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박지원 출연 취소 MBC 라디오 국장, 알고 보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7일자 기사 '박지원 출연 취소 MBC 라디오 국장, 알고 보니...'를 퍼왔습니다.
김동효 라디오제작국장 검열 본격화 우려…"소셜테이너 출연금지 조항 만든 장본인"

지난 24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출연 예정이었던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인터뷰를 전격 취소시킨 배후가 김동효 MBC 신임 라디오 제작국장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MBC 안팎의 우려가 현실이됐다는 반응이다.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검열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은 지난 7일 김동효 전략기획부장이 라디오제작국장으로 인사발령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제작국장의 이념적인 성향과 과거 행적을 볼 때, 김 국장이 시사 라디오프로그램에 대해 '검열 집행관'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표현의 자유와 검열 논란을 일으킨 소셜테이너 금지법은 김 제작국장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테이너 금지법은 MBC 고정출연제한 규정에 '회사의 공정성이나 명예와 위신이 손상되는 언행'에 대한 규정을 개설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사람들의 방송출연을 제한하는 MBC 내부 방송심의규정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CBS노컷뉴스

소셜테이너 금지법으로 손석희의 시선집중 패널로 발표됐던 김씨는 갑작스레 출연이 금지되면서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라디오 제작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제작국장이 전략기획부장 시절 소셜테이너 금지 조항을 만들었는데 부원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윗선에 제출해 규정 마련을 관철시켰다. 라디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 제작국장이 '위험인물'로 분류된 이유다.
김 제작국장은 또한 내부 감시망을 통해 노조 간부와 설전을 펼치면서 과감히 자신의 이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제작국장은 지난 MBC 노조 파업이 한창일 당시 게시판에 언론노조 위원장을 종북좌파·친북세력이고 명시한 글을 올렸다가 MBC 노조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김 제작국장의 글을 본 MBC 구성원들은 김 제작국장의 글 내용과 논리가 비약적이라면서 색안경을 낀 이념적 인사로 분류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일 김 전략기획부장이 라디오제작국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본격적인 검열 칼날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실제 김 제작국장이 라디오 제작 일선에 배치되고 난 이후 지난 24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출연 예정이었던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인터뷰가 돌연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인터뷰 취소 결정을 내린 이가 김동효 제작국장으로 밝혀졌다.
김 제작국장은 박 전 대표의 인터뷰 취소사유에 대해 "사퇴의 변을 듣는다는 주제와 출연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출연을 취소했다"라며 "떠나는 사람보다 새로 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게 더 방송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라디오 제작 관계자는 "윗선으로 가기 전에 김 제작국장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인터뷰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의 인터뷰 취소 논란이 확산되자 간부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여의도 MBC 사옥

김 제작국장이 라디오제작국장으로 오고 신권철 라디오제작국장이 감사국 위원으로 전보 조치된 일도 라디오 제작 관계자들에게는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 신권철 국장은 보직간부도 아닌 일반 사원으로 좌천된 셈인데 신 국장이 라디오제작국장 시절 윗선 지시의 압박을 막아낸 인물이어서 결국 이번 인사 발령에서 눈밖에 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BC가 지난 4월 라디오본부에서 편성제작국 산하의 라디오제작국으로 위상을 낮추는 조직 개편안을 밀어붙이면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검열의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도 있다.
라디오 장르는 매체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조직 계통의 본부로 운영돼 왔는데 편성제작국 산하 라디오국으로 개편되면서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조직개편 이전에는 라디오본부장이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렸는데 개편 이후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이 최종 결정권자가 됐다.
특히 아이템 선정과 관련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아이템의 중복 등을 막기 위해 제작진과 결제선상 부장, 국장과 공유를 하고 있는데 조직개편 이후 아이템 최종 결정까지 압박이 심하다는 것이 라디오 제작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관계자는 "백종문 본부장이 매일매일 아이템을 체크하고 검토한다. 겉으로 문제만 불거지지 않았지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이 심하다"면서 "미리 자발적으로 검열하는 경우도 많아서 제작진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어떻게 보면 운신의 폭도 없어서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제작국장의 발령도 윗선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지난해 PD수첩을 철저히 막았던 사람이 백종문 본부장이고 이 같은 성과를 김재철 사장이 인정해 라디오를 장악하려고 한 것이 본부에서 국으로 바꾼 조직개편의 배경"이라며 "김동효 제작국장을 뒤늦게 끌고 온 것도 라디오에 대해 통제를 하라는 취지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동효 제작국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한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백종문 본부장은 시사라디오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사실상 검열하고 있다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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