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막가는’ 종편… “엽기적 내용으로 호기심 끌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7일자 기사 '‘막가는’ 종편… “엽기적 내용으로 호기심 끌어”'를 퍼왔습니다.
방통심의위, TV조선·MBN 등 중징계 내릴 듯… 폭력성 ‘위험수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TV조선과 MBN 등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폭력행위 등 방송심의 규정에 어긋나는 ‘적나라한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는 이유에서다. 의견진술에 나선 관계자들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권혁부)는 26일 회의를 열어 TV조선 (황상민 교수의 가족 두 개의 문)과 MBN (추적 사각지대) 등에 대해 심의를 벌였다. TV조선은 지난 11월19일 방송에서 ‘복수를 꿈꾸는 아들’의 사연을 방송했다. 방송에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13살 소년의 사연이 소개됐다. 

그러나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방송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김택곤 위원은 “엽기적인 내용으로 호기심을 끌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솔루션’은 통과의례 정도로 처리하는 기미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TV조선은 해당 프로그램을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 해결법을 찾는 가족심리솔루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지난 11월19일 방송된 TV조선 <황상민 교수의 가족 두 개의 문>

의견진술에 나선 권오형 편성제작본부 부본부장은 “지적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족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특성상 (심의에서) 문제되는 장면은 어느 정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흥미를 끌기 위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녹화가 끝난 다음에도 (‘솔루션’을)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MBN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지난 2일 방송된 (추적 사각지대)는 어머니를 발로 밟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 폭력을 휘두른 한 아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MBN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아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폭행을 가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MBN 역시 해당 프로그램을 “폭력과 학대, 무관심으로 고통 받는 우리시대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박성희 위원은 “이 방송이 목적으로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권혁부 위원장은 “우리 사회 규범과 관행에서 벗어나는 패륜적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해서 방송에 내보내는 게 문제해결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지적했다. 김택곤 위원도 “(해당 장면이) 불가피했다고 강변하려면 치유나 처방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방송된 MBN <추적 사각지대>

의견진술에 나선 오경미 PD는 “심각성을 고발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오 PD는 “(방송된 영상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며 “최대한 심의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혹자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고 하지만, (방송으로) 한 가족이라도 살려낼 수 있으면 의미가 있다”며 “저희의 진정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조폭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게 방송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 뭐든 다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택곤 위원은 “전체 방송 49분 중 폭력 장면이 19분”이라고 지적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내용보다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에 더 신경을 쏟았다는 지적이다. 

위원들은 하나같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MBN과 TV조선은 각각 과징금(2명), 경고 및 관계자 징계(2명) 의견에 따라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경고 이상의 제재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과징금 부과 수준의 제재가 결정되면, 이는 종편 출범 이후 방통심의위에서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은 첫 사례가 된다. 

한편 방송소위는 지난달 21일 방송된 TV조선의 (스토리잡) ‘무당 역술인’ 편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역술인들을 출연시켜 ‘비과학적’인 내용을 방송했다는 점에서 심의 대상에 올랐다. 심의위원들은 “흥미위주의 방송”이라며 “이게 과연 방송에서 나갈 수 있는 내용이냐”고 문제를 지적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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