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글로벌 호크’ 판매 의사 밝힌 미국, 속내는 ‘안보 부담’ 떠넘기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26일자 기사 '‘글로벌 호크’ 판매 의사 밝힌 미국,  속내는 ‘안보 부담’ 떠넘기기?'를 퍼왔습니다.

글로벌 호크

작전 반경 3천㎞ 한반도 훌쩍 넘어
“미-중 갈등 휩쓸릴 우려” 신중론도
미, 과거 일에도 대잠 초계기 판 뒤 
소련 잠수함 초계 업무 떠안게 해 

미국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팔겠다는 것은, 한국에 한반도를 넘어서는 군사적 역할을 기대하는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호크의 작전 반경 3000㎞는 한반도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자칫 미국의 중국 견제에 활용되면서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갈등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구매 비용만 1조원이 넘고, 향후 운영 비용도 6조원(20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나치게 고가인 점을 들어 구매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 경쟁입찰 등을 통해 구입가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중 갈등에 휘말릴 위험 2008년 10월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업 ‘스트랫포’는 “한국에 글로벌 호크를 팔 수도 있다”는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의 발언 이후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그는 이 기사에서 “한국은 불과 몇백마일 안에 다른 주요국들과 영공을 맞대고 있으며,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독도까지의 거리도 불과 150마일이 안 된다. (이런 나라가) 글로벌 호크와 같은 전략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그렇다면 미국이 이런 무기를 한국에 판매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랫포는 “활용 범위가 북한을 훌쩍 뛰어넘는 이런 전략적 무기를 판매한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단순히 지역 파트너가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는 시각의 전환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전략적 이해를 갖는 지역으로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인도양, 말라카 해협, 오키나와 근해와 오스트레일리아 주변 해역을 꼽았다. 이들 해역은 중국과 주변국들의 영토분쟁 지역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한국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미국은 주변국에 첨단 무기 구입을 강요하면서 안보 부담을 떠안긴 역사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즈키 젠코(1980~1982) 총리 시절 이뤄진 일본의 대잠 초계기 P-3C 도입 사업이었다. 일본 (NHK) 방송은 2010년 12월 ‘엔에이치케이 스페셜’을 통해 미국이 일본에 P-3C를 판매한 뒤 소련 잠수함 초계 업무를 떠안게 하는 과정을 당시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했다.이를 보면, 미·일 관계자들은 도쿄와 괌, 오사카와 필리핀 북쪽 해상을 잇는 거대한 두개의 선을 하나로 잇는 삼각형인 이른바 ‘나카무라 라인’을 그린다. 일본 정부는 원유 수입로인 이 나카무라 라인의 안보를 내세워 국민에게 무기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1981년 5월 스즈키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관계에 처음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P-3C 도입이 현실화한다. 2010년 현재 일본의 P-3C기 도입 대수는 86대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 타 기종과 경쟁입찰 고려 군 관계자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가격대로 우리가 구매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판매자의 희망가격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발중인 다른 기종들을 검토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성능 검증을 차분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올해 1~8월까지 실시한 사업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순항속도 등을 조정하는 경우 글로벌 호크 외에 글로벌 업저버나 팬텀아이 등도 대상 기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고고도 정찰용 무인정찰기 예산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4854억원이 예정돼 있으며, 2012년에는 1031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바 있다.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구매수락서가 넘어오면 (단일기종 협상일지, 기종 간 경쟁입찰일지) 판을 짜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미 의회에 통보된 1조3000억원이라는 가격은 우리가 구매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값이 비싸다는 점을 이유로 글로벌 호크 도입 사업에 대한 축소나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도입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군은 최근 글로벌 호크 도입을 미루면서 기존 정찰 전력인 U2 정찰기를 2020년까지 운용하기로 했다.

하어영 길윤형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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