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측 손배소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7일자 기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측 손배소'를 퍼왔습니다.

ㆍ쟁의행위 손해 주장… MBC도 노조에 195억 요구
 ㆍ노조 파괴 수단 악용… 법률가들 “위헌” 법 개정 주장

노동조합 활동을 옥죄는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간부 최모씨(35)는 유서에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하라”는 글을 남겼다.

경향신문이 27일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현대자동차·코레일·유성기업·MBC·KEC 등 7개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액을 합한 결과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고와 징계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조원들에게는 만져볼 수도 없는 큰 액수다. 이들 사업장은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갈등이 심한 곳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정리해고를 철회하면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최소화한다는 노사합의를 깨고 15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와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100억원대의 손배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파업을 이유로 쌍용차는 노조와 조합원 140명을 상대로 100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도 비정규직지회가 2010년 벌인 파업을 이유로 81억원, 올해 벌인 파업을 이유로 35억원 등 총 116억원의 손배 소송을 청구했다.

MBC는 노조와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195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반도체업체 KEC 노조와 조합원 66명도 156억원의 손배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코레일이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 소송 액수는 98억원이다.

정부와 민간 보험사도 손배 소송으로 노조 옥죄기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 27억원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파업 진압 당시 노조와의 충돌로 부상당한 경찰들의 치료비와 손상된 경찰 장비에 대한 보상 명목이다. 메리츠화재는 쌍용차에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으로 110억원을 노조에 청구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노동자의 자살 사태까지 이어지자 이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기업들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제약하고 노조 파괴 수단으로 손해배상과 가압류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합법적 쟁의행위로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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