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윤창중, “박근혜로부터 ‘사람 냄새’ 맡을 수 없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8일자 기사 '윤창중, “박근혜로부터 ‘사람 냄새’ 맡을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분석] ‘막말 인사’ 비판하던 언론인 윤창중, 그는 어떤 글을 남겼나

윤창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문화일보 논설위원·실장 시절 대부분 칼럼을 ‘보수·우익’의 관점에서 썼다. 그에게 보수는 “좌파정권 10년을 무너뜨린 ‘국가중심세력’”이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 동안 그는 “좌파·친북·반미세력의 거센 포화” 앞에 서 있는 심정이었다.
그가 쓴 칼럼 중에는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글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통합’ 행보를 비판하는 글도 있다. 특히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된 칼럼을 자주 썼다. ‘막말’ 논란을 일으킨 당내 인사들을 과감히 버리라는 주문도 했다. 본격적인 대선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는 ‘박근혜 띄우기’에 집중했다.
그가 지난 2000년에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막말’을 한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막말 인사’에 대한 즉결처분은 그가 그동안 박근혜 당선자에게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이 그가 문화일보와 블로그에 쓴 칼럼을 톺아본다. 직함은 모두 글 게재 시점 당시 것이다.

뼛속까지 보수우익, 그에게 보수는 ‘국가중심세력’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뼛속까지 보수’다. 그는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특권화’하면서 이후 대통령들을 비판하는 칼럼을 자주 썼다. 그는 2010년 10월 27일자 칼럼 (삽교호의 박정희)에서 “산림녹화와 자연보호운동만으로도 국가 개조의 영웅으로 추앙받아야 할 박정희”라고 칭송했다.
윤창중 위원은 지난 2002년 11월 11일자 칼럼 (보복과 청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노태우, YS, DJ와 달리 “단 하루 더도, 덜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 척박한 한국 정치에 정착시킨 것은 사실 역설이긴 하지만 ‘대업적’”이라고 평가했다.

▲ 문화일보 2011년 10월 24일자 30면

지난해 10월 24일 (젊은 知性들에게) 제하 제목 칼럼. 윤창중 실장은 이 칼럼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종북주의자”로 규정했다. 그는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 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라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이어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고까지 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박 후보를 지지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얼토당토않은 색깔론이자 선동이다.

보수에 대한 그의 끔찍한 애정, 그리고 이중 잣대

윤창중 대변인은 보수세력 또한 과감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6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6월 15일자 칼럼(오세훈과 최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수위원장에 ‘의외의 카드’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지명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최열씨가 보수·우익에게 ‘좌파·친북·반미’라면서 그를 지명한 오세훈 시장에게 “‘큰 정치’를 흉내내고 싶은 헛바람이 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에 대해 “그를 ‘위장 좌파’로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보수·우익 대상의 ‘집토끼 기용론’을 제시했다.

▲ 문화일보 2006년 6월15일자 38면

당시 윤 위원의 논리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분륜’ 수준이다. 그는 ‘보수’ 오세훈에게는 집토끼를 챙기고, ‘개혁’ 노무현에게는 반대파를 기용하라는 다소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윤창중 위원은 2003년 3월 24일자 (노정권 한달) 제하 제목 칼럼에서 “(노 대통령이) 지지파와 반대파를 양날개로 삼아 중심 역할만 잘해도 국민 통합이 반쯤은 이뤄질 수 있다”며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3개월 뒤 5월 28일자 칼럼 에서 그는 “초당파적·초이념적 차원에서 능력가들을 대거 수혈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3개월의 교훈”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조속한 내각 개편을 요구했다.

“파멸시키겠다” 윤창중, 朴에게 ‘망언 인사’ 즉각 처리 주문

윤창중 논설위원은 2004년 8월 이후 박근혜 현 대통령 당선인을 자주 언급하기 시작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했다.
윤창중 위원은 2004년 친일·유신독재 등 과거사 재조명이 이루어지던 시기, 8월 18일자 칼럼 (박근혜, 호랑이 등에 타라)를 썼다. 윤 위원은 “무엇보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재조명을 바로 박 대표가 요구해야 한다”면서 “억울한 일이지만 산업화 세력은 또 다시 싸워 그 정통성을 다시 역사로부터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과 시민단체들의 과거사 재조명 요구를 ‘산업화 세력 대 집권세력의 싸움’으로 몬 것이다.
윤창중 위원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망언 인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점도 도마에 올렸다. 윤 위원은 2005년 6월 20일 칼럼 (박근혜사단의 ‘자폭주(自爆酒)’)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고졸 출신인 점과 비교해 “대졸 대통령론”을 주장하는 전여옥 대변인, 대구지역 상공인들에게 “우리에게 열린우리당한테 가져다주는 돈의 10분의 1은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한 곽성문 의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를 두고 윤창중 위원은 “박 대표가 대중정치인임에도 전 대변인을 경질하지 않고 대신 사과하며 감싸고, 곽 의원 사건에 대해 못본 체하고 있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정책 중 부정적인 면을 빼닮았다”면서 “대변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조폭의 망동을 서슴지 않는 곽 의원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박 대표를 보면서 그가 집권한다면 ‘흑기사 사단’의 폐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인사정책으로 국민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 것인지를 쉽게 떠올린다”고 쓰기도 했다.

“박근혜로부터 ‘사람 냄새’ 맡을 수 없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박근혜·이명박 후보의 ‘네거티브’를 비판하면서 이를 “좁쌀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5월 9일자 칼럼 (이명박 박근혜의 ‘좁쌀정치’)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로부터는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면서 “그저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장사꾼 정치’, ‘권력 만능 정치’가 체질화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 문화일보 2007년 5월 9일자 38면.

지난해 7월 18일 칼럼 [‘미래권력’의 幻想(환상)]에서는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진영 전 정책위의장이 ‘친박계를 떠난 이유’를 소개했다. 윤창중 논설실장은 “아니, 왜 친박계를 나왔나요? 딴 사람들은 친박계가 다음 정권 잡을 미래권력이라고 서로 들어가려 하는데”라고 물었다. 이에 진영 의원은 “더는 못 참겠어서요. 박 (전)대표를 둘러싼 측근들의 충성경쟁, 너무 모욕적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대표가 그렇다고 고칠 사람도 아니잖아요?”라고까지 말했다.

▲ 문화일보 2011년 7월 18일자 30면

서울시장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자 윤창중 실장은 지난해 10월 31일 (박근혜에게 다시 묻는다)에서 박근혜 의원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박 의원을 ‘딴나라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공감’ 능력 결여를 꼽았다. 그는 “근본적으로 MB와 박근혜는 다가설 수 없는 인간형,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약이 오르게 만드는, 공감(共感)할 수 없는 ‘딴나라 인간’들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윤창중 논설실장은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이 된다. 윤 실장은 지난해 11월 14일 칼럼 [다음 대통령의 條件(조건)]에서 박근혜 의원에게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윤 실장은 “국익을 향해 몸 던지는 기개! 그게 원래 박근혜의 브랜드 아니었나?”라며 “다음 대통령의 첫 조건은 국가에 대한 책임감! 그걸 갖추고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의원에게 “시대의 악역을 자처하라!”고 촉구했다.

▲ 문화일보 2011년 12월 26일자 30면

찬양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칼럼 [박근혜의 非常(비상)한 기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정일 사망 관련 비상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한 발언을 두고 “박근혜의 몸조심 신비주의를 그토록 비판했던 나, 혼자 앉아 있다가 소리지를 뻔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1년여밖에 안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으므로 조의(弔意)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창중 실장은 “박근혜, 역시 담대(膽大)한 원칙주의자, 늘 ‘준비한 원칙’에 따라 언행하는구나! 이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중심을 잡게 됐다”며 극찬했다.

‘박근혜 사당화 비판’ 정몽준에 “투덜투덜… 저렇게 망가지나”

문화일보를 나온 뒤 그는 ‘칼럼세상’ 대표로 블로그에 칼럼을 게재하면서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고정 출연했다. 칼럼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대표적인 글이 정몽준·이재오 비판이다.
윤창중 대표는 올해 7월 10일 블로그에 게재한 [동정조차 못 받는 이재오와 정몽준의 자해(自害)] 제하 제목 칼럼에서 정몽준 의원(박근혜 캠프 공동선대본부장)과 이재오 의원이 지난 총선 이후 제기한 ‘박근혜 사당화 비판’을 크게 비난했다.
윤창중 대표는 “정몽준 이재오가 총선이 끝난 뒤에야 이처럼 거세게 당내 민주주의니 사당화니 독재니 하고 큰 소리 칠 것 같았으면 총선 때 공천 과정에서 박근혜에게 대들며 아예 공천장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탈당하든지, 뭔가 겁이 나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했(다)”고 썼다.
그는 정·이의 ‘경선 규칙 개정’ 요구에 대해 “(두 사람은) 그런 큰 행동도 못하고 어물어물 총선에 참가해 금배지 따려고 안간힘 쓰다가 당선되니 뒤늦게 민주주의고 뭐고 투덜투덜(댄다)”면서 “물에 빠진 사람 건져내니 그야말로 보따리 달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정몽준 의원에 대해 윤 대표는 “정몽준은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정당 독재가 미화되고 찬양되고 있다’고 하다가 탈당 여부에 대해선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면서 “독재 미화 운운할 만큼 간이 크다면 아예 탈당하고 나가버리든지”라고 썼다.
그는 이 두 사람에 대해 “새누리당에 들어가 당대표하고, 국회의원하고, 장관하며 떵떵거리며 살았던 이들이 새누리당이라는 자신의 ‘둥지’를 향해 소금 뿌리며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듯 한 모습들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측은하기까지 하다”면서 “기대하지도 않은 정치인들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망가지나!”라며 평가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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