 당선인의 친정체제로 이끌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인수위원장은 무난한 인물이지만 자기 색채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여태껏 당에서 그랬듯 인수위에서도 박 당선인 측근 몇몇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인수위 안에 국민대통합위와 청년위를 두어 두 가지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선을 보면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에 김경재 전 의원이나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 등 ‘막말 인사’들이 포함된 것은 심각하다. 김경재 부위원장은 선거 때 “광주 사람들이 문재인, 안철수를 뽑는 건 정의에 대한 배반이다”는 등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일삼았고, 김중태 부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낙선하면 부엉이 귀신 따라 저세상에 갈까 걱정”이라는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 장본인들이다.국민통합을 하려면 무엇보다 반대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막말 파문이나 일으킨 함량 미달 인사들을 데려다 놓고 어떻게 국민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통합이 무슨 선거 논공행상 하는 자리는 아닐 것이다. 국민통합을 추진할 인사들이야말로 시간을 두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널리 찾아야 했다.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을 담당했던 진영 정책위의장을 인수위 부위원장에 임명하고 인수위 규모도 줄이는 등 실무형 인수위를 구성하려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과거 인수위가 의제 설정에 너무 나선 탓에 논란을 자초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위는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한다고 설칠 것이 아니라 그간 제기되고 약속한 국정과제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정권 초기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향후 5년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불통과 독선, 아집으로 하는 인사는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런 점에서 박 당선인의 두 차례 인사는 매우 걱정스럽다. 진정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이제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인사의 방향과 원칙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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